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대담 3회 : 작가와 평론가의 역할 ― 시인 인형, 소설가 노트, 세균맨과 함께 - 양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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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작가 간사들의 익명대담]

 

 

익명대담 3회 : 작가와 평론가의 역할

― 시인 인형, 소설가 노트, 세균맨과 함께

 

 

ㅇ 원고정리 및 구성 : 양안다(시인, 《문장 웹진》 청년 작가 간사)

 

 

 

 

    지난 익명대담 2회를 마치고 참여한 코끼리 씨와 물병 씨와 함께 술을 마셨다. 우리는 안부를 묻고 서로가 쓰는 글에 대해 묻고, 그러다 문학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김남숙과 양안다는 작가와 평론가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누구를 초대하면 좋을지 고민하다 끝내 시인 한 명과 소설가 두 명을 초대하기로 했다. 이번 익명대담 3회의 대담 시간은 다른 회차와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분량은 다른 회차에 비해 너무 길었다. 김남숙과 양안다의 예상보다 많은 말이 나왔고, 그러다 보니 처음 주제보다 더 폭넓은 이야기가 쏟아졌다. 그러나 후에 익명 참가자들의 요청에 따라 많은 부분을 덜어내야 했다. 익명임에도 불구하고 보이지 않는 압력을 받았던 게 아닐까. 그리고 이 보이지 않는 압력이 작가를, 그리고 비평가를 고민하고 망설이게 하는 건 아닐까. 김남숙과 양안다는 아쉽지만 그들의 요청에 따라 원고를 수정했다. 언젠가는 김남숙과 양안다의 바람대로, 그리고 그들의 바람대로 '보이지 않는 압력'이 사라지길 바란다.

 

 

한 명의 시인과 두 명의 시인

 

안다 : 안녕하세요. 3회 익명대담에 참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참가자 분들에게 지난 대담을 일독하고 와달라는 부탁을 드렸었는데요. 그래서 이 대담이 오브제를 통해 익명으로 진행된다는 사실을 아실 거예요. 먼저 오브제를 통해 자기소개 먼저 듣고 시작할게요.

 

노트 : 저는 노트를 가져왔는데요. 해외의 어느 노트 디자이너가 카프카의 책을 보고 감명 받아서 이 노트를 디자인했다고 해요. 등단했을 때 그 노트를 선물 받았는데 그걸 들고 왔습니다.

 

남숙 : 이 오브제를 무엇이라 부를까요?

 

노트 : 노트가 어떨까요? 카프카라고 하면 왠지.

 

안다 : 카프카가 괜찮을 것 같은데요.

 

노트 : 안 돼요, 카프카는. (일동 웃음) 안다 씨가 정해 주세요. (웃음) 저는 이 노트를 너무 좋아해서 아껴 쓰고 있어요. 책장에 꽂아 두어도 멋있어요.

 

노트 씨의 오브제

 

안다 : 노트를 펼치는 방식도 멋있어요. 이걸 보여주고 싶은데. (웃음) 다음 분 소개도 들어 볼까요?

 

인형 : 저는 일 년에 한두 번 정도 인형을 사요, 올해는 못 샀지만. 이 인형은 당시에 애인에게 선물하려고 구입한 스타벅스 한정판 인형인데, 이 인형을 사놓고 주기도 전에 차여서 제가 가지게 되었어요. 그래서······ 이 인형을 보면서 그다음 등단을 하게 되었습니다. (웃음)

 

남숙 : 진짜? 뜻 깊다.

 

인형 : 집에서 가져올 만한 게 없는 거예요. 인형도 다 제가 산 것만 있어서······.

 

안다 : 어쩌다 보니 노트 씨처럼 등단 기념물을 가져왔네요.

 

인형 : 어쩔 수 없이 등단 기념물이 되어버린 인형이에요.

