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TERMINAL 외 1편

[신작시]

 

 

잠시 TERMINAL

 

 

정기석

 

 

 

    버스 차창에 먼지가 쌓이는 템포로 읊조리기
    읊조리듯 노래하기 노래하듯 숨 쉬기 숨 쉬듯 흔들리기
    나아갈 때 나무는 기울어지고
    우리는 흔들리듯 죽지
    죽지 않은 듯이 새벽

 

    떠나온 것으로부터 아직도 떠나는 시간에
    가로등불이 켜져 있고 해가 떠오르는 시간의 교차로에서도
    떠나가고 있구나
    너는 앉아 있는데 버스는 달리고 있구나

 

    시계를 바라본다
    시간은 언제나 너보다 조금 더 빨랐다
    버스보다도 나의 시계보다도

 

    너의 새벽으로부터 떠나온 새벽을 온통 모아
    끝없는 벤치의 끝에서 대기한다
    허리를 깊숙이 굽히고 돌아갈 시간을 검색하는 일

 

    그럴 때 너는 벤치를 닮았구나 아니
    의자가 너를 닮았구나 그런 의자 위에 내가 앉으면
    그 위에 네가 앉고 그 위에 다시 내가 앉고
    뻐근해진 무릎에 힘을 주고 일어나는 일 다시
    저편에 앉았다가 이편으로 이편에서 저편으로

 

    콘센트를 찾아 두리번거리는 방전된 사람들
    누구의 누구를, 그들의 접속한 관계를 떠올리면
    몇 분쯤은 어지러워진다

 

    그럴 때 우리는 등껍질 없는 거북 같아, 무른 등 위로
    창밖이 조금씩 밝아지고 있다 6:46

 

    우리는 빛보다 조금 진하고요
    가죽은 피부보다 조금 일찍 죽었고요
    조금 덜 아프고요, 앞에서는

 

    서로의 머리에 기댄 사람들이 앉아 있다
    오래 앉아 있으면 앉은 채 흩어지기 마련이다
    지구본은 구르는 대신 공기를 감을 뿐이고

 

    배경이 지나간 자리엔 알로에가 심어진 이국
    화분이 놓인 약국 앞의 벤치에 다시 앉은 채
    시간이 우리의 자리에 대신 앉기까지

 

    모든 뒤는 앞을 뒤흔들고

 

    커튼을 열고 어둠이 모자라는 듯이 하품하기
    하품하듯 일어나기, 아직은 빛이 아닌 듯 걷기
    버스정류장에서 기다리기, 혼자서
    걷다가 멀리서 돌아보기

 

    표정은 흔적을 남깁니다
    지을 표정이 없을 때까지
    표정 지을 얼굴이 지워질 때까지

 

    우리는 아침까지도 영원하지 않고

 

 

 

 

 

 

 

 

 

 

 

 

 

 

정거장의 북쪽 끝

 

 

 

 

    새벽 5시면 존은 화장실 물청소를 한다
    솔로 곰팡이 얼룩을 닦으며 존은 중얼거리고
    나는 존의 말이 되어 멀리 떠난다
    우리가 서로 멀어져 해변이 넓게 펼쳐졌다

 

    둘 중 하나는 외로워서 존은 등허리를 두드리며
    내가 해변의 어스름을 헤치며 떠나가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걸음마다 모래알이 언 눈 부서지는 소리를 냈다

 

    떠나는 것을 붙들기 위해 형용할 수 있는 말은 없다

 

    멀어진 내가 흔한 모래알처럼 흐릿해지는 곳에서
    나는 추위에 떨고 존은 다시 지진계처럼 중얼거리고
    얼룩마다 내가 떠난 흔적들이 무수하고

 

    나는 멀리 떠나 왔어. 당신이 거기에도 있었을 뿐

 

    비수기의 해수욕장에 빈집이 하나 있어
    하늘을 볼라치면 갈매기는 돌멩이가 되어 뚝뚝 떨어졌다

 

    당신은 넓고 느린 정거장 같아
    정거장 끝에 다시 정거장
    끝에 끝이 이어진 긴 정거장

 

    혼자 떠나는 말, 존은 대신 발자국을 찍고
    떠나는 말, 발자국에 눈 덮이고
    말, 어디쯤

 

    우리는 서서히 최초의 위치를 포기한다

 

    밤이 되면 정류장에서
    우리는 서로의 외피를 바꿔 입어 가며
    서로를 기다린다

 

    새벽 5시가 돌아온다

 

 

 

 

 

 

 

 

 

 

 

 

 

 

정기석

작가소개 / 정기석

2014년 《문학사상》 시 등단. 2018년 중앙신인문학상 평론 등단.

 

   《문장웹진 2019년 10월호》

 

kakao

댓글남기기

  Subscribe  
Notify o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