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 외 1편

[신작시]

 

 

폭설

 

 

이용임

 

 

 

    겨울은 우르르 쾅쾅,
    무너진다 더 감출 것이 있냐는
    듯,

 

    나는
    새의 비밀을 묻는다
    언제 벽에 붙이고 잊었는지
    모를,

 

    정수리 위에서 노래 부를 때 난,
    어리둥절하겠지 벽에서 떨어진
    금빛 벽지가 나달나달하겠지

 

    진창으로 범벅이 된 이야기에 푹, 푹
    신발을 꽂으며

 

    누군가 건너가고 있다
    뿌리가 삭은 엄지발톱을
    창틀에 두고
    경칩이 녹슨 성대를 울리며,

 

    시커멓게 무른 장기를 어지럽게 늘어놓고

 

    꽃은 아무도 모르게
    자란다 향기로운 입술을
    밀어 올린다

 

   

 

   

 

   

 

 

 

 

 

 

 

 

 

 

 

 

 

 

 

 

 

 

    죽은 여자 효정은
    수다스럽다 계곡에 새로 묻힌
    처녀의 골반이 오목하여
    물빛 꽃 군락이 자그럽다, 하다

 

    훌쩍 치마를 걷고 창틀에 앉아
    갸웃거린다 효정은 발목이 부러져
    비 궂은 날 창을 두드렸던 것인데,

 

    그날부터 령에 묻힌 자들의 소식을
    전해 온다 절 닮아 실족한 청년의
    가슴 위로 삭은 잎사귀를 덮어 주었노라,
    하다 눈이 붉어져

 

    사람 먹고 핀 꽃이 얼마나 실한지
    모르지 나비들이 왜 이명을 앓는지
    모르지 큰 나무에 둥지를 튼
    새들은 눈멀어 캄캄한 밤에만 나는 것을,

 

    노래를 부르다 돌아간다 효정은
    마당에 고인 구름 그늘에 웅크려 앉아
    제가 꺾은 꽃을 던져 점을 치며
    목련에 업혔다가 무겁다고 던져버린
    꼬마는 이름도 쓸 줄 몰라
    찾는 사람이나 있을까……

 

    "얘, 너는 늘 뜨거운 것을 훌훌- 차는 맛있니?"

 

    한기가 돌아 밤이 길다고 답하면 효정은
    길게 웃는다 얘, 너는 늘 서늘한 표정으로 –
    이야기는 재미있니,

 

    죽은 여자 효정은
    갸름하고 작다 눈꼬리가 휘어져
    나무의 녹빛을 끌고 다닌다
    매일 찾아와 새로 죽은 이의
    이야기를 한다
    절름거리다 잃어버린 소문은
    끊이지도 않고,

 

    숲은 무럭무럭 자란다 얘, 너희 사는 세상이
    지붕인지 무덤인지 어이 아니? 효정은
    내가 화장하는 걸 좋아한다 아무것도
    쓰지 못하는 새벽에 찾아와
    근심한다 이리 잊음이 헐해서야
    살아도 산 것이 아니로구나,

 

    자취 없이 돌아간다 효정은
    봄에 죽었다 령 아래로
    추락했다 오래 산 나무가
    늑골 사이로 뿌리내렸다
    아는 이가 없어서 이름 지었다 효정
    산책하다 겨우 주운 뼈
    효정은 희고
    효정 위로 덧씌울 이야기는 없다

 

 

 

 

 

 

 

 

 

 

 

 

 

 

 

이용임

작가소개 / 이용임

2007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 시집 『안개주의보』, 산문집 『당신을 기억하는 슬픈 버릇이 있다』.

 

   《문장웹진 2019년 0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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