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는 다 새 외 1편

[신작시]

 

 

목소리는 다 새

 

 

신용목

 

 

 

    잠에서 깼는데, 가슴에 깃털이 하나 붙어 있다. 어디서 묻혀온 것인가.
    꿈은 날개가 있어서 어디든 내려앉을 자리가 필요했는데, 하필 몸인가.

 

    호수인가.

 

    아침마다 하얗게 지워지는 꿈을 생각하면 푸른 호수를 헤엄치는 흰 새의 그림자 같기도 하지만

 

    잠에서 깨어나듯
    호수를 깨뜨릴 수는 없으니까,

 

    웅덩이쯤이면 어떨까. 오늘 같은 날 해는 하루 종일 웅덩이를 깨뜨린다.
    조금씩

 

    늙어 간다.

 

    사람들이 하나씩의 웅덩이라면 비온 뒤 바닥에 고인 물이라면, 여름 폭우와
    폭우 속의 잠과

 

    아직 깨어나지 못한 꿈속에서, 바람에 나뒹굴던 장미 넝쿨이 그 웅덩이에 빠져
    핏줄이 되고
    심장이 뛰고, 웅덩이가 웅덩이로 일어나 눈을 뜨고 걷는다. 달린다. 넘어져 빨갛게 흐르는 피가
    모든 것의 시작인
    이유.

 

    웅덩이가 웅덩이에게
    건네는 고백,

 

    이제 목소리에 대해서 말할 수 있다. 잠든 사이 몰래 몸으로 내려앉아
    꿈속의 물을 마시고 다시

 

    마른 쪽으로 날아가는 새.

 

    어떤 고백은 날아가다 다시 웅덩이에 빠지기도 해 종종 그 새들을 품고 우는 이를 만난다.

 

    울음소리는 알인가.
    헤치고 들어간 어느 섶에서 동그랗게 발견된다.

 

 

 

 

 

 

 

 

 

 

 

 

 

 

슬픔의 거인이 왔다

 

 

 

 

    거인은 왜 슬플까, 그 큰 몸으로 걸어오며 가리는 햇빛, 거인을 본 일은 없다,
    거인의 그림자 때문에.

 

    거인은 계속 자라는 중이다, 우리의 이야기 속에서.

 

    거인은 이야기를 먹고 크는구나,
    생각했다.
    어느 날 자작나무 숲에서 너는 울었다. 왜 울어? 몰라, 그냥 눈물이 난다고.

 

    나는 네가 무언가 잊어버리는 중이라고, 네가 우는 사이 네 이야기로부터 슬그머니 빠져나가는 것.

 

    울음을 먹고 크는 것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뒷걸음질로 걸어가며 환하게 햇빛을 남기는 것

 

    햇빛이 쏟아지는 텅 빈 마당에서
    너는 소리친다.
    돌아와, 거인에게 거인의 그림자에게 그림자의 이유인 햇빛과 이유가 사라져 버린 목소리에게.

 

    순간, 모든 것이 그대로
    멈춘다면

 

    네 목소리는 꼭 빈집 천장에 치렁치렁 늘어진 전깃줄 같겠지. 그것을 당겨 목에 감으면
    나는 한낮의 가로등 같겠지.

 

    누군가 두꺼비집을 올린다면

 

    몇 차례 튀는 불꽃 뒤에서 나는 거인이 될 것이다, 지직거리는 거인의 그림자가.

 

 

 

 

 

 

 

 

 

 

 

 

 

 

 

신용목

작가소개 / 신용목

2000년 작가세계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그 바람을 다 걸어야 한다』, 『바람의 백만번째 어금니』, 『아무 날의 도시』, 『누군가가 누군가를 부르면 내가 돌아보았다』, 『나의 끝 거창』이 있다.

 

   《문장웹진 2019년 0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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