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해와 향유고래 외 1편

[신작시]

 

 

북해와 향유고래

 

 

이병일

 

 

 

    수평선이 굵어지면 북해보다 큰 무지개가 떠오른다

 

    한 삼백 년 거뜬하게 사는 향유고래
    북해의 물속에서는 오래 숨을 참지 못해 음파는 커진다
    검은빛이 밝은 곳에서는 음파의 색과 방향마저 잃었다
    그때 경랍(鯨蠟)이 뇌를 갉았지만 괴로워하지 않았다

 

    해 뜨고 달지는 심해; 그 아늑한 시간 속을 헤치면서
    아가리 크게 벌리고 죽어야 큰 무지개 하나 짠다는 것을 안다
    저 향유고래,
    옆으로 누워 있으니까 조용한 백양나무 두 그루,
    더 이상 물거품 내뿜지 않았다

 

    서로 기도하면, 목마름이 조상의 메아리임을 알게 될까?

 

    두려워하지 마라! 물길을 믿으면 모든 구속에서 해방되니까
    그러나 향유고래가 낮은 수로에 갇히자
    갑자기 물새 떼들이 목이 잠긴다
    은빛 금빛 너울들이 향유고래의 시야를 감아들인다

 

    북해에 있는 것들아, 잘 있거라
    오늘 향유고래의 흥이 북두칠성 끝자리로 올라간다

 

    백양나무 두 그루,
    제 죽은지도 모르고 달빛만 일렁거려 잠을 잘 수가 없다

 

 

 

 

 

 

 

 

 

 

 

 

 

 

파랑새가 된 사람

 

 

 

 

    초분(草墳)이라는 말에 한 사람을 묻었다

 

    채마밭 근처, 애도의 자세가 노랗다
    저승에 닿는 거리,
    나비가 읽지 못하는 사후의 일이다

 

    낮과 밤이 둘로 갈라지듯
    뼈와 살은 흙의 얼룩과 빛으로 돌아간다
    한 세상 떠돌면서
    아직도 멀리 가지 못했는지,
    돌부리만 일렁거린다
    태풍이 왔지만 초분은 무너지지 않았다

 

    물난리 난 어느 오후의 왕잠자리 나와 놀듯
    진흙 두꺼비 앉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고
    땅벌레들 붉은 빛을 훔쳐 와서 아궁이를 굽는다

 

    그사이, 파랑새가 된 그 사람
    뺨에 옮겨 붙은 호시절을 서쪽 가지에 걸어 두었다
    바람이 바투 붙은 자리마다 구멍이 숭숭 쏟아진다

 

 

 

 

 

 

 

 

 

 

 

 

 

 

 

류휘석

작가소개 / 이병일

2007년 《문학수첩》 등단. 시집 『옆구리의 발견』, 『아흔아홉개의 빛을 가진』.

 

   《문장웹진 2019년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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