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3 외 1편

[2019 청년예술가 생애 첫 지원/문학분야]

 

 

철 3

 

 

이소연

 

 

 

    들판에 쭈그리고 앉아 똥을 싸는 또래의 항문을 본 적이 있다
    뱀이 허물을 벗듯 똥이 그 애를 벗어나는 것 같았다

 

    그 애는 힘을 주었다
    얼굴이 붉어지도록

 

    내게도 접어 놓은 항문이 있어
    얼굴이 붉어졌다

 

    뱀이 벗어 놓은 허물은
    침대 위의 바지를 생각나게 해
    그날은 허물이지만
    허물없이 말하는 사람도 있다

 

    "너는 좋겠다. 얼굴이 하얘서"

 

    수빅에서 만난 Jay는 그 애가 다 자란 모습 같고
    나는 자꾸만 그 애의 지옥을 착취한다

 

    그 애가 내게서 좋은 점만을 발라 내 접시 위에 올린다
    땅속에서 발라진 철을 보듯
    삽자루 끝에 달린 철을 본다

 

    모든 생각은 철이 퍼낸 것이다
    철이 빠져나온다
    생각이 떠난다

 

    Silence
    벽으로부터 깨닫는
    Silence
    다른 모든 가능성을 억누르고 살아남은

 

    나는 알지 못한다
    죽어간다
    Jay를 말하면 Jay가

 

    거짓말 한가운데 깃발이 출렁인다 우리는
    오로지 의지만으로 더럽혀질 수 있다

 

 

 

 

 

 

 

 

 

 

 

 

 

 

 

철 4

 

 

 

 

    나무를 분질러 들고 공터를 누리던 아이들은
    철모를 꼭 한 번 써보고 싶어 했다
    영웅이 철모 안에 머리를 둔다고 배웠다고
    우리가 흉내 낸 말들 중에는
    교각을 폭파하라는 수신음이 있었다
    하나의 건물에서 여럿의 사람들
    아직도 걸어 나온다

 

    온전한 것은 환상이다

 

    포가 서 있는 바다
    거기 파도를 닮은 사람이 있었지
    지금은 저녁이 내리는 거기

 

    방치한 것들에게로 돌아가라
    나를 먼 곳으로 오게 하는 마지막 눈꺼풀처럼
    너무 캄캄한 길모퉁이
    우리의 죄가 파헤쳐지고 있다

 

    지난 시절의 모든 죄가 건물 아래 묻혀 있었노라
    얼굴을 들라
    너의 죄를 사하노라
    우리가 듣는 것은 신의 음성이 아니다

 

    눈을 감고 걸어 들어간 곳에서
    머리에 돌을 맞았다
    어떤 바다는 흔들어 깨워도 눈을 뜨지 못하지

 

    바다를 들으려고 어둠을 모아온 저녁
    피 묻은 돌멩이들이 불빛 속으로 뛰어든다

 

 

 

 

    * 본 작품은 2019 청년예술가 생애 첫 지원사업에 선정된 작가의 작품입니다.

 

 

 

 

 

 

 

 

 

 

 

 

 

 

이소연 작가소개 / 이소연

2014년 《한국경제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창작동인 <켬>으로 활동 중.

 

   《문장웹진 2019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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