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우절 외 1편

[신작시]

 

 

만우절

 

 

이창수

 

 

 

    제사와 생일을 음력으로 기억하는 아버지
    겨울 끝에서 어머니를 잃은 후
    달력에 적힌 기념일이 줄었다
    음력에 슬픈 일들이 더 많은가봐
    음력으로 쇠던 생일과 제사가 중단되고
    서울에서 내려온 희주형이
    우리 논밭에 비닐하우스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간장과 된장 항아리 입구를 막고
    먹다 남은 생선은 개에게 주었다
    옷가지와 약봉지 태우는 걸
    늙은 개가 보고 있었다
    불꽃이 어머니 흔적을 지워가고
    달력에는 보이지 않던
    희미한 별이 몇 개
    만우절 저녁 빈칸을 채웠다

 

 

 

 

 

 

 

 

 

 

 

 

 

 

울음소리

 

 

 

 

    한밤 개가 운다
    길게 길게 운다
    이불 속에서 뒤척이다
    울음에 젖는다
    저 울음 속에서
    언젠가 지난 적이 있던 정선이 보인다

 

    한밤 개가 운다
    멀리 멀리 운다
    고갯마루 천천히 무너져가는
    느티나무 장승이 보인다
    붉고 흰 천을 단 금줄이 보이고
    신통 잃은 늙은 무당이 보인다

 

    한밤 개가 운다
    젖은 이불 속에서 운다

 

 

 

 

 

 

 

 

 

 

 

 

 

 

 

이창수

작가소개 / 이창수

1970년 2월 1일 전남 보성출생. 2000년 <시안>으로 등단. 시집 <물오리사냥>, <귓속에서 운다>

 

   《문장웹진 2019년 0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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