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시 외 1편

[신작시]

 

 

신도시

 

 

유수연

 

 

 

    바다는 바다이고 바다는 바다이며
    그리움은 그리움이 아니었다 눈물은 모두 눈물이 아니듯
    슬픔이 어디 모두 슬픔일까

 

    지옥에 사는 이들이 불길이 덜 닿는 곳을 분양하고 있었다

 

    시인은 모두 자기가 만든 신에 관해서 얘기하기 바빴고
    종교인들이 모여 건물을 짓고 있었다
    모이면 기도를 하기로 했지만

 

    하루도 기도하지 않으며 벽돌만을 날랐다

 

    바다는 바다이고 바다는 바다이며
    그리움은 그리움이 아니었다 눈물은 모두 눈물이 아니듯
    슬픔은 모두 어디서 슬픔이 되었을까

 

    오빠! 고생 많았어!
    외치는 어머니를 부여잡고 그날 밤은 형제가 죽는 꿈을 꾸었어도

 

    이토록 내가 죽을 꿈은 꾸지 못했다

 

    화장터 앞에 늦게 만개한 꽃도 죽음이면 죽음이고
    유골함에 새겨진 난과 대나무를 비교해 주며
    이것은 여성용 이것은 남성용 구분하는 것도 사회이면 사회이겠지만

 

    자지나 보지나 근육은 뼈보다 먼저 재가 되는 것

 

    바다는 바다이고 바다는 바다이며
    그리움은 그리움이겠지
    눈물은 모두 눈물이 아니듯이 슬픔은 어디 슬픔으로 가득할까

    나는 죽지 말아야지
    나는 죽지 말아야지
    나는 죽지 말아야 하는데
    나는 죽으면 안 되는데
    절대 먼저 죽고 싶지 않은데
    꼭 죽어야만 한다

 

    그러나 돌벼루가 물이 될 때까지 슬픔에도 구멍이 날 때까지 어금니가 송곳니가 될 때까지 뼈가 나무뿌리랑 헷갈릴 때까지 살아서 살아내서 잘 살아가겠습니다, 다짐하는 것이다

 

    엄마! 미안해!
    나 편하자고 죽어버리고 싶다.

 

    어쩔 수 없이. 「죽었다」 말하게 되는 날이면 전자레인지에 돌린 비닐처럼. 뼈마디마다 쪼그라들어 달라붙은 비밀을 깎으며 녹은 컵처럼, 온종일 우울하겠네, 나의 부모는.

 

    그러나 바다는 바다이고
    말하지 않아도 되는 것은 말하지 않아도 정말 괜찮은 일이 되고

 

    확인서를 받아 와야 하는 도시는 도시로 있겠지.

 

    바다는 바다이고 바다는 바다이며
    그리움은 그리움이 아니듯
    눈물은 모두 눈물이 아니듯
    슬픔이 모두 슬픔으로 되돌아오지는 않는다

 

    관에서 새는 물을 보며
    재가 되는 것이 낫겠다 싶은 묘지엔 아파트가 들어설 것이고
    바다가 보이는 면과
    봉분이 보이는 면의 분양가 차이가 생겨날 것이고

 

    바다는 바다이고 바다는 바다로 있겠지만
    그리움은 그리움이겠지만 눈물은 어디 모두 눈물로 밀려올까
    슬픔은 잠겨 죽지 않게만 슬픔이었으므로

 

    바다 앞에 옷고름이 풀린 봉분은
    노래처럼 흔들거리고

    커튼을 다는 창이 많아지겠지

 

    바다야,
    열린 바다로 사람이 나와 이불을 터는

 

    바다는 바다야,

 

    그러나 다시 바다는 바다는 바다는 다시

 

    바다는 바다이고 바다는 바다이며
    그리움은 그리움이 아니듯 눈물은 모두 눈물이 아니듯
    슬픔이 모두 슬픔으로 개축되지는 않는다

 

 

 

 

 

 

 

 

 

 

 

 

 

 

하슬라

 

 

 

 

    묶인 개가 반경을 어슬렁거린다

 

    내리는 것을 향해 짖어댈 때마다
    아무도 돌아오지 않는 메아리가 자유를 찾았다

 

    사라질 무언가를 내려다보면
    정수리가 하얗게 변한다

 

    연기가 피어나는 인가에는
    얕은 숨처럼

 

    검은 나무를 가득 놓아두었다

 

    "인물이 아무것도 찾지 못했다",
    생각했다 아무것도 보지 못했으므로 마른 장작을 던져 넣는다

 

    외부에는 설원이 번져 가고
    마른 가지가 부러지면 불꽃이 튄다

 

    어둠 같은 눈동자에 불이 드리울 때.
    새벽과 같은 얼굴로 현관에서 어깨를 털어내는 이.

 

    공중에서 놓친 흰 천처럼, 그렇게 놓친 것이 떨어지고

 

    올 사람이 아무도 없는데
    개는 조용히 잠들어 있고

 

    어디에 떨궈도 봉오리가 생기는 거대한 못이 문 밖에 있었다

 

    내리치기보다는 살포시
    덮어 두었으나

 

    흰 피를 닦은 흰 천은 아물지 않았다

 

 

 

 

 

 

 

 

 

 

 

 

 

 

 

유수연

작가소개 / 유수연

2017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

 

   《문장웹진 2019년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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