빨래 외 1편

[신작시]

 

 

빨래

 

 

윤석정

 

 

 

    한밤중 이웃이 싸웠다
    한 방에 묶인 마음을 맞잡고 어퍼컷,
    어퍼컷 욕설을 주거니 받거니
    두 사람은 분(忿)이 다 풀릴 때까지
    방구석으로 몰아붙였고
    팽팽히 맞서다 빠져나왔다
    별안간 나는 이웃의 속내를 알아 갔다
    빨랫감이 방구석에 뒤죽박죽 쌓여서
    옷을 건조대에 그냥저냥 걸어 둬서
    두 사람 사이를 비집고 나온
    악다구니가 바람벽을 뚫고 나와
    한 시간 남짓 복도를 휘젓고 다녔다
    얹혀사는 사람이 하숙생처럼 보였거나
    얹혀사는 신세가 눈치 보였을지라도
    이왕 한 방에 묶인 마음 쉽사리 풀지 않고
    꽉 붙잡고 싶었는지도 모를 일
    아무도 현관문을 박차고 복도로 나오지 않았고
    구경꾼들만 번갈아 현관문을 빼꼼히 열었다
    초인종이 울렸다
    연달아 복도가 싸움을 헹구기 시작했다

 

 

 

 

 

 

 

 

 

 

 

 

 

 

 

꽃의 시말서

 

 

 

 

    그간 잘 지냈죠 먼저 와서 기다렸어요 생을 마감하는 날에 쓴 시, 더는 퇴고할 수 없는 시를 생각했어요 아무도 모르게 찬연하다가 시들시들하다가 말라비틀어지겠죠 끝끝내 바람에 부서지고 흩날리겠죠 저는 피고 지고 해요 마감 없이 반복하는 생각, 낡아버린 생각을 잇다가 여기 태어나 처음 든 생각에 가닿아요 자주 계절을 잊어버려요 아아 계절을 기다렸어요 도무지 알 수 없는 처음과 끝처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아름다운 시처럼 가만가만 눈이 내려요 바람이 얼어 가는 저를 흔들어요 잘 지내요 먼저 가서 기다릴게요

 

 

 

 

 

 

 

 

 

 

 

 

 

 

 

 

 

윤석정 작가소개 / 윤석정

2005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으로 『오페라 미용실』 등이 있으며 내일의 한국작가상을 수상했다.

 

   《문장웹진 2020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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