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를 쓰는 ‘글’

[글틴스페셜]

 

 

'평화'를 쓰는 '글'

 

 

김신영

 

 

 

    군인들이 서 있고, 가시 박힌 쇠창살이 둘러싸고 있는 다리.
    더 큰 상처를 막기 위해 상처를 주기 위한 무기를 들고 있고, 아직 가시지 않은 상처들이 가시가 되어 사람들을 막고 있는 민간인 통제선.
    그게 이번 여행의 목적지인 캠프 그리브스의 첫인상이었다. 1일차의 조금 이른 저녁, 우리는 캠프 그리브스에 도착했다.
    저녁 식사와 오리엔테이션이 끝나자, 캠프의 첫 프로그램인 '심심하지 않은 심야낭독회'를 시작하기 위해 대기하던 박찬세, 신철규 시인님이 단상에 올라와 자기소개를 시작하셨다. 두 시인은 자기소개가 끝나자 각자 가져오신 시를 몇 편 소개하며 각 시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 가기 시작하였다. 우리가 앞으로 글을 써나가야 하는 데에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하는지, 본인들이 글을 쓰며 느낀 여러 감정과 어려움을 이야기하셨다.
    2시간 넘게 여러 이야기와 질문이 오가다 프로그램이 끝났다.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많은 것을 알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그렇게 첫날이 지나갔다. 2일차에는 DMZ투어가 있었다. 아침부터 강원도에 눈이 내려 DMZ투어 중 제3땅굴과 도라전망대는 갈 수 없었다.
    처음으로 우리가 갈 곳은 도라산역이었다.
    다른 역들과 다를 게 없었지만, 철길을 넘어가면 월북 시도로 취급된다는 주의를 듣고 많은 생각이 오갔다. 눈 쌓인 플랫폼과 철길에는 사람 하나 없었고, 표지판 하나만이 남과 북을 가르고 있었다.
    다음으로 갈 곳은 도라산 평화공원이었다.
    한반도 모양의 호수와 통일기원 조각상을 보니 기분이 이상했다. 내 집 옆에 있는 공원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였지만, 통일을 바라며 하나씩 조성했을 간절함이 느껴졌다. 평화로운 공원과는 어울리지 않는 전쟁의 상처가 느껴져 마음이 복잡했다. 1일차에는 잘 느끼지 못했던, 이번 캠프의 주제가 다시 떠올랐다.
    다시 숙소로 돌아와 다음 프로그램인 문학 특강을 준비했다.
    특강의 주인공은 소설 '리나'를 쓰신 강영숙 소설가님이었다.
    국경을 넘어 낯선 나라를 떠돌던 리나를 강영숙 작가님은 탈북청소년과 비유하여 말씀하셨다.
    탈북청소년들이 우리나라에서 겪고 있는 현실과 그들의 아픔 등, 여러 가지 문제를 이야기하셨는데, 나는 그것들 중에 정체성의 혼란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 다른 나라 사람이면서도 같은 나라 사람인, 두 가지 진실 중 하나만 진실로 살아가는 아픔이 소설 속 리나와 겹쳐 보여서 그랬던 것 같다.
    그 이후엔 '너와 나의 평화 글쓰기' 프로그램이 있었다.
    1교시는 '시'에 관한 수업이었다.
    각자 가져온 시를 낭독하며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시간이었다.
    나와 비슷한 또래의 시를 읽고 그 시를 쓴 사람의 말을 들으니 나 혼자 시를 읽을 때와는 많이 달랐고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내가 쓴 시에 대해 다른 사람이 얘기해 주는 흔치 않은 경험도 했고, 멘토로 오신 '손미' 시인님의 의견도 들어 볼 수 있는 값진 시간이었다.
    2교시는 '수필'에 관한 수업이었다.
    자신이 생각하는 평화에 대한 얘기를 서로 나눈 후 통일에 관한 수필을 써보는 시간이었다.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며 내가 통일에 대해 가지고 있던 여러 생각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나는 6·25참전용사인 할아버지의 이야기와 함께 수필을 써내려갔다. 어릴 때 탈북자 삼촌과의 만남으로 이야기를 쓴 친구도 있고, 책을 읽은 경험으로 쓴 친구도 있었다.
    캠프 2일차가 지나갔다. '너와 나의 평화 글쓰기'라는 주제로 진행된 캠프는 그렇게 마무리되었다.
    나는 이 캠프에서 무엇을 얻었나 생각해 보았다.
    글 쓰는 사람으로서의 태도와 고충도 알아봤고, 분단의 상처와 모순도 느껴 봤으며, 시와 수필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았다. 하지만, 그중에서 완벽하게 내가 얻은 것은 없는 것 같다. 2박 3일의 짧은 순간에서 캠프 그리브스는 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너'는 '나'와의 캠프에서 '너'만의 '평화'를 얻어 갔느냐? 아니면 '너'만의 '글'을 쓸 수 있느냐?
    나는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 캠프가 끝나면 사라질 아련함과 스스로도 만족하지 못하는 글.
    제대로 된 것 하나 얻지 못했던 캠프였지만, 분명히 내 안에는 분단의 아픔이 존재했고, 작가로서의 나도 존재했었다.
    이제 내 스스로 할 수 있는 건 스쳐 지나간 '나'를 다시 한 번 찾아가는 것이다.
    '너'가 질문한 '평화'와 '글쓰기'에 대해 '나'는 '평화'를 써낼 정도로 큰 '글'을 쓸 때까지 캠프는 끝났지만 여행은 멈추지 않을 것 같다.

 

 

 

 

 

 

 

 

 

 

 

 

 

 

 

작가소개 / 김신영

2001년 군산 출생. 익산 남성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

 

   《문장웹진 2019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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