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 외 1편 - 하상만
목록

[신작시]

 

 

 

 

하상만

 

 

 

혼자 앉아 있는 것보다 옆에 커피 잔이 놓여 있으면 덜 심심하다
아는 할머니 한 분은 헤이즐넛 커피를 해질녘 커피라고 한다

 

해질녘

 

그게 더 예뻐서
사실을 알려주지 않는다

 

모르고 사는 삶이 더 아름답다
하늘에서 하얗게 내린 눈이
쌓여서 어떻게 푸른 빙하를 만들었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그런 것들은 세상을 신비롭게 만든다

 

우주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알면서 왜 만들어졌는지 알 수 없는 삶을 사랑한다
영원히 궁금해 할 수 있는 삶

 

내게 모든 진실이 필요한 건 아니다

 

 

 

 

 

 

 

 

 

 

 

 

 

4

 

 

 

 

너의 옳음을 증명하고 싶어서
너는 내가 틀렸으면 한다
우리는 같은 결과를 원한다
다만 너는
2에 2를 곱할 뿐이고
나는
-2에 -2를 곱하려 할 뿐이다
4를 얻기 위하여
너는 내가 -2에 2를 곱하기를 기다린다
손실이 생기기를
그래서 너의 계산이 옳음을 밝히고 싶어서
나라고 안 그렇겠는가
2를 선택한 네가 다음엔 -2를 뽑았으면 한다
다른 편에 서 있으면 저절로 나쁜 사람이 되는 기분이다
나의 실수가 너를 안심 시킨다
나는 안 그렇겠는가
점점 나의 실수를 네 마음이라 생각하게 된다
아이였을 때는 안 그랬다
오래 생각하고 반성하고 망설이고 돌아보는 사람이 실수한다

 

 

 

 

 

 

 

 

 

 

 

 

 

 

 

작가소개 / 하상만

2005년 《문학사상》 등단. 시집 『간장』, 『오늘은 두 번의 내일보다 좋다』.

 

   《문장웹진 2019년 01월호》

 

목록

댓글남기기

  Subscribe  
Notify o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