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일기념관에서 바라본 청계천 외 1편

[신작시]

 

 

전태일기념관에서 바라본 청계천

 

 

김사이

 

 

 

    초록이 흐드러진 하늘 아래
    햇살과 바람이 꼬리를 물고 춤을 춘다
    가슴 찡하도록 고요한
    또 하나의 봄이 흘러간다

 

    물결 따라 까르륵 굽이치는 웃음소리
    신기루 같은 몽롱한 시간
    간절히 바라도 오지 않을 내일 같은
    지난날 놓쳐버린 희망 같기도 한

 

    누군가의 분노는 다른 누군가의 평화를 지키고
    어떤 누군가는 다른 어떤 누군가의 길을 만들고
    앞선 누군가의 죽음은 나를 살게 하며
    위태로운 오늘이 오늘을 지나가는데

 

    나는 누구를 살게 한 적 있는가
    나는 무엇을 지켜본 적 있는가
    내 언어는 떳떳한가 문득 궁금한

 

 

 

 

 

 

 

 

 

 

 

 

 

 

하루하루가 안녕하기를

 

 

 

 

    새파란 보리들이 출렁이는 초봄
    꽃상여 타고 쉬러 간다
    찢긴 입술 검붉게 물든 몸
    평온하게 누워 돌아가며 작별을 하고
    저만치 기다리는 나를 만나러 간다

 

    울긋불긋 봄꽃들처럼 고운 꽃상여
    막걸리 한잔씩 돌리고 뭉그적이며 상여를 멘다
    발걸음 맞추고 가락도 맞추면서
    살아남은 이들의 슬픔을 뒤로한 채
    저 먼 미지의 시간으로 돌아간다

 

    피비린내가 앰뷸런스를 타고 질주하는 일상
    살아가는 시간도 언제 어떻게 죽을지 몰라서도 불안한
    돌연 비명횡사하는 무구한 사람들
    불면의 세상은 언제쯤 온전히 잠들 수 있을까

 

    바람과 햇살 다하지 못한 운명을 실은 꽃상여
    갖은 해찰 다 부리면서 가기는 간다

 

 

 

 

 

 

 

 

 

 

 

 

 

 

 

이용임

작가소개 / 김사이

2002년 계간 《시평》으로 등단. 시집으로 『반성하다 그만둔 날』, 『나는 아무것도 안하고 있다고 한다』가 있음.

 

   《문장웹진 2019년 07월호》

 

kakao

댓글남기기

  Subscribe  
Notify o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