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사람이 남은 방 외 1편

[신작시]

 

 

남은 사람이 남은 방

 

 

희음

 

 

 

    아이가 물었다
    하나가 된다는 게 뭐야?

 

    아이의 할머니는 개를 바라봤다
    개는 오랜 잠으로 코가 말라가고 있었다
    산책할 때가 됐는데······

 

    아이는 또 물었다
    하나가 된다는 건 뭐야?

 

    당장 바깥에 못 나가면 어떨 것 같아?
    할머니는 되물었고
    아이는 지금은 밤이라 했다
    자기는 깜깜한 게 싫다고도 했다

 

    할머니는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고 했다
    늙어서도 죽고 외로워서도 죽고
    너무 사랑해서 죽기도 하지만

 

    죽는 사람은 자기밖에 생각 안 한다
    남은 사람은 남은 사람을 위해 운다
    또 그건 자기 자신이기가 쉽다

 

    아이는 울음을 터뜨렸고
    밤의 뺨을 때리듯 손 흔들었다

 

    할머니는 어김없이 개를 데리고 나갔다

 

    돌아오니 아이는 죽어 있었다
    원래부터 그렇게 되어 있었다

 

    할머니는 바깥으로 개를 데리고 나갔다
    합심한 밤이 웃고 있었다

 

    한 번 엎드린 개는 다시 일어나지 않았다

 

 

 

 

 

 

 

 

 

 

 

 

 

 

꿈나물

 

 

 

 

    손톱을 깎고 나면 올바른 사람이 된 것 같다
    거울을 보지 않고도 좋은 표정을 지을 수 있다

 

    니 말들이 역겨워,
    넌 쓰레기야

 

    다시 손톱을 깎는다
    아무리 깎아도 손톱은 끝끝내 남아 있다
    거울이나 유리창 앞에 설 수가 없다

 

    너랑 뒹구는 꿈을 꿨다,
    넌 나를 못 떠나,
    니 맛이 이렇게 생생한데,
    그 야하고 역한 맛,

 

    백한 번째 메시지

 

    속속들이 들여다본다
    손톱 끝이 빨갛다

 

    이제야 쓰라리다

 

    더는 아무 표정도 만들지 않는다
    마음먹지 않는다

 

    꿈에서 너는 팔다리도 입도 똥구멍도 없다
    눈만 감았다 뜨는 네 앞에
    전신거울을 두고 나온다

 

    꿈을 털고 일어나
    나물에 밥을 비빈다
    새소리가 들린다
    난생처음
    새의 이름이
    궁금하다

 

 

 

 

 

 

 

 

 

 

 

 

 

 

 

희음

작가소개 / 희음

2016년 시와반시 상반기 신인상 수상. 시집 『구두를 신고 불을 지폈다』(공저).

 

   《문장웹진 2019년 0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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