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자에 대한 사랑 외 1편

[신작시]

 

 

탁자에 대한 사랑

 

 

박승열

 

 

 

    나는 그 방에 있는 탁자를 사랑한다 그 탁자를 다른 방에 둔다면 다른 탁자가 될 것이다 같은 크기의 모서리, 같은 곳에 난 흠집, 같은 굵기의 다리들에도 불구하고 다른 방의 탁자는 다른 탁자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그 방에 있는 탁자를 사랑하고 탁자는 그 방에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 방에 있더라도 탁자는 다른 탁자가 될 수 있다 탁자 위에 고양이 한 마리가 올라갔다고 해보자 그때 그것은 전혀 다른 탁자다 그 탁자는 처음 왔을 때 비어 있었고 내가 사랑하는 그 탁자는 끝까지 빈 채로 있어야 한다 만약 그 위에 음식들을 올려 두고 사람들을 초대한다면, 사람들은 음식을 먹고 탁자 주변을 오가면서 그 탁자를 식탁이라 불러댈 것이다 만약 그 위에 사람 한 명을 올려놓고 메스를 들어 배를 가르는 의사가 있다면 수술 참관인들은 그 탁자를 수술대라 불러댈 것이다 그러니 그 탁자 위로 고양이 한 마리, 쥐 한 마리, 날파리 한 마리도 올라가서는 안 된다

 

    그러나 탁자를 가만히 둘수록 탁자 위에는 먼지가 쌓인다는 걸 나는 알고 있다 손으로 쓸면 검게 묻어나올 만큼 먼지가 쌓인 탁자는 더 이상 이전의 색감과 무게를 가지고 있지 않다 그건 먼지 쌓인, 내가 손걸레로 닦아내야 할 더러운 탁자일 뿐이고 더는 내가 사랑하는 그 방의 탁자가 아니다

 

    내가 사랑하는 그 방의 탁자는, 내가 사랑하게 된 순간부터 그 자리에 없고 나는 몇 번이고 그 방을 찾아가 내가 사랑하는 탁자였던 것을 바라보곤 한다 그럴 때면 텅 비어 있고 먼지 하나 없이 깨끗하며 처음과 같은 위치에 그대로의 흠집을 하고 있는, 그리고 그 방 그 위치에서 벗어나는 일이 없는, 그대로의 탁자 하나가 환영으로 겹쳐든다

 

    나는 그 탁자를 사랑하지 않게 된 후에야 그 탁자 위로 고양이가 올라가는 것을 허락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고양이가 몸을 웅크린 채 가만히 누워 있는 탁자를 보면서, 다시 탁자를 사랑할 수도 있을 것이다 고양이는 식탁에 누운 고양이일 수도, 수술대에 누운 고양이일 수도 있을 것이다

 

 

 

 

 

 

 

 

 

 

 

 

 

 

투스카니의 한 마디

 

 

 

 

    투스카니는 이렇게 말했다; 투스카니는 장 폴로를 사랑한다 투스카니는 이명숙을 사랑한다 투스카니는 이경자를 사랑한다 투스카니는 클라우스 킨스키를 사랑한다 투스카니는 왕바오창을 사랑한다 투스카니는 취추샤오를 사랑한다 투스카니는 시마다 요코를, 츠네요시 리에를, 다시 이경자를, 장 폴로를, 이명숙을, 클라우스 킨스키를, 투스카니를, 왕바오창을, 츠네요시를, 이경자를, 투스카니를, 취추샤오를, 투스카니를, 이경자를, 사랑한다

 

    그리고 천천히 떨어지던 빗물
    지붕이 있고 지붕 위에 고양이가 있는
    낡은 주택, 주택가 위로
    투스카니의 신발을 적시는
    투스카니는 여기 사람이 아니고
    낡은 주택가를 거니는 사람들이
    이상한 시선으로 투스카니를 쳐다보고
    투스카니의 어색한 서 있음과
    이러한 직설적 시선이
    교차되고
    교차점 위로
    비가 내린다

 

    빗방울이
    떨어지는
    소리외에
    어떤것도
    안들리는
    주택가의
    주말오후
    풍경속에
    투스카니
    투스카니
    사랑하는
    이경자와
    사랑하는
    츠네요시
    사랑하는
    이명숙과
    사랑하는
    장폴로와
    사랑하는
    왕바오창
    사랑하는
    킨스키와
    사랑하는
    왕바오창
    사랑하는
    이경자와
    사랑하는
    왕바오창
    사랑하는
    투스카니
    애정깊은
    투스카니
    비를맞는
    투스카니
    비에젖은
    투스카니
    사랑하는
    이경자와
    사랑하는
    왕바오창
    사랑하는
    장폴로와
    사랑하는
    츠네요시

 

    그리고 빗속에서 한참을 울고 있다가, 쪼그려 앉아 있다가, 마침내 일어서서 낡은 주택가를, 몇 안 되는 사람들 사이를 빠져나오는, 빠져나와 투스카니에게 전화를 거는, 왕바오창― 왕바오창의 뒷모습

 

 

 

 

 

 

 

 

 

 

 

 

 

 

 

 

 

박승열 작가소개 / 박승열

1993년 부산 출생. 2018년 《현대시》 하반기 신인 추천으로 등단.

 

   《문장웹진 2020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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