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지침서 외 1편

[2019 청년예술가 생애 첫 지원/문학분야]

 

 

모르는 지침서

 

 

이서하

 

 

 

    인간은 많은 게 필요해서 장소를 만들었다.
    천국에 사는 사람은 지옥에 사는 사람을 보지 못해서
    세 번 잘못을 하면 마음에 총성이 울린다고 낮게 명령하는 소리를 전하고 있다.
    살아서 나의 불행을 빼앗고 있다.
    자, 아는 대로 말합니다. 어젯밤에는 왜 경계하지 않았는지.
    땅은 꽁꽁 얼어 있었으며 삽이 들어가기란 죽기보다 어려운 일이라는 것은 분명했다.
    하지만 그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었기 때문에 불필요한 것이었다.
    새로운 것을,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것을 찾아야만 했다.
    당번은 책에서 보았던 온갖 주의를 떠올렸다.
    그는 마음에 드는 단어가 있을 때마다 지침서 귀퉁이에 적어 두는 습관이 있던 것이다.
    어제 적은 단어. 바다천장, 발광 구름, 노역, 비호, 굴착기.
    주의는 없었다고 당번은 생각한다. 그는 가장 증오하는 주의를 말한다 그것은 바로 인종입니다. 그래서 경계를 하지 않았다고? 당번은 지침서 3장 1번에 뭐라고 적혀 있는지 아십니까. 당번은 알 수가 없다.
    그에게 지침서는 귀퉁이나 겨우 쓸 수 있는 종이 쪼가리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인정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본인은 지침서 내용을 모두 확인하였고 숙지하였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렇지만 모든 지침서가 같은 내용이라는 것을 알게 된 당번은 혼란스러워졌다. 무엇을 경계하고, 지키는 것인지는 지침서에 나와 있는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는 과연 그렇게 믿고 싶었으나 어디에서든 가장 극명하게 보이는 것이 적이고, 그들에게 자신도 적으로 보일 뿐이라서
    땅을 파고 있다, 승패와 무관하게, 자유에 복종하는 자유민이 되어 가고 있다 잘못은 우리 모두의 준칙이니까

 

 

 

 

 

 

 

 

 

 

 

 

 

 

 

바다 사는 연습

 

 

 

 

    물을 받기 위해 컵을 두었다
    엎어질 것이다
    그곳에 살고 싶다

 

    불 꺼진 병원은 무서워
    비상구와 천장이 없는 벽돌 공장에는
    "돌 조심"
    이라고 적혀 있다

 

    그러나 젊은 부부는 모른다
    평생을 병원에 간 적이 없어서
    거기에 가면서 거기를 생각한다

 

    덥고
    시원하다

 

    비행기를 타면 아래를 보라고
    땅이 푹, 가라앉는 것 같다고 했지만

 

    나는 물이 떨어지는 곳에 누워 천장을 보고 있다

 

    선을 넘으면 죽을 것이다

 

    땅에서든, 바다에서든
    터널 공사를 하고 있었는데

 

    늙은 부부의 귀는 많이 어둡고
    세상이 얼마나 좁은지 하늘에서 보았다
    가끔 죽은 연습도 하고, 사는 연습도 하라고
    그렇게 사람은 세 번 큰다고

 

    그러나,
    병은 쉽게 고쳐지지 않아서
    병을 갖고 사는 연습이 필요하다

 

    퇴원을 하고 집에 갔는데
    집 곳곳에 벽돌이 쌓여 있다

 

    나는 죽은 척하다가 정말로 잠이 든다

 

    아무도 산 적이 없어서
    거기는 아직 거기에 있다

 

 

 

 

    * 본 작품은 2019 청년예술가 생애 첫 지원사업에 선정된 작가의 작품입니다.

 

 

 

 

 

 

 

 

 

 

 

 

 

 

이서하 작가소개 / 이서하

2016년 《한국경제》 신춘문예로 등단하여 작품 활동 중. 동인 <켬>.

 

   《문장웹진 2019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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