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둥지 증후군 외 1편

[신작시]

 

 

빈 둥지 증후군*

 

 

오성인

 

 

 

    허공에 머무르는 시간이 지속될수록 둥지는
    자주 공허해진다

 

    삶을 영위하는 법에 대하여 더는 일러줄
    일 없는 입은 쉽게 단내가 나고
    오랜 규율을 잊은 몸은 단조롭다

 

    둥지 안 여전히
    스며 있는
    더운 숨들, 회상하듯 차례로 짚으면

 

    필름 흐르듯 눈뜨는 시간들

 

    여린 발로 겨우 균형을 잡은
    어린 것들을 앙상한 가지로 내몰아
    떨어뜨릴 듯 호되게 다그친 뒤
    휑한 뼈가 창공으로 채워질 수 있도록
    돌아서서 속으로 울었던

 

    눈물은 소리 없는 올가미라서 자꾸만
    훼방을 놓아 뼈가 무거워지기 때문에

 

    이따금 곤두박질치려는 밤들을 대신
    삼켜 주기도 했다

 

    그사이 영영 어린 줄만 알았던 것들
    제법 능숙하게 바람의 마음을 읽어내는데

 

    야윈 둥지는 노곤한 계절의 차지다

  *  자녀가 대학교에 진학하거나 취직, 결혼과 같은 이유로 독립하게 되었을 때 부모가 느끼는 상실감과 외로움을 말한다.

 

 

 

 

 

 

 

 

 

 

 

 

 

찬 둥지 증후군*

 

 

 

 

    무엇일까 때가 되어도 떠나지 않는
    증오도 연민도 아닌

 

    날개가 있다

 

    꺾인 것도 아닌, 그렇다고
    죽어버린 것은 더더욱 아닌

 

    날개는 거대한 만큼 식욕도 왕성해서
    종종 굶주리는 것은 물론
    나고 자란 터전마저 먹어치운다

 

    살이 쪄서 미련하다 못해
    우스꽝스러운

 

    날개는 바람과 친밀해지지 못하고
    곧잘 물에 젖거나
    매캐한 흙먼지를 뒤집어쓴다

 

    자주,
    부서지고 수리되는 둥지

 

    이곳, 나무에서는
    알을 낳고 품는
    새들을 눈을 씻고 보아도 찾기 어렵다

 

    언제부터인가 날개에게서
    바람의 발자국이 사라진 것은

  *  취업률 하락과 늦어지는 혼인 탓에 집을 떠나지 않는 자녀로 인해 부모가 겪는 걱정, 갈등, 우울감 등을 의미함.

 

 

 

 

 

 

 

 

 

 

 

 

 

 

작가소개 / 오성인

2013년 《시인수첩》 등단. 시집 『푸른 눈의 목격자』가 있음.

 

   《문장웹진 2019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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