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70년 12월 23일 외 1편 - 성윤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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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2170년 12월 23일

 

 

성윤석

 

 

 

    흐린 겨울저녁인데 죽은 자의 글을 따라가는 앳된 소녀가 롤러스케이트 같은 기계를 타고 공중으로 솟구쳤다 거기에 나는 없었다 땅은 좁아졌고 사람들도 줄었다 거기에 나는 없었다 문장도 하늘로 떠올랐다 * All's Well That Ends Well 결과가 좋으면 다 좋아요 공중에서 눈이 내렸다 검은 구름에서 흰 눈은 여전했다 거기에 나는 없었다 구름 위를 한 사내가 바바리코트를 입은 채 걷고 있었다 검은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신인류였다 속도 중력 감정들이 비틀어졌다 우리가 본 것이 아니었다 거기에 나는 없었다 여성과 사내들은 주로 공중에 떠 있거나 지하로 내려갔다 지상은 오염되었고 신인류들은 이제 불행을 매수하지 않았고 내버려둔 채 세상 최후의 고독들을 살았다 거기에 나는 없었지만 이에 대한 어떤 증거도 거기엔 없었다 고스란히 새와 식물들은 보였지만 불법이긴 했지만 수명단축기계가 여기저기 도시의 쓰레기통에 버려져 있었다 '결과가 좋으면 다 좋아요' 그 도시의 재해대책본부에서 쏘아올린 저녁의 문장이 다시 공중으로 솟구쳤다 신이 아니라, 내가 보기에 그것은 마치 돛대 같았다

  *  셰익스피어 희곡 제목.

 

 

 

 

 

 

 

 

 

 

 

 

 

 

에어기타

 

 

 

 

한 곳에서 말의 사체를 찢어 만든 마두금 소리가
났다
디 마이너 키를 누르고 기타를 안는다
핀란드라는 나라에 가면 해마다 에어기타
대회를 연다지
기타 한 대 없이 기타를 친다지
이이이이이이
이이이이이이
연주란 음의 말 타기
이것은 기타를 찢은 기타의 연주다

 

허공에 세운 것들
새긴 것들
날린 것들에도 역사가 있듯이

 

혁명 좌절 서러움
종이에 먹물을 바른 걸 책이라 하지

 

노래를 하렴
나는 기타 치는 모습을 하겠다

 

기타가 그에게 깃든 건지
그가 기타 속으로 들어간 건지

 

그에게선 기타가 보인다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는 소리가
내겐 유효하다

 

어떤 모임에는 가지 않음으로써
다른 이가 나타날 수 있다

 

기타가 변화한 에어기타

 

에어기타는 지금 다른 기타로 달아나려는 거야
소리는 더 장중하겠지

 

나는 내내 기다리는 모습을 갖겠다

 

 

 

 

 

 

 

 

 

 

 

 

 

 

작가소개 / 성윤석

1990년 《한국문학》 신인상.

 

   《문장웹진 2019년 0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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