 

인형 씨의 오브제

 

세균맨 : 저는 세균맨을 가져왔어요. 세균맨 키링. 이걸 왜 갖고 왔냐면 키링을 사러 갔을 때 종류가 되게 많았어요. 식빵맨이나 호빵맨 같은. 만화에서 세균맨이 못된 애인데 이상하게 예쁜 거예요. 제 마음이 저격당했어요. 예쁜 것보다 마음에 미움이 많다는 게······.

 

세균맨 씨의 오브제

 

노트 : 저번 익명대담 읽어 보니까 코끼리 가져오신 분이랑 비슷한 이유인 거 같은데······. (웃 음)

 

남숙 : 갖다 붙인 느낌?

 

인형 : 저만 진솔한 거예요? (웃음)

 

참여자들의 오브제

 

 

작가를 소비하는 방식 혹은 소비되고 있는 방식에 대하여

 

안다 : 이번 익명대담은 작가와 비평의 위치에 대해, 그리고 담론 내에서 작가가 소비되는 방식과 같은 문제들에 대해 폭넓고 자유롭게 이야기해 보려 해요. 작가 분들을 모신 만큼 작가의 입장에서 솔직한 얘기를 듣고 싶어요.

 

인형 : 소비되고 있지 않아서 문제인 거 같은데요. (웃음) 제가 문예지 2018년도 ○○○, ○○○, ○○○에 발표된 비평 제목들을 뽑아 봤어요.

 

노트 : 겨울호요?

 

인형 : 아니요. 2018년 한 해 동안 발표된 비평을 제가 공부를 해봤어요.

 

노트 : 와, 고생하셨네요.

 

인형 : 시간이 촉박해서 전부 읽진 못했지만 ○○○에서 발표된 건 다 읽었고요. 특집을 제외한 '비평'이라고 명시된 코너만 살펴봤어요. 작가가 소비가 안 되고 있다는 이유는, 말하자면 끝이 없지만, 우선 비평을 여러 가지로 나눌 수 있을 것 같아요. 시도 '시'라는 장르에 다 묶이지 못하듯이 비평도 다양한 층위가 있는데, 요즘은 비평이 일원화가 되어 가고 있는 것 같아요. 어떤 흐름이 있냐면, 사회 참여에 목소리를 기울이는 방향으로 비평이 몰리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한 명의 작가나 하나의 작품에 집중하는 경우가 적어졌어요. 이런 비평은 보통 여러 작품이나 작가를 모아서 하잖아요? 작가 입장에서는 평론가가 하고 싶은 말에 맞춰서 작가들이 소환되고 있는 거죠. 때문에 오히려 조금이라도 소비가 된다면 좋을 텐데 요즘은 소비가 잘 되고 있지 않다는 게 제 입장입니다.

 

안다 : 인형 씨가 말하는 '비평가가 원할 때마다 소환하는 방식'을 소비라고 보는 게 아닌 거네요?

 

인형 : 그렇죠. 작가의 스타일이 조명되지 않고 평론가가 하고 싶은 말에 맞춰서 불러들이니까요. 실제로 몇 퍼센트인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리스트를 뽑아 온 ○○○, ○○○, ○○○에 한해서는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요. 그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기도 해요. 워낙 큰일들이 많았으니까······. 하지만 작가와 작품 자체는 소외된다고 해야 하나. 호명되는 경우가 드물어요.

 

노트 : 저는 문학장 안에서 소비되는 방식과 출판 시장에서 소비되는 방식이 좀 다르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면 인형 씨가 뽑아 온 리스트를 보면 맥락이 눈에 훤하게 보이잖아요. 하지만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이런 담론들이 없었어요. 어떤 새로운 담론이 나올 때는 그 담론이 양산이 되어서 거기서 생산적인 것을 발견하는데, 지금이 그런 시기라고 생각해요. 출판 시장에서 작가를 소비하는 방식은 바로 반응이 온다거나 뚜렷할 만한······ 예를 들면 대중이 원하는 글을 쓸 만한 작가를 원하는 것 같아요. 그래야 상업적으로 직결되고, 팔리게 될 것이고, 팔리면 그 돈으로 다른 책을 더 낼 수 있으니까요. 서점만 가도 딱 보여요. 신간을 보면 요즘 출판사가 어떤 작가를 원하는지 보이더라고요. 일반 독자들은 책을 사면서도 그 작가가 어떤 비평을 받고, 문학장에서 그 작가에 대해 어떤 담론이 형성되고 있는지 모르잖아요.

