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기마을 황순원문학관

 

[커버스토리]

 

 

소나기마을 황순원문학관

 

 

김주성

 

 

9월 황순원문학관

 

 

   황순원문학관 탄생 과정

 

    2009년 6월에 문을 연 소나기마을은 황순원 선생의 문학을 아끼는 사람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찾아오는 모든 이들이 선생의 문학의 향기를 함께 누릴 수 있는 1만 4,000여 평의 문화 체험공간이다. 누구나의 가슴속에 아련한 그리움으로 남아 있을 첫사랑의 낙원을 재현해 놓은 정서적 힐링의 장소이다.

 

    이 소나기마을 조성은 황순원 선생이 23년 반 동안 봉직했던 경희대학교 국문과의 김종회(한국평론가협회 회장) 교수를 비롯한 여러 제자들이 정성을 기울이고 양평군이 적극 협력하여 이루어졌다. 2003년 6월 경희대학교와 양평군이 자매결연을 맺음으로써 소나기마을 탄생의 초석을 마련했고 이후 6년 만에 결실을 맺었다.

 

    ‘소나기마을’이라는 이름은 선생의 대표작이자 온 국민에게 널리 알려진 「소나기」 속, “어른들의 말이, 내일 소녀네가 양평읍으로 이사간다는 것이었다. 거기 가서는 조그마한 가겟방을 보게 되리라는 것이었다.”라는 구절에서 영감을 얻었다. 주인공 소녀가 양평읍으로 이사를 가서 죽음을 맞이했다는 것이 작품상의 사실이다. 고향이 북한인 황순원 선생의 문학관 건립을 추진하던 중 이곳 양평을 최적지로 삼게 된 근거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여기에 선생의 삶과 문학을 살펴보고 체험해 보도록 꾸민 ‘황순원문학관’과 선생의 문학세계를 심도 있게 연구할 수 있도록 문헌, 홍보물, 영상자료 등을 집대성한 ‘황순원문학연구센터’도 마련돼 있다.

   

 

    황순원의 문학세계

 

    황순원(1915~2000)은 20세기 한국문학사를 대표하는 거목의 한 사람이다. 생애 동안 어떤 시대적 조류에도 휩쓸리지 않고 일관되게 순수문학의 본령을 지키면서 그만의 독특한 문학세계를 열어 나갔다.

 

    초기에는 한국의 토속세계를 그린 작품들을 주로 창작하였다. 「닭제」(1938), 「별」1940), 「산골아이」(1940), 「세레나데」(1943) 등이 그것으로, 이 작품들 속에는 전통적인 한국의 농촌이나 산골 마을이 무대로 설정되어 가난하지만 순박한 사람들의 꾸밈없는 삶과 원시적 생명력의 아름다움이 그려지고 있다. 이 작품들을 통해 황순원은 한국의 토착정서와 전통정신, 인간 내면의 원형적 모습을 감각적으로 묘사하였다.

 

    1950년대 이후 황순원은 다양한 여성 인물의 창조를 통해 환상적인 모성성의 세계를 추구였으며, 「학」(1953), 「소나기」(1953) 등의 단편을 통해 단편소설의 완숙한 경지를 이룩하였다. 한편으로 『별과 같이 살다』(1950), 『카인의 후예』(1954), 『나무들 비탈에 서다』(1960), 『일월』(1962), 『움직이는 성』(1973)에 이르는 왕성한 장편소설의 창작을 통해 구원의 문제 또는 인간의 존재론적 고독과 소외의 문제를 본격적으로 탐구하였다.

 

 

    황순원 소설과 샤머니즘

 

    황순원 소설의 특징으로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초기 단편들에서 후기 장편에 이르기까지 여러 작품 속에 독특한 방식으로 샤머니즘 요소를 수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샤머니즘은 한민족의 역사와 함께 성립되어 민중의 생활 속에 깊이 뿌리를 내린 채 전통문화의 기층을 이루며 전승돼 왔다. 황순원은 이렇게 전승돼 온 토착정서와 전통정신에 실린 샤머니즘의 요소를 초기 단편들 속에 생생하게 녹여 넣었다.

 

    토속적인 농촌이나 산골마을이 무대로 설정된 초기작인 「닭제」, 「별」, 「산골아이」, 「세레나데」 등의 작품들의 경우, 일련의 샤머니즘 요소들이 작품의 구성 전개는 물론 주제 형상화에 중요한 매개물로 작용하고 있다. 이를테면 「닭제」에서 희생제의의 모티프가 되고 있는 수탉의 살해, 「별」에서의 저주의 주술, 「산골아이」에서 통과제의의 모티프가 되는 전래설화, 「세레나데」의 경우 어두운 시대현실의 메타포로 기능하는 무당에 관한 삽화 등이 그것이다.

