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전태일기념관에서 바라본 청계천
김사이
초록이 흐드러진 하늘 아래
햇살과 바람이 꼬리를 물고 춤을 춘다
가슴 찡하도록 고요한
또 하나의 봄이 흘러간다
물결 따라 까르륵 굽이치는 웃음소리
신기루 같은 몽롱한 시간
간절히 바라도 오지 않을 내일 같은
지난날 놓쳐버린 희망 같기도 한
누군가의 분노는 다른 누군가의 평화를 지키고
어떤 누군가는 다른 어떤 누군가의 길을 만들고
앞선 누군가의 죽음은 나를 살게 하며
위태로운 오늘이 오늘을 지나가는데
나는 누구를 살게 한 적 있는가
나는 무엇을 지켜본 적 있는가
내 언어는 떳떳한가 문득 궁금한
하루하루가 안녕하기를
새파란 보리들이 출렁이는 초봄
꽃상여 타고 쉬러 간다
찢긴 입술 검붉게 물든 몸
평온하게 누워 돌아가며 작별을 하고
저만치 기다리는 나를 만나러 간다
울긋불긋 봄꽃들처럼 고운 꽃상여
막걸리 한잔씩 돌리고 뭉그적이며 상여를 멘다
발걸음 맞추고 가락도 맞추면서
살아남은 이들의 슬픔을 뒤로한 채
저 먼 미지의 시간으로 돌아간다
피비린내가 앰뷸런스를 타고 질주하는 일상
살아가는 시간도 언제 어떻게 죽을지 몰라서도 불안한
돌연 비명횡사하는 무구한 사람들
불면의 세상은 언제쯤 온전히 잠들 수 있을까
바람과 햇살 다하지 못한 운명을 실은 꽃상여
갖은 해찰 다 부리면서 가기는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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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2019년 0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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