 

남숙 : 반응이 뚜렷할 만한 작가들을 소비한다고 하셨는데, 시에서도 그런 게 있을까요? 시는 결이 좀 다른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시에서 바로 반응이 뚜렷할 만한 시인이 많이 떠오르지 않는 것 같아요.

 

안다 : 출판사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시가 경제적으로 큰 이득이 되지 않으니까요.

 

인형 : 우리가 지면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작가들은 어느 순간에 확 올라오게 된 다음에 모든 문예지에서 확인할 수 있잖아요? 최근에 ○○○ 시인이라던가······. 그러다가 또 확 없어지는 거 보면 시에서도 '반응'을 의식하는 것 같긴 해요. '왜 그런 현상이 생기지?'라는 궁금증이 생기네요. 제가 뽑아 온 이 리스트를 다시 보면 (웃음) 작가론이 정말 없는데, 그나마 ○○○ 평론가가 신예 시인을 다루고 있더라고요. 올해 거의 유일한 것 같아요. 이 평론가는 두 번의 지면에서 신예 시인을 다뤘는데, 한 번은 세 명의 시인을 묶어서 다뤘고, 한 번은 ○○○ 시인을 단독으로 했어요. 시는 이게 전부고요. 소설 쪽도 세 명의 소설가를 묶어서 한 번 다뤘고, 한 번은 ○○○ 소설가 정도인 거 같아요.

 

노트 : ○○○ 소설가는 왜 있지? (웃음)

 

인형 : 다시 시 얘기로 넘어가면, 이 시인들도 어느 정도 담보가 된······ 정확히 말하면 단행본이 나온 시인들이라 그나마 이 정도 다뤄지고 있고요. 그밖에는 아예 없어요.

 

세균맨 : 제가 생각하기에는 작가가 소비된다는 방식 자체가 장점이나 단점으로 치부될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오히려 자연스럽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 나온 얘기들도 공감이 되지만, 소비되는 형식에 대해 누군가를 탓할 수 있을까요? 소비되는 양상 자체는 다양한데, 이 구조가 엄청난 단점이 있다곤 생각하지 않아요. 출판 시장이 빠르게 돌아가는 이유는 당연히 자본이 달려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고, 누군가를 탓할 수도 없고, 그냥 자연스러운 생산 방식인 것 같아요. 작가가 빨리빨리 소비되지 않았던 적이 있었나 싶어요. 저는 작가가 소비되는 현재의 방식이 예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다만 이 문제를 출판 시장의 입장에서 봤을 때에 별로인 게, 출판사의 입장에서 자본이 걸려 있다 보니 책이라는 상품을 위해 어느 작가를 만든다는 게······ 그러니까 요즘 '대세'를 만드는 거잖아요. 문학계에서 핫한 것들을 출판으로도 이어 가는 거잖아요. 근데 그 속도가 제가 느끼기엔 너무 빠른 것 같아요. 한 시절이 지나고 나면 그 작가들을 책임져 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출판 시장이 문학을 하는 사람들도 있고 안 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빨리 소비되고 빨리 돌아가는 방식 자체가 보기 불편해요. 작가들한테도 그런 방식이 부담으로 느껴질 수 있고요. 예를 들면 퀴어 담론이 한창일 때, 퀴어에 생각이 없던 작가도 그 담론에 휩쓸려 주목을 받고자 하는 생각이 생길 수 있다는 거죠. 작가가 이미 형성되어 있고 주목받는 시장에 자신 스스로 뛰어드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요. 이런 경우가 생각보다 많아요. 성소수자에 대한 관념도 없는 사람이 퀴어 문학을 발표하는 경우도 봤어요. 정리하자면 이미 만들어져 있는 시장을 건드릴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그 시장에 진지함도 없이 뛰어드는 작가들이 더 문제라고 생각해요.

