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5 외 1편

[2019 청년예술가 생애 첫 지원/문학분야]

 

 

철 5

 

 

이소연

 

 

 

    터미널 뒤에서는 몸을 팔 수도 있다
    곧 떠나는 사람들이 깜박하고 놓고 갈 수 있는 옛날
    슬픔은 왜 썩지 아니하고 상품이 되었나

 

    철 기둥이 떠받치고 있던 상점 안에서
    백인 남자 셋이 맥주를 마실 때
    지붕 위로 내리던 것은 하늘이 아니라 전선들이었다
    벌어진 허공에 드러난 전선들
    몸 밖의 핏줄처럼 아파 보인다
    안에 있던 것들이 꺼내질 때 우리는 위태롭다고 느낀다
    나는 돈이 든 지갑을 가장 깊은 주머니에 찔러 넣는 버릇이 있다
    그러나 건물 밖에 빨래를 너는 사람들은 오늘의 해를 내일로 넘겨주는 사람들

 

    해변의 골목, 무너짐과 단단함을 움켜쥐고 녹이 슨다
    사람을 살리겠다던 사람들은
    한 명도 남아 있지 않고
    깃발만이 물 밖의 물고기처럼 팔딱인다

 

    소녀가 혼자 낳은 아이들은 함대만 한 유람선 밑에서
    장딴지의 핏줄이 파래지도록 물장구를 친다
    마을과 이어진 골짜기에서 쏟아져 나온 엄청난 비늘들
    모자를 쓴 마을 전체가 주일마다 수군거린다
    "과거는 끝났다 미래밖에 없다"

 

    백사장엔 최후를 팔아서 삶을 연명하는 사람들로 가득하고
    떠난 남자의 아이들이 몰려다닌다

 

 

 

 

 

 

 

 

 

 

 

 

 

 

 

철 6

 

 

 

 

    "아저씨는 저 굴뚝이 무섭지 않으세요?"

 

    전쟁이 나면 제일 먼저 저 굴뚝이 있는 곳에 미사일이 떨어질 거래요
    얼마 전에는 구두닦이 아저씨를 보았어요
    후크 선장도 아니면서
    날카로운 갈고리 팔을 가졌던데
    왜 그걸 부러워하면 엄마에게 혼이 날까요?

 

    아저씨 포탄을 쪼개야 해요
    그게 다 철이거든요
    철을 녹이면 쓸모가 많아진대요
    우리 동네 사람들은 모두 철을 끓이다 죽었어요
    저희 아버지도 그렇게 죽었거든요
    제철소 일을 마치고 돌아온 아버지가 술에 취해 말했죠

 

    "살아 있으라, 그러면 너희는 영웅이 될 것이다!"

 

    중대장이 한 말이래요
    그 말을 수없이 되풀이했어요
    아버지를 이끌고 이 도시를 멸망케 한 말이죠

 

    망자들은 더 이상 망가질 게 없어서 천국에서 산다

 

    이미 찢어진 것들은
    다시 찢어지지 않는다
    길고 긴 아침이 올 것이다

 

    영웅의 눈 코 입은 썩지 않는다
    이 세계의 피가 다 빠져나갈 때까지
    콘크리트에 박혀 있을 것이다

 

    고단한 몸을 처음 내린 자리에
    미래의 폐허를 세워 두려고

 

 

 

 

    *〈철〉 연작 1-6편은 나미나의 전시 〈Sun Cruises〉에 협업하기 위해 쓴 시이다.

 

    * 본 작품은 2019 청년예술가 생애 첫 지원사업에 선정된 작가의 작품입니다.

 

 

 

 

 

 

 

 

 

 

 

 

 

 

이소연 작가소개 / 이소연

2014년 《한국경제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창작동인 <켬>으로 활동 중.

 

   《문장웹진 2019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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