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에세이1] 고민해서 뭐할 건데

 

[연재에세이]

 

 

이야기를 통한 고민 해결 ‘고민해서 뭐 할 건데?’
– 목걸이를 풀어버리자.

 

 

김혜정

 

 

    파티에 초대받은 여자는 남편의 기대와 달리 조금도 기뻐하지 않았다. 파티에 어울릴 만한 옷과 장신구를 가지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분명 돈이 많은 여자들은 화려하고 예쁜 보석을 하고 올 텐데, 그 틈에 끼어 가난을 드러내는 것만큼 굴욕스런 일은 없으리라. 여자는 친구에게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빌린다. 파티 날, 목걸이를 목에 건 여자는 누구보다 행복했다. 하지만 파티가 끝나고 집에 돌아왔을 때, 목걸이를 잃어버렸음을 알게 된다. 똑같은 목걸이를 구해서 돌려주는 방법밖에 없다고 여긴 부부는 부모에게 받은 유산과 빚을 내어 3만 6천 프랑의 비슷한 목걸이를 사서 돌려준다. 그 빚을 갚기까지 꼭 10년이 걸렸다. 빚을 다 갚은 어느 날, 우연히 목걸이 주인인 친구를 만난다. 여자는 이제는 말 못할 이유가 없다고 여겨 친구에게 사실을 털어놓는다. 그때 친구는 말한다. “아! 가엾은 마틸드! 내 것은 가짜였어. 기껏해야 5백 프랑밖에 안 나가는…….”

내 인생작, 기 드 모파상의 『목걸이』

 

 

    가끔 책을 읽다 보면, 혹시 이 작가가 나를 위해 이런 글을 쓴 게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때가 있다. 내가 아주 좋아하는 종류의 이야기라서, 혹은 너무나 내 삶의 이야기 같아서. 기 드 모파상의 『목걸이』는 후자의 이야기다. 150여 년 전에 쓰인 이 단편소설을 읽고 있으면, 모파상이 내 귀에 대고 소곤거리는 것 같다. “지금 너도 저 여자랑 다르지 않아. 알고 있지?”

 

    여자의 허영심과 나를 연결시켰다면 곤란하다. 내가 허영이 없는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목걸이』를 또 천편일률적으로 해석하고 있는 사람을 만나서다. 학창 시절 국어 공부를 하면서부터 작가 생활을 하고 있는 지금까지 싫은 것 중에 하나가 작품의 주제, 교훈 등을 찾는 일이다. 중고등학교에서 문학 작품을 배울 때 선생님이나 참고서는 꼭 주제, 교훈을 정답처럼 만들어 놓은 후 외우라고 했다. 시험을 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외우면서도 ‘정말 이 작가가 이런 주제를 전달하기 위해 썼을까?’라는 의문을 마음속에 품었고, 그랬기에 국어 점수는 별로 좋지 않았다(학창 시절 내가 제일 못 한 과목은 국어와 체육이었다).

 

    작가가 되고 난 후 독자들을 종종 만나는데, 독자들은 또 묻는다. “작가님, 이 글을 쓴 의도가 뭐예요? 독자들이 작가님의 글을 읽고 어떤 걸 느꼈으면 좋겠어요?” 같은 질문. 그때마다 난 “그건 독자 자유예요.”라고 대답을 하는데, 질문을 한 사람의 표정은 좋지 않다. 뭐 저런 무책임한 작가가 다 있나 하며 날 바라본다.

 

    문학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방식은 천차만별이다. 물론 글을 쓴 작가의 이유는 있다(그것 없이 글 쓰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그건 작가의 몫이고, 글을 읽고 해석하는 건 전적으로 독자의 몫이다. 작가가 a를 의도했더라도, 독자는 b, c, d로 해석해도 전혀 상관없고, 그게 더 작품을 풍성하게 만들어준다. 오로지 a 하나로만 해석하고 받아들이는 건 전체주의 문학처럼 무섭게만 느껴진다.

