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색 외 1편

[2019 청년예술가 생애 첫 지원/문학분야]

 

 

수색

 

 

류성훈

 

 

 

    차단기를 올린다 서로 잠든 모습도 일어서는 모습도 본 적 없던 이들이 덩굴손처럼 기어나간다 지겹도록 따뜻해지지 않는 먼지를 쓰고 옆집의 얼굴도 딸의 졸업도 볼 수 없던 그의 빈집이 전구를 보고 있었다
    잠시 열린 문으로 나간 고양이를 아무도 찾지 못했고 그해도 이듬해도 아무도 돌아오지 않았고 모두가 다음엔 더 좋은 일로 보자고 인사했었다
    제 집이 없는 곳, 나는 그의 얼굴을 잊었고 또 오겠다고 쉽게 말하던 곳에 들어선 방송국 신사옥을 보면서

 

    꽤 오래 살았다 당신은 땅과 사람이 서로를 떠미는 기찻길에서 차라리 노랗고 키 큰 중장비를 사랑했네, 담요를 덮고 술잔을 치우고 조율만 잘 된 기타를 만지작거리면서
    우리는 반짝이는 곳만 바라보았다 누가 저건 항공장애등이라 했고 누구는 저걸 납품하는 회사 이름을 안다고도 했지만 누구도 오래된 건물과 밤바람을 추억할 순 없었다
    또 오겠다고 쉽게 말하면서, 자주 모이는 작은 별빛들인 척 하면서 아무도 기중기가 되고 싶다고 말할 순 없었다

 

    나는 캄캄한 하늘, 반짝이는 꼭대기에 앉아
    하얀 안전모 같은 고양이를 안고 싶었다

 

 

 

 

 

 

 

 

 

 

 

 

 

 

밤 까기

 

 

 

 

    같은 뜻, 같은 말
    백 개를 읽는데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다

 

    관심이 없어서
    이쪽이든 저쪽이든 나는
    그중 하나여서

 

    티브이 앞처럼, 엄마
    이거 잘 못 까겠어

 

    너는 아닌 것 같지
    그렇게 하지 말고, 잘 보면
    밥알 같은 벌레가 나온다

 

    보는 사람이 더 부끄러운
    품앗이 이크 에크

 

    부르지도 불리지도 않는
    밤이 손을 벤다

 

 

 

    * 본 작품은 2019 청년예술가 생애 첫 지원사업에 선정된 작가의 작품입니다.

 

 

 

 

 

 

 

 

 

 

 

 

 

 

안미옥

작가소개 / 류성훈

1981년 부산 출생. 2012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 등단.

 

   《문장웹진 2019년 10월호》

 

kakao

댓글남기기

  Subscribe  
Notify o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