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인 가족 외식 출행기 외 1편

[신작시]

 

 

5인 가족 저녁 외식 출행기

 

 

문신

 

 

 

    나는 한 명의 아내와 세 명의 아이들이 있다
    ― 이렇게 말하는 걸 보니 나는 아직 이십 세기의 사유에 갇힌 모양이다. 나에게 아내와 아이들이 있는 것이 아니라
    나는 한 명의 아내, 세 명의 아이들과 산다
    ― 이렇게 말하는 것도 만족할 만하지 않다 굳이 개체를 헤아리듯 한 명 한 명 세어야 하나
    나는 아내와 세 아이들과 더불어 산다?
    아니, 나와 아내와 아이들 셋이
    ― 그렇다, 부족하나마 이 표현이 그래도 마땅해 보인다
    그렇게 우리 5인 가족이 어쩌다 외식을 하자고 식당을 찾아가면
    4인용 테이블 하나에 간이의자 하나를 모퉁이에 붙여 주는 식당이 있고
    테이블 두 개를 넉넉하게 쓰라고, 통 크게 손바닥을 펴 보여주는 식당도 있다
    ― 이런 식당일수록 사장님의 첫인상이 별로인 경우가 많은 것도 참 이상한 일인데
    그런 경우는 드물어서
    주로 우리 5인 가족은 4인용 테이블에 엉거주춤 엉덩이를 붙이고 앉는데
    ― 짜장면이든 삼겹살이든 잔치국수든 비빔밥이든
    5인 가족이지만 막내의 뱃구레가 여물지 못해서 흔히는 4인분을 주문하거나
    3인분을 주문하면서 하나는 곱빼기를 넣는데
    그러면 또 주문을 받는 종업원들의 반응도 제각각이어서
    ― 아르바이트 학생의 경우 별 생각이 없는 것 같지만
    콧잔등에 주름을 잡아끄는 사람은 필시 사장님이거나 그 혈연인 경우이고
    주문서를 쥔 손등에 푸른 힘줄이 돋는 사람은
    ― 아내가 주문을 하는 동안 종업원의 표정과 몸짓을 유심히 관찰한 내 경험칙을 적용하면
    그 식당에서 오래 일한 터주 같은 존재인 경우가 많았다
    그런 날에는 여분의 접시를 달라고 부탁하기 민망해서
    반찬 하나를 맨입으로 해치운 후 앞접시로 삼고는 하는데
    5인 가족의 저녁 외식은 양껏 먹어도 허기를 메꾸는 데는 실패하고 만다
    ― 그럼에도 우리의 테이블은 파장의 전형을 보여주는 데 부족함이 없고
    나는 아내와 아이들에게서 이만큼 뒤처져 걸으며 딴딴한 5인 가족의 저녁 외식을 가만히 두드리면
    4인용 테이블의 간이의자처럼 옹색한 자세로 공복의 밤은 부풀어 오른다
    ― 터무니없긴 해도 이것이 나와 아내와 아이들 셋 그렇게 5인 가족의 저녁 외식 출행기이다

 

 

 

 

 

 

 

 

 

 

 

 

 

 

잔도棧道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저녁이면 눈 닿는 공중에 잔도를 놓는다

 

    공중도 벼랑이어서 딛고 설 자리 마땅하지는 않다

 

    잔도는 무슨 세월처럼 간당거리며 공중을 건너고 그 아래 안개가 까마득하게 휘몰아친다

 

    건너다는 말에서 지탱할 수 없는 여백을 읽어내듯 잔도는 혼자 버티는 중이다

 

    혼자 홀로 이런 말을 들으면 어깨는 눈사태처럼 무너져 내린다

 

    그래도 혼자다

 

    이 밤 잔도를 건너 닿고자 한 곳이 무릉은 아닐 텐데

 

    잔도를 건너오던 몽유(夢遊)를 마중하느라 복숭아꽃 두어 송이 꺾고 말았다

 

    분명 이것도 큰 죄임에 틀림없다

 

    나는 천 년을 두고 잔도를 놓아야 하는 노역의 벌을 이마에 새겼다

 

    아흔아홉의 밤이 지나고 백 번째 날이 밝으면

 

    판판한 돌 하나 짊어지고 첫날 매달아 두었던 잔도에 올라설 것이다

 

    서툴렀던 솜씨에 이력이 붙더니 저물기 전에 잔도 하나 놓을 만큼 되었다

 

 

 

 

 

 

 

 

 

 

 

 

 

 

 

유수연

작가소개 / 문신

2004년 《세계일보》 신춘문예(시), 2015년 《조선일보》(동시), 2016년 《동아일보》(문학평론)로 등단. 시집 『물가죽 북』, 『곁을 주는 일』이 있으며, 현재 우석대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문장웹진 2019년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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