 

노트 : 완전 동의해요. 요즘 어떤 생각을 하느냐면, 강변에서 빠른 속도로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는 느낌이에요. 강이 담론이고 물이 대세일 텐데, 작가들은 저 강물에 뛰어드느냐 마느냐 고민을 하겠죠. 나도 저 대세에 합류할 것이냐, 아니면 강변을 걸을 것이냐, 이런 느낌이에요. 그런데 제가 공부한 문학은 유행가가 아니었단 말이에요. 요즘은 유행가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차트도 신경 많이 쓰고······ 어느 서점에서 몇 위를 찍었고, 몇 쇄를 찍었고, 몇 부를 찍었고······. 반응이 폭발적이고 좋다면 당연히 출판사에서도 밀어 주겠죠. 그런데 세균맨 씨가 말씀한 것처럼 그게 얼마나 갈까 싶어요. 계속 담론이 나온다는 건 좋지만. 일 년 반짝하고 아무런 담론도 생산하지 못한 채 '땡처리' 될 거라면, 그러니까 유행가처럼 될 거라면 소용이 있나 싶어요. 사회적으로, 그리고 윤리적으로 필요하고 계속 언급해야 할 담론이 물론 있어요.

 

 

시와 소설의 역할

 

남숙 : 그러면 이러한 소비와 구조가 창작에 미치는 영향이 있을까요?

 

노트 : 저는 등단할 때 그런 소리를 많이 들었어요. '네가 쓰는 글에 대해 담론이 형성되어야 한다.'라는 말이요. 그 담론이라는 게 출판 시장이 아니라 문학장 안에서 평론가들이 써주는 글을 말하는 거겠죠? 요즘은 눈치를 보게 돼요. 평론가들이 원하는 글이 있을 테고, 그들이 바로 반응할 수 있는 종류의 글이 있을 텐데······ 눈치를 보다 보면 쓰기가 너무 피곤해져요.

 

세균맨 : 빨리 소비되는 것도 장점이 있어요. 한때 자주 언급되었던 ○○○든 현재 형성되는 담론이든, 과거에 다뤄지지 않았던 것들이 나올 수 있으니까요. 문학의 외연을 넓힌다는 느낌이 있어서, 그런 점에서 빨리 소비된다는 게 무조건 나쁘다고 볼 수 없어요. 담론이 빠르게 변한다는 것도 문학의 외연을 넓힐 수 있으니까 장점이라 생각해요.

 

노트 : 맞아요. 새로워요. 그동안 없었으니까요. 그런데 반대로 생각해 보면 다양성이 줄어들고 있는 거잖아요. 너무 한쪽으로 치우치다 보면 자신의 작업에 몰두하고 있는 작가들, 그러니까 강물을 그냥 바라보고 있는 작가의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있는 것 같아요.

 

인형 : 속도와 상관없이 다양성이 줄어들고 있는 것 같은데요.

 

노트 : 유행가 같지만 않아도 좋을 거 같아요.

 

세균맨 : 아까 시 얘기가 잠깐 나와서 생각난 건데, 소설과 시의 입장은 많이 다른 것 같아요.

 

인형 : 어떻게 다르다는 거예요?

 

노트 : 예를 들어서 올해 발간된 소설 중에서 『○○○』이 엄청난 성공을 거뒀잖아요. 어느 한 권의 책 자체가 한 해의 문학적 사건이 되어서 지속되는 경우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시는 이 맥락에서 조금 다르지 않나 싶어요.

 

인형 : 이번에 ○○○ 시인의 시집이 나온다는데 그걸 봐야 할 것 같아요. 그게 이번에 주목할 만한 사건이라 생각하는데······.

 

남숙 : 왜요? 왜 주목할 만한 사건이라 생각해요?

