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란(騷亂) 외 1편

[신작시]

 

 

소란(騷亂)

 

 

이기록

 

 

 

    귀가 왼쪽으로 흐를 때 그들은
    매일 국수집에 들러 한 움큼의 머리카락을 쏟아 놓고
    떠났다 기댄 뼈들이 갇혀
    무너졌다 몸을 가릴 만한 순간을 만들기 위해
    쉴 곳을 찾아 헤맬 때

 

    가장 완벽한 모자를 쓰고 눈들이 걸어왔다 정면을 바라보는
    순간을 기록했다 놓친 시간들이 웅성거렸다 뒷모습은
    언제나 눈을 뜨고 있었다

 

    수컷들은 수컷다웠지만
    암컷들은 암컷다웠다 유리들은 소란스러웠다 오래
    기다려야 했다 두 개의 손가락을 걸어 두었다 걸음을 따라

 

    눈들이 돌아갔다 말랑한 면발을 들어 보이자 슬픔은
    굳세게 살아남았다 기척을 따라 움직이는 것들은 가볍게
    더러워졌다 벌거벗은 미소만 단단한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너무 나이 들었다 우리는

 

 

 

 

 

 

 

 

 

 

 

 

 

 

나는 얼마나 달아질까

 

 

 

 

    상갓집에 다녀온 후 입 속 가득 설탕을 씹었어 입술을 오므리고 하얗게 웃어 보였지 투명한 것은 용서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랄까 몸속에서 흉이 모이기 시작했어 흔들리는 건 더위 때문이니까 어깨부터 섞기 시작했다고 썩기 시작한 말들이 미세한 균열들을 받아들였어 예리하게 굳었고 싫어하던 단어들을 몸에 새겼고 바닥에서

 

    여전히 잠이 들었어 주시하는 화면에선 철 지난 뉴스만 반복 중이라서 들리던 냄새들은 설었어 남은 운명이란 냄새뿐이니 기억한 적 없다는 듯 거침없이 탁자를 두드렸어 뜰 수 없는 것들은 수건으로 닦았지 닦아도 마르지 않는 늪이 드러나자 새들이 날아올라도 조문은 멈추지 않았어 질퍼덕한 말들조차 가지런히 꽂힌

 

    헐렁한 맥박이 말라붙었어 불을 다 꺼놓고 하얀 꽃만 반짝였지 동그랗게 모인 슬픔을 따라 팝콘처럼 퍼졌지 매듭 같은 것이 술잔 속에 빠져 아득했어 흘러가는 속삭임인 줄

 

    달콤함이 가득 배었지 무심히 베였어 살아 있다면 함께하지 않을 거라며 입 안 가득 설탕을 부었으니 얼마나 달아질까, 닳아질까

 

 

 

 

 

 

 

 

 

 

 

 

 

 

 

이기록

작가소개 / 이기록

2016년 《시와사상》 등단. 〈다시〉 동인.

 

   《문장웹진 2019년 0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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