 

    그렇기에 모파상이 어떤 의도로 작품을 썼는지는 궁금해 할 필요도 없고, 궁금하지도 않다. 국어 수업과 참고서가 알려준 교훈과 주제는 진작 갖다버렸다. 다만 나는 작품 속 주인공 여자가 너무나 안됐을 뿐이다. 차라리 목걸이가 진짜였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여자가 그 사실을 몰랐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별별 생각이 다 든다(물론 그렇다면 소설거리가 되지 못했겠지만). 여자가 목걸이를 목에 건 시간은 불과 하루도 채 되지 않았지만, 여자는 10년간 그 목걸이를 목에 건 채 힘겹게 살았다. ‘고민’이란 목걸이를 말이다.

 

    지나 보면 별일 아니라고 말하지 마

 

    여자와 나를 동일시하는 건 내가 ‘고민제조기’이기 때문이다. 학창 시절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나는 정말 쓸데없는 고민을 자주 한다. 서른이 훌쩍 넘고 작가 생활을 한 지 10년이 다 되어 가지만, 여전히 진로 고민을 하고, 싫어하는 친구를 어찌하면 좋을지 고민하고, 이제는 아이까지 낳아 키우다 보니 엄마로서의 고민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고민 없이 사는 사람이 어디 있겠냐마는 나는 좀 지나칠 때가 많다. 한 가지 고민이 생기면 며칠 내내 그 고민에 빠져 지낸다. 어쩌지, 어쩌지, 어쩌지, 어쩌지…… 도돌이표 노래를 부르듯 계속 그 생각만 반복한다. 그러다 결국 고민에서 빠져나오게 되는데, 그 방법은 ‘질려서’다. 구토가 나올 정도로 생각을 하다가, 정말로 머릿속에서 구토를 하는 경험을 하게 되면 그 생각을 당분간 쉬게 된다. 그렇기에 절대로 이건 해결 방법은 아니다.

 

    나는 “지나 보면 별일 아니야.”라는 말에 썩 위로받지 못한다. 누군가 내게 그 말을 하거나 그런 구절을 읽으면 잔뜩 인상을 쓴 채 되묻는다. “그건 결국 지나가야 해결된다는 거잖아요. 나는 지금 해결하고 싶다고요!” 하고 말이다. 과거는 별일 아닐지 모르지만,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시간은 현재다. 현재의 고민은 현재 해결되어야 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고민은 사실 지금조차 별일이 아닌 경우가 많다. 여자의 목걸이처럼 말이다. 잃어버린 값비싼 친구의 목걸이는 여자의 고민과 근심 자체였다. 10년간 여자는 지나치게 아끼고 아끼는 생활을 하였기에 너무 많이 고생했고, 나이에 비해 훨씬 늙었다. 그래서 친구는 여자가 인사를 했을 때, 여자를 알아보지도 못한다. 여자는 돈을 다 갚고 난 후에야 이미 지난 일이 되었기에, 친구에게 목걸이를 잃어버렸음을 당당하게 고백한다. 하나 알고 보니, 여자가 끙끙 앓고 힘들어했던 10년의 시간조차 별일 아닌 쓸데없는 일이었다. 여자에겐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지만, 여자는 괜한 걸 고민했던 거다.

 

    고민의 객관화가 필요해

 

    과테말라에는 ‘걱정인형’이란 게 있다. 고민이나 걱정 때문에 잠들지 못하는 아이에게 부모는 손가락만 한 인형을 선물하며 “이 인형이 네 고민과 걱정을 가져갈 거야.”라고 말을 한다. 아이는 잠들기 전에 인형에게 자신의 걱정을 말하고, 부모는 아이 몰래 그 인형을 치운다. 다음날 아침, 부모는 아이에게 “네 걱정을 인형이 가져갔어.”라고 말해 준다. 그러면 아이는 인형과 함께 걱정이 사라졌다고 느낀다는 거다.

 

    그걸 보면, 아이라고 고민이나 걱정이 없는 건 아닌가 보다. 고민은 어른들의 전유물 같지만, 모든 연령대의 사람은 나름의 고민을 갖고 산다. 어쨌든 걱정인형이 정말로 걱정을 가져갔기에 아이의 걱정이 사라졌다기보다, 걱정인형에게 말을 하는 행위가 걱정을 줄어들게 만든 게 아닌가 싶다. 말을 하면서 스스로 걱정을 정리할 기회를 얻지 않았을까?