 

인형 : 그동안 발간되었던 시집과는 다른 결이 있을 거라 생각해요. 발간하면 어떨지 확인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노트 : 오히려 저는 시는 사회적인 담론과 거리를 둔 채로 유지하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소설보다는 밀착되어 있지 않다고 생각했거든요.

 

인형 : 그렇게만 볼 수 없는 게 요즘은 민중소설이라는 말을 잘 안 쓰잖아요. 그런데 노동시라는 말은 쓰거든요. 저를 포함해서 지금 여기 있는 분들이 노동시나 민중소설을 쓰는 분들은 아니니까 의견이 한쪽으로 쏠릴 수밖에 없어 보이네요. 지금 그분들은 현재도 거리에 나가 있고, 사회에 참여하고 계시거든요. 아무래도 지면도 적게 받을 수밖에 없고요. ○○○ 시인도 마감을 어기진 않지만 힘겹게 지키는 걸로 알고 있어요. 워낙 바쁘니까. 어느 곳에서든 항상 연대하고 계시니까요. 그래서 그러한 흐름이 지면에서 잘 안 보일 뿐이지 시가 사회적인 담론과 밀착되어 있지 않다곤 생각하지 않아요.

 

안다 : 저는 노트 씨와 인형 씨의 의견 반반인데요. 인형 씨 말대로 시가 사회적 맥락에 가까운 작품이 많지만, 노트 씨의 의견에도 공감을 하는 게 그런 시가 주류가 아니기 때문에······. 그나마 최근에는 ○○○ 시인?

 

인형 : ○○○ 시인도 있잖아요. ○○○ 시인은 주류고요.

 

안다 : 그런 분들이 숫자가 너무 적어요.

 

노트 : 소설은 많아요.

 

안다 : 시도 이제 많아지지 않을까 싶어요.

 

세균맨 : 아무래도 소설은 서사이기 때문에 조금 더 눈에 잘 들어오는 것 같아요. 시도 서사가 있지만 소설에 비해서는 캐치가 잘 안 되는 거 같아요. 소설은 그냥 보여주는 편이니까요. 보여주는 면에서 시보다 강하니까 눈에 확 들어오는 것 같아요.

 

 

비평의 역할

 

남숙 : 비평과 관련해서 이야기를 좀 더 해볼까요?

 

노트 : 제가 읽은 시 비평들을 떠올려 보면, 그 시인의 작법이나 스타일, 시 세계에 대해 얘기를 많이 하더라고요. 물론 소설 비평에도 작가의 세계를 살펴보는 비평이 있겠지만 최근에는 사회적인 맥락을 많이 끌고 오다 보니까······ 시가 조금 거리를 두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인형 : 올해 비평 제목을 보면 소설 비평은 '여성 서사의······', '퀴어 되기를 위한······' 이런 제목이에요. 시는 이래요. '예술의 죽음에······' (웃음)

 

노트 : 좋다.

 

인형 : 이렇게 보니까 노트 씨의 말에 동감이 좀 되네요.

 

노트 : 얼마나 좋아. 예를 들면 안다 씨의 시 비평을 보면 안다 씨의 시 세계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편이지 어떻게든 사회적인 맥락을 끌어와서 작품을 비평하려고 하진 않잖아요. 시인을 조명하려고 하는 편이죠. 그런 점에서 소설 비평 역시 작가의 세계를 조명해 줬으면 좋겠어요. 왜 꼭 소설이 그런 역할을 떠맡아야 해요? 2000년대까지만 해도 없었어요. 오히려 80년대에 민중소설이라 할 수 있는······ 민주화 운동과 더불어서 대중들이 원했기 때문에 민중소설이 많았는데, 반대로 모더니즘이라고 할 수 있는 소설도 많이 나와서 균형을 맞췄어요. 80년대에 '네가 소설가로서 사회를 재현한 다음에 대중을 대변해라'라고 했을 때 작가에게 키를 쥐어줬는데, 요즘은 더 심해진 것 같아요. 소설가의 역할을 생각했을 때 왜 부담을 쥐어주느냐라는 거죠.

