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외 1편

[신작시]

 

 

 

 

이하석

 

 

 

    개는 가로등 불빛을 뒤집어썼다
    밤의 그림자를 세우듯

 

    개는 어둠을 향해 으르렁댄다

 

    개는 기어이 쓰레기 분리수거장조차 뒤진다
    이 동네가 버린 어둠들이 그렇게 발각된다

 

    나는 피투성이로 웅크린다
    나는 어둠에서도 드러나 찢어발겨지리라

 

    숨어 있는 나를,
    개는 가로등 밖의 어둠인 양 노려본다

 

    나는 개의 목줄이 이미 풀려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페트병

 

 

 

 

    기억의 내장(內臟)이 없다

 

    제 속 채웠던 수사(修辭)들
    다 비워지고

 

    버려져 있다

 

    내외의 반영도 없이,
    제대로, 투명하다
    없는 안을 더 비우려는
    고집도 없다

 

    여지없어도,
    누가 그걸 북처럼 두드리기도 한다
    그러면 빈 내부에서 소리의 흥이 나온다
    그렇게, 노는 생의 장단이 되기도 하지만

 

    결국, 다 버려진다

 

    어디로 가든
    제 자신으로부터도 놓아지는

 

    색즉시공(色卽是空)

 

    버려진 채로
    우리와 함께 계속 있을 것이라는
    명백함은 있다

 

 

 

 

 

 

 

 

 

 

 

 

 

 

 

 

 

이하석 작가소개 / 이하석

1948년 경북 고령 출생. 1971년 《현대시학》 시 추천으로 문단 등단. 시집 『투명한 속』, 『김씨의 옆얼굴』, 『우리 낯선 사람들』, 『녹』, 『것들』, 『연애 간(間)』, 『천둥의 뿌리』 등 있음. 김수영문학상·김달진문학상·이육사시문학상 등 수상.

 

   《문장웹진 2020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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