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림] <웹진 문장> 10월호가 나왔습니다.

 

세계가 우리 내부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몇 년 전까지 우리가 부산, 광주, 대전, 대구를 발음하듯이 하노이, 울란바토르, 방콕, 파리, 프랑크푸르트, LA, 뉴욕을 발음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더 이상 그 지명들과 관련하여 여행자가 아닙니다. 그곳과 우리의 문화와 생활과 생계와 교육과 정치가 더 깊이 얽혀들고 있습니다. 그곳의 노동자들은 이 땅에 들어와서 낯섦과 설움 속에서 일하고 있으며, 우리 역시 의지를 불태우며 그곳으로 떠나고 있습니다. 우리의 이웃들은 그곳 사람들과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기르며 살고 있습니다. 이처럼 세계가 우리 내부로 들어오고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가 세계 속으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작가들은 끊임없이 몽골로, 독일로, 실크로드로, 캄보디아로, 페루로, 부탄으로, 케냐로 떠납니다. 우리 작가들의 무대는 더 이상 한반도의 남쪽이 아니며, 독자들의 사유와 상상의 공간 또한 그렇습니다. 우리가 읽는 소설에 다른 나라의 지명과 다른 언어로 된 이름만 나온다고 해서 그것이 번역 소설이라는 보장은 더 이상 없습니다. 우리의 작가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한국어로만 문학대회를 하지 않으며, 한국어를 사용하는 작가들끼리만 문학대담을 하지도 않습니다.

《문장 웹진》만 해도 조경란 씨가 우리 작가들을 만나듯이 유럽의 작가들을 만나고 왔으며, 머지않아 우리와 함께 할 수 있는 외국 작가들의 특집을 내보내기 위해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번 10월호에는 최재봉 기자가 ‘우리 문학의 흐름’에서 「한국소설 속 아시아 담론」을 다루고 있으며, 소설가 김재영 씨는 ‘삶이 담긴 에세이’ 「하킴을 위한 기도」에서 이주노동자와의 달콤한 설악산 행을 써주었습니다. 우리는 앞으로 이러한 교류를 점점 넓혀갈 것입니다. 세계화라는 이름 아래 진행되고 있는 신자유주의의 행보가 우리의 삶에 얼마만한 의미를 가져올 수 있으며, ‘우리’가 ‘한반도’나 ‘한반도의 남쪽’이 아닌 아시아와 세계가 될 때 우리의 만남과 교류, 그리고 삶이 얼마나 깊고 풍부해질 수 있는지 묻는 작업을 작가들과 함께 할 것입니다. 《문장 웹진》은 작가들뿐만 아니라, 예술가들이, 문화가 진정으로 세계 곳곳의 우리 이웃들과 만나고 있으며, 그 만남 속에서 우리 자신의 삶을 묻고 있는지, 그들에게 더욱더 다가감으로써 역설적이게도 우리 자신에게 더욱더 깊이 다가서고 있는지 묻고자 합니다.

이번 호 소설란은 활달한 신예부터 경륜 깊은 중진까지 폭 넓은 연대를 아우르고 있습니다. 서정인 선생의 「경국지색」은 헬레네와 파리스의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독특하게 펼쳐내는 서정인 식 신화 해석이 흥미롭습니다. 야구와 외계를 절묘하게 결합시켜 소외를 짚어보는 박상의 「외계로 사라질 테다」, 막대사탕을 물고 다니는 아이 ‘츄파춥스’를 통해 물신의 사회상을 열어 보이는 조영아의「츄파춥스」도 재미있는 세계를 축조하고 있습니다. 한편, 김연경은 일견 친숙한 「깍두기」를 통해 부조리한 삶을 희화적 아이러니로 묘파하고 있습니다.

멀티미디어낭송시는 김경주 시인과 함께 합니다.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종횡무진 펼쳐지는 젊은 상상력을 시인의 육성으로 만나실 수 있습니다.

이번 호 시란에는 황학주, 배창환, 이재무, 정병근, 윤의섭, 송종찬, 김선우, 김병호, 길상호, 이창수 시인을 모셨습니다. 각기 자신의 성채에서 우련히 빛나는 시인들의 감성을 통해 깊어진 가을, 깊어진 사유를 만끽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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