 

    1950~1970년대를 거치면서 황순원은 본격적인 장편소설 창작을 통해 한국인의 전통정서의 표현 외에도 사회 변화의 문제와 인간 존재의 본질적인 문제에 깊은 관심을 기울였다. 이 과정에서도 샤머니즘 요소의 수용은 여러 작품을 통해 지속적으로 이루어졌다. 특히 장편 『일월』과 『움직이는 성』에 이르면 샤머니즘의 세계가 전면적이고 본격적으로 수용되어 주제 형상화의 핵심적인 모티프이자 서사 전개의 중추적 장치로 기능하고 있다.

 

    『일월』의 서사 구조는 주인공이 느끼는 숙명적 고독의 근원은 무엇이며, 어떻게 그 숙명적 고독을 해소할 것인가에 대한 물음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작가 황순원은 그 물음의 과정을 백정들의 세계에 전승되어 온 ‘우공태자 신화’와 대비시키고 있다. ‘우공태자 신화’는 소에 대한 보편적 신성시의 사고를 근원으로 하고 있으며, 이것이 백정들의 세계에 전승되어 독특한 서사 체계를 갖추고, 샤머니즘적 제의의 기능까지 포함하는 양식으로 전화된 것이다.

 

   

    <우공태자 신화 – 원문 발췌 정리>

 

    천왕의 태자가 다른 일은 하지 않고 여색에만 빠져 있자 천왕이 노하여 태자를 소로 변하게 해 하계로 내려 보낸다. 이때 천왕은 태자가 하계에서 인간에게 고역을 당하다 죽으면 혼백만은 다시 천계로 올라오게 해주마고 한다

 

    하계에 내려온 태자는 인간을 위해 저리고 아픈 고역을 땀 흘려 치른 후 인간의 손에 죽는다. 천왕이 이를 가상히 여겨 약속대로 천계로 불러올려 기쁘게 맞는다. 천계에서 태자는 억만년 만강을 누리며 속세를 제도하고 인간의 악귀를 굴복시킨다.

 

    이 ‘우공태자 신화’는 영웅의 ‘떠남-시련-복귀’의 유형을 기본 구조로 하는 ‘원질신화(monomyth)’의 성격을 띠고 있다. 천왕의 아들로 천상세계의 질서 안에서 살고 있던 우공태자는 그 ‘고귀한 신분’으로 볼 때 모든 원질신화의 주인공인 ‘영웅’에 가름되는 존재이며, 그가 천상의 질서를 깬 벌로 ‘인간에게 고역을 치르러’ 하계로 내려오는 것은 영웅이 ‘위대한 사명’을 띠고 그 사명을 달성하기 위해 모험에 나서는 것과 상사를 이룬다. 또한 그가 인간을 위해 노역과 생명을 바치고 천계에 복귀하는 것은 영웅이 시련 끝에 과업을 달성하고 돌아오는 과정과 쌍을 이룬다.

 

    이와 같이 백정들의 세계에 일종의 샤머니즘적 제의의 양식으로 전승돼 온 ‘우공태자 신화’는 주인공이 백정의 후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겪는 근원적 고뇌와 이 문제를 해결하는 정신적 여정을 그린 소설 『일월』의 구조적 모티프로 작용하고 있다. 한편 『움직이는 성』은 한국인의 심층의식과 표면의식을 지배하는 두 갈래의 기본 요인 즉 샤머니즘과 기독교를 정면으로 대질시키는 방법을 통해 한국인의 혼란한 의식구조를 심도 있게 파헤친 작품이다.

 

    즉 『움직이는 성』은 한국에 기독교가 들어와 정착하는 과정에서 토착신앙인 샤머니즘과 습합하여 본질에서 벗어난 왜곡된 모습, 다시 말해 샤머니즘과 기독교의 부정적인 영향 관계를 냉정한 시각으로 비판하는 내용의 소설이다.

 

    이를 위해 작가는 한국 샤머니즘에 대한 방대한 문화사적 연구를 수용하여 고대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우리 민족의 의식 속에 뿌리 깊이 자리 잡아 온 샤머니즘의 본질과 현상 및 한계를 파악하고, 이를 기독교와 대비시켜 객관적 시각으로 비판하고 있으며, 그 한계 극복의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커버스토리 김주성

작가소개 / 김주성

1959년 충북 충주 생.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학사 및 대학원 석사·경희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박사. 1986년 단편소설 <해후>로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당선. 1990년 장편 『불울음』으로 삼성문학상 수상. 2014년 『황순원 소설과 샤머니즘』(나남)으로 소나기마을문학상 연구상 수상.

 

   《문장웹진 2016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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