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다락 외 1편

[신작시]

 

 

빛의 다락

 

 

최현우

 

 

 

    절박해 보여
    아니, 배가 고픈가?

 

    저 눈동자는
    아래로 흐르려나

 

    지겨워 보여
    재미없나?

 

    그런 건 아니래
    미안하다며 돌아간다

 

    너무 많은 시를 쓰느라
    마음을 잃었구나

 

    서글퍼 보여
    아니, 이젠 믿음이 없나?

 

    말조심해
    증오와 긍휼을 착각하는 자야

 

    닳아 없어지는 생활에
    지문이 궤적을 남긴다
    이걸로는 아무것도 씻을 수 없지

 

    저 찰기 없이 마른 손바닥을 봐
    수많은 금을 만든 채로
    불쑥 들어온다

 

    부서져 보여
    아니, 억지로 붙여 놓은 듯이

 

    안아 달라고 말해
    묶고 꺾고 묻히고 닦아 달라고 말해
    잡고 놓지 말라고 말해
    차라리 구해 달라고 말해

 

    내 영혼의 깊은 바닥
    당신의 정수리가 보입니다
    저희 노래가 들리십니까

 

    필요 없어?

 

    쉿,
    누군가 듣고 있다

 

 

 

 

 

 

 

 

 

 

 

 

 

 

 

 

 

 

    아플 땐 먹어야 한다

 

    그릇 속으로 나무숟가락을 저어 가며
    지나가는 것들이 지나가고
    지나가지 않았다는 듯이 달라붙을 때까지
    숟가락으로 글씨를 적듯
    아니, 기어코 표정이 될 때까지

 

    기억은 병이 아니다
    시간에는 환부가 없다

 

    매콤소고기죽과 모듬야채죽 사이에서
    하나를 먹으며 다른 하나의 맛이 궁금할 때
    내일 또 먹어야 할 텐데, 내일, 또 내일
    피식 웃는 순간이
    아픔의 점성이다

 

    일상의 농도다

 

    입술을 닫아라
    세상에는 질병이 창궐하였고
    전염하였다

 

    습도 높은 인간 냄새와
    그보다 지독한 사람의 말과
    꿈과 희망과 모두의 사랑
    자존심과 함께 매일 밤 침대에 눕혀 놓고
    집을 나선다면

 

    스르르
    지운다면

 

    죽은 하필 죽이어서
    씹을 것도 없이

 

    살겠지

 

 

 

 

 

 

 

 

 

 

 

 

 

 

 

최현우

작가소개 / 최현우

2014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작품 활동 시작.

 

   《문장웹진 2019년 0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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