 

    고민에 빠져 있을 땐, 혼자 마냥 그걸 안고 있다고 해결되는 경우는 잘 없다. 생각하면 할수록 더 고민만 된다. 고민은 개인의 일이기에 당연히 주관적인 건데 이걸 객관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머릿속은 무슨 생각이든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공간이긴 하지만, 정리되지 않은 엉망진창의 방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고민이 그 방에 있으면 다른 생각과 함께 정리되지 않은 채로 떠돌아다닌다. 심지어 다른 생각과 연관 짓게 되면 고민과 걱정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점점 늘어나 걷잡을 수 없을 때도 있다.

 

    이때 필요한 건 고민의 ‘정리’다. 걱정인형에게 말을 하는 것보다 더 좋은 건 종이에 쓰면서 정리하는 일이다. 나는 사람들에게 메모의 힘을 자주 강조한다. 원하는 일도 적어 보고, 고민되는 일도 적어 보라며 말이다. 생각은 아직은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일 뿐이다. 그걸 구체화, 현실화시키는 건 행위다. 그리고 메모야말로 그 행위의 첫걸음이자 초석이다. 고민되는 일이 있으면 그걸 종이에 적어 본다. 적다 보면, 생각만큼 고민거리가 많지도 않다. 생각 상태로 있을 땐 무척 커다란 일 같지만, 막상 적다 보면 그리 큰일이 아닐 수 있다. 또한 신기하게도 고민을 종이에 쓰고 있으면, 고민을 해결할 방법까지 떠오른다(사람의 뇌는 무궁무진한 방향으로 확장하는 걸 잊지 말자!). 그러면 그 방법도 놓치지 않고 적어 보는 거다.

 

    종이에 적은 걸 내 일이, 아니 다른 사람의 고민이라 생각하고 대하는 것도 고민 정리의 좋은 방법이다. 친구나 주변 사람에게 이런 일이 생겼다고 가정한 후, 나라면 어떤 조언을 해줄까, 어떤 해결책을 찾아가야 할까, 라는 식으로 접근해 본다. 의외로 해결책이 더 잘 떠오를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정리하고 객관화하는 작업을 하다 보면 고민의 부피가 줄어들거나 해결되는 경우가 꽤 많다. 머릿속으로만 백날 생각하면 해결 방법보다는 오히려 안 좋은 쪽으로 생각이 뻗치게 된다.

 

    내 고민을 들어줘

 

    나 혼자만의 고민이란 건 없다. 비슷한 처지의 사람은 대부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산다. 학생이라면 친구, 성적, 진로, 가족으로 비슷한 고민을 하고, 직장인이라면 적성, 월급, 업무 등의 고민, 부모라면 자녀와 관련된 고민을 한다.

 

    작가가 되고 나서 첫 번째 부딪친 고민은 ‘어떻게 원고가 까일 수 있을까?’였다(교양 있는 작가들은 까인다기보다 ‘반려’라고 표현을 하는데, 난 까인다는 걸 다르게 표현 못 하겠다. 원고 거절은 ‘까인다’는 표현이 딱인 듯하다). 10년 동안 작가 공모전에서 떨어지면서 힘들었던 것 중에 하나는 내가 쓴 글이 세상에 나오지 못한다는 사실이었다. 작가가 되고 싶은 이유는 내 글을 다른 사람들이 읽어주기를 바라서였다(혼자 쓰는 게 재밌으면, 그냥 혼자 쓰면 되니까 굳이 작가가 되지 않아도 됐을 거다).

 

    등단을 한 작가의 글은 책으로 묶여 나오는 게 당연한 줄 알았다. 운이 좋게도 세 번째 책까지는 출판사에서 OK를 해서 다 책으로 나왔다. 하지만 네 번째 원고를 두고 출판사는 난색을 표했다. 아무래도 이 원고는 좀 힘들 것 같다는 말을 들었을 때, 공모전에서 떨어졌을 때보다 더 힘들었다. 내가 되게 형편없게 글을 썼구나, 내 책이 잘 안 팔려서 출판사에서 더는 책을 안 내주려나 보다, 앞으로 나는 어떻게 해야 하지, 다음에도 또 까이면 어쩌나, 괜히 작가가 된 걸까…… 등등 별별 생각을 다했다. 그 당시 얼마나 힘들었냐면, 무작정 내과 병원에 가서 마음이 너무 아프니 약을 좀 달라고 해서 약까지 먹었다.

