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기원 외 1편

[신작시]

 

 

사랑의 기원

 

 

조온윤

 

 

 

    우리가 한몸이었던 때를 기억해?
    우리가 한몸이었던 때를 기억해

 

    하나의 운명체로서 우리는 우리의 운명을 공평하게
    동전 던지기로 정하면서
    어디가 앞면이고 뒷면인지를 두고 다투곤 했지
    이인삼각 달리길 하듯 뒤뚱대면서
    비탈을 데굴데굴 굴러가면서

 

    등가죽에 달라붙은 서로를 등지고
    처음과 끝 일출과 일몰
    동쪽 바다의 파도소리와 서쪽 하늘의 갈매기 떼
    전혀 다른 풍경을 바라보던 우리는 이제
    탁상에 마주 앉아
    닮은 듯 닮지 않은 정면을 바라보고 있네
    팔과 다리를 공평하게 나눠 갖고서
    눈코입을 나눠 갖고서

 

    너는 아직도 궁금해?
    나는 아직도 궁금해
    그는 왜 우리 몸을 갈가리 찢지 않고
    반쪽으로만 갈라놓았지?
    한 사람의 발걸음 뒤로 따라오는 두 개의 발자국처럼
    우리 마음은 처음부터 둘이었잖아
    진정으로 우리가 약해지길 원했다면
    반을 가르고 또 반을 갈랐어야 했잖아

 

    혼자서 달리는 해변은 더 멀리까지 반짝이고
    더 잘게 부서지지 아름답게
    내가 노을을 향해 몸을 돌릴 때 등 뒤의 네가
    그늘을 뒤집어쓰지 않아도 되지

 

    이제 우린 물결이 갈라놓은 다른 세상의 언저리에서
    타오르는 일몰의 순간을 동시에 바라보고 있네
    앞면 뒷면을 공평하게 나눠 갖고서
    그림자를 나눠 갖고서

 

    우리가 한몸이었던 때를 기억해
    나는 내가 앞면이었다고 생각해
    너는 네가 앞면이었다고 생각해?

 

    뒷모습이 없었던 때를 기억해
    사랑하기 위해 그가 높이 동전을 튕겼지

 

 

 

 

 

 

 

 

 

 

 

 

 

 

 

불행 연습

 

 

 

 

    불시에 방문하면 곤란하다
    문도 두드리지 않고 들어와 거실 한가운데에
    덩그러니 앉아 있는 너를 발견할 때면

 

    나는 깜짝깜짝 놀라곤 한다
    이런, 이건 또 내가 처음 보는 모습인데
    알몸으로 비를 맞고 찾아올 줄이야
    늙은 개마냥 카펫 위에 오줌을 지려 놓을 줄이야
    도박에 영혼을 걸어 몽땅 잃어버리고 돌아올 줄은

 

    차마 내가 연습하지 못했던 불행이구나
    잠시 게을리했던 예습과 복습의 필요성을 느낀다
    공책을 꺼내어
    지금 알 수 없는 곳에서
    트럭에 치여 날아가는 사람을
    나라고 생각했다가
    새라고 생각했다가
    새를 닮은 너라고 착각했다가

 

    길을 걷다 빗방울에 맞아 살해된 경우에 대해 쓴다 *
    그게 나였다면
    심호흡도 못 해보고
    차가운 빗방울에 명치를 맞고 쓰러지는
    너였다면

  *  브레히트.

 

    그게 네가 아니라면 좋겠어
    잠들었니? 너무 지쳐버린 불행이구나
    행운을 파산한 사람은 빗속에서도 익사할 수 있다는 걸
    너는 알고 있니?
    경우의 수를 헤아리지 않는 안온한 삶을 꿈꾼 적 있니?
    더는 나를
    떠나지 않을 거지?
    응? 아무리 되물어도
    어기는 일에 지쳐버린 너는 대답하지 않는다

 

    수많은 문장으로 수많은 불행을 시뮬레이션해도
    언제나 뜻밖인 사람
    아주 멀리 떠나 영영 돌아오지 않을 것 같다가도
    소낙비에 온몸을 얻어맞고 돌아와
    어느새 내 무릎 위로 쓰러지는

 

    이상하고 슬픈 사람
    너는 내게 어떻게 작별을 고할 거니?
    알 수 없는 너를 위해 나는 연습하고 또 연습할 것이다

 

    너는 나와
    거만하게 다리를 꼬고 판돈으로 목숨을 걸었다가
    도박판의 악당들에게 살해될까
    너는 나와
    술에 취해 손을 잡고 새벽의 거리를 뛰어다니다
    몸뚱이가 하나뿐인 새가 될까
    너는 나와
    세상에 남은 마지막 짝수처럼 하루를 함께한 뒤
    같은 꿈속으로 보조를 맞추며 걸어갈까

 

    우리의 불행을 처음 발견할 사람이 곤란하지 않도록
    우리를 불행이었다고 생각하지 않도록

 

    나는 매일 너를 연습하고
    언제나 처음인 것 같은 너는

 

 

 

 

 

 

 

 

 

 

 

 

 

 

 

 

 

조온윤 작가소개 / 조온윤

2019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당선. 문우들과 독립문예지 《공통점》을 만들고 있습니다.

 

   《문장웹진 2020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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