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떨어져 있는 것들에 대한 외 1편

[2019 청년예술가 생애 첫 지원/문학분야]

 

 

멀리 떨어져 있는 것들에 대한

 

 

이서하

 

 

 

    사랑이 필요하다고 요나스는 말했다
    나는 그의 말을 하고 있다
    키우던 화분이 죽었을 때도
    내 것이 아닌 마당에 있을 때도
    뚜껑이 없다는 건 주인이 없다는 말입니다, 아무도 뚜껑을 좋아하지 않는 까닭에 주인은 집에서조차 함부로 나타날 수 없었다
    그래서 그의 마당은 늘 모르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그의 집은 초입부터 산꼭대기에 이르기까지 거대했기 때문에 그는 날마다 낯선 데서 시간을 때웠다
    창밖을 보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짧았다
    그가 아끼던 원목 테이블은 거의 사랑 받았다
    정확히는 그가 키우던 나무로 만든 테이블이었기 때문에 그 사랑은 그를 괴롭게 했다
    테이블을 보며 그는 말했다 내가 뭣 하러 저런 걸 만들었나?
    나무를 벤 것은 그였기 때문에 그는 우울해졌다, 이제 와서 무슨 소용이야
    먹다 남은 과자 부스러기, 담배꽁초, 깨진 맥주병이 뒹굴었다
    그에겐 아직 좋은 나무가 많았고 사람들은 그저 쉬러 온 것이었다
    나는 어린 나무를 심다가 그의 눈을 보게 된 것이다
    유리창 하나를 꽉 채울 만큼 큼직한 그의 눈은 울적함에 한껏 처져 있다
    사람들이 뚜껑이라고 부르는 것은 저 눈일지 모른다
    멀리 있어서 미래에 있다는 착각이 들 뿐
    갑자기 터져버리면 어쩌나, 불안한 사람들은 당장 그 집을 없애기로 한다 부숴버리기로 한다 굴착기로
    깎던 산이 전부 무너진다
    사고는 뚜껑 없음. 훼손된 것은 그뿐이다.

 

 

 

 

 

 

 

 

 

 

 

 

 

 

너희는 현재를 살거라

 

 

 

 

    아파서 죄송합니다, 모두가 저의 잘못이지요
    병은 목을 길게 빼고 있다 가끔 턱이 깨진다
    쏟아지는 내용을 받아쓰라고 배웠다
    전혀 놀랄 것도 새로울 것도 없는 과거
    저는 여기 있을 수 없어요 추방될 겁니다
    건강한 사람이 병에 대해 염려하듯 슬퍼한다
    자신조차 알지 못하기 때문에 모두가 행복하다
    아픈 적 없던 네가 병에 걸렸으면 좋겠다
    가난한 적 없던 네가 가난해지면 좋겠다
    사냥하려던 멧돼지에게 잡아먹히면 좋겠다
    무기를 집어 드는 것은 당신의 습관이다
    병은 자주 아픈 까닭에 병원을 찾았지만
    당신을 모르는 의사는 병을 고칠 수 없다
    처음 봤을 때보다 병은 상태가 좋았지만
    다른 사람을 위해 거짓말을 하고 있지
    병원은 과거가 되기에 완벽한 장소이다
    태어나거나 죽거나, 너희는 현재를 살거라
    거하게 취한 당신이 죽지도 않고 말한다
    하품을 했는데 입속에 불이 났지 뭡니까?
    사냥은 역시 손맛이지, 저녁에 잡은 것들이야
    식사에 초대받은 손님이 접시에 담으려는 순간
    물이 쏟아지고, 그건 물이 아니라 불이었다
    살려달라고 외치는 당신, 아무것도 아닌 당신
    잘 익은 당신에게 병은 목을 길게 빼고 말한다
    그러니까 네 입속에 아무도 없다고 하지 마

 

 

 

    * 본 작품은 2019 청년예술가 생애 첫 지원사업에 선정된 작가의 작품입니다.

 

 

 

 

 

 

 

 

 

 

 

 

 

 

이서하 작가소개 / 이서하

2016년 《한국경제》 신춘문예로 등단하여 작품 활동 중. 동인 <켬>.

 

   《문장웹진 2019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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