 

    훗날 친한 동료 작가들이 생기기 시작했고, 원고 까였던 이야기를 털어놓으니 다들 “혜정 씨, 나도 그랬어.”라고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더 나아가 실은 유명 작가 A도 까였다더라, B도 그랬다던데, 라는 문단의 뒷얘기들도 들을 수 있었다. 그 말들이 어찌나 힘이 나는지, 후훗). 알고 보니 나만 까였던 게 아니었다. 하지만 작가가 된 초창기에는 그걸 잘 몰랐다. 작가가 쓴 책은 으레 다 책으로 나오는 줄 알았기에 혼자 엄청난 고민을 했다. 작가 생활을 한 지 8년이 되었고 책이 여러 권 출간되기도 했지만, 그만큼 나는 많이 까이기도 했다. 이제는 나만 원고를 까이는 게 아니라는 걸 알기에 출판사에서 NO라는 대답을 들었을 때 조금 덜 힘들다.

 

    고민이 있으면 그걸 누군가에게 털어놓자. 내 고민을 함께 겪고 있는 사람들, 혹은 이미 겪었을 사람들에게. 고민을 이야기하다 보면, 내 고민만 유독 힘든 게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그리고 보너스로 고민 해결 방법까지 얻을 수 있다. 까인 원고를 두고 속상해하는 내게 동료들은 “그러지 말고 다른 출판사에 보내 봐.”라거나, “근데 내 생각에는 그 원고는 이렇게 고쳐 보는 게 좋을 것 같아.” 등 조언도 해주었다.

 

    여자도 차라리 친구를 찾아가서 솔직하게 고백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네 목걸이를 잃어버렸어, 하고 말이다. 그랬다면 친구는 그때 가짜인 걸 알려주고, 여자는 10년 동안 그리 살지 않았어도 되었을 텐데.

 

   목걸이여, 안녕!

 

    작가가 되고 나서 계속 비슷한 고민을 반복해서 했다. 왜 내 원고가 까이는지, 내 책은 왜 안 팔리는지. 이야깃거리가 안 떠올라 하는 고민은 발전적이지만, 원고 반려나 판매량에 대한 고민들은 전혀 나를 이롭게 만들지 않았다. 아무래도 고민 해결 매뉴얼을 돌려야겠다 싶었다.

 

    우선 종이에 고민을 적는다. 고민 1. 원고가 까였다. 고민 2. 책이 안 팔린다. 종이에 적어 보니 답은 너무나 쉬웠다.

 

    원고가 까였다-> 더 재밌게 쓰자.
    책이 안 팔린다-> 더 재밌게 쓰자.

 

    내 모든 고민의 해결책이 하나였다니! 이렇게 간단한 걸 왜 쓸데없는 생각들을 하고 살까 싶었다.

 

    그래도 여전히 고민 때문에 답답할 때면, 동료 작가들을 찾아가 말했다. 그러면 돌아오는 답은 하나다. “나도 요즘 그래.” 역시 나만 그런 건 아니구나.

 

    고민 때문에 심각해질 때면, 나는 여자의 목걸이를 떠올린다. 나 역시 그 목걸이를 계속 차고 있는 게 아닌지 말이다. 목걸이에 저당 잡힌 삶은 살지 말자고 오늘도 다짐해 본다.

 

 

 

 

 

 

 

 

김혜정

작가소개 / 김혜정

1983년생. 청소년 소설과 동화를 주로 쓰는 작가, 실은 이야기 중독자. 이야기를 읽고, 보는 걸 너무 좋아하다 보니, 직접 만드는 작가가 되었다. 1년에 150여 권의 책을 읽고, 50여 편의 영화를 본다. 이제까지 쓴 책으로 『하이킹걸즈』, 『닌자걸스』, 『판타스틱걸』, 『다이어트 학교』, 『텐텐영화단』, 『잘 먹고 있나요?』 등 청소년 소설과 『우리들의 에그타르트』, 『맞아 언니 상담소』 등 동화, 에세이 『시시한 어른이 되지 않는 법』이 있다.

 

   《문장웹진 2016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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