 

인형 : 긍정적으로 생각했을 때 시간이 더 지난다면 다시 균형이 맞춰지지 않을까요?

 

노트 : 그럴 수도 있죠. 많은 작가들은 '소설가라면 사회를 대변해야지'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어요. 당연히 사회에 관심이 많아야 하고 대변해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그렇지 않은 작가도 있단 말이에요. 자기 세계를 쓰고 싶은 소설가도 많아요. 독자나 대중이 작가 위에서 얘기하는 사람이 아니잖아요? 그런 맥락에서 아쉬운 게 있어요.

 

인형 : 저도 노트 씨 생각에 동의하지만 반대로도 생각해 봐야 하는 게, 모든 작가들이 그렇게 유치한 방식으로 활동하기를 원하지 않을 거예요. 쉽게 말하면 문학이 세상에 공헌하는 방식이라고 해야 하나? 저와 노트 씨는 아무런 공헌을 하지 않아도 상관이 없다는 생각인 거잖아요. (웃음) 하지만 문학은 공헌을 해야 하고 영향을 미쳐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고요. 저는 그 생각이 틀렸다고는 생각 안 해요. 문제점은 그게 아니라 문학이 세상에 어떻게 구현이 되고 어떤 식으로 영향을······ 그런데 지금 주제와 멀어지고 있는 것 같은데 괜찮나요? (일동 웃음)

 

안다 : 주제를 폭넓게 수정해야······. (웃음)

 

남숙 : 편집을 잘 해볼게요.

 

인형 : 다시 말하면, 어떻게 구현이 되고 어떻게 반영을 하는지에 대한 논의는 여기 있는 분들이 대답하기 어려울 것 같아서 그런 것 같아요. 하지만 필요한······.

 

노트 : 아, 그런데 제가 말한 그런 소설에 대해 부정적이진 않아요. 그런 작품을 보면 좋아요. 제가 말하고 싶은 건, 좋긴 한데 책임감을 떠넘기는 것에 대한 문제라고 생각해요. '너희들도 이런 소설을 써야 하는 거 아니냐' 하는 책임감이요. 당연히 사회적으로 발생한 문제에 대해 소설이 작품으로 말을 할 수 있다는 건 좋은 일이고, 그 작품이 심지어 좋다는 건 더 좋은 일이에요. 하지만 책임이나 부담을 주는 건······.

 

인형 : 그 책임과 부담을 남에게 전가하는 듯한 모습들이 싫다는 거죠?

 

세균맨 : 어쩔 수 없이 압박감을 받는다는 말인 것 같아요.

 

노트 : 네. 압박감이 맞는 말인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저도 반응을 원한다면 '나도 담론에 발을 담가 볼까. 그럼 반응이 오겠지? 잘 쓴 글보다 사람들이 원하는 글을 생각해야 하나?'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 거죠.

 

세균맨 : 듣다 보니까 의문점이 생겨요. 문학장에서 핫한 담론에 속하지 않고도 고전적으로 아름다운 작품을 실은 적이 있었나, 아니면 담론과 상관없이 고전적으로 아름다운 작품을 쓴 작가들이 있었나 하는 의문이 들더라고요. 만약 이 자리에 평론가가 있었다면 '나는 담론과 상관없이 고전적으로 아름다운 소설이 있다면 지지하겠다'라는 말을 할 수도 있을 것 같아서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창작하는 입장으로 이 자리에서 말한 불만들에 대해 할 말이 있을 수 있잖아요. 대세에 편승하지 않고 담론을 넘어서는 작품을 쓴 사람이 있나, 라는 의견이요. 물론 그런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 자체만으로도 주목을 받겠죠. 그런데 지금까지 그런 경우를 많이 보진 못했거든요. 왜냐면 지금과 같은 환경······ 그러니까 지면이 얼마 없기 때문에 가능성을 가늠하기 힘들어요. 어쨌든 모두 원하는 것은 고전적으로 아름다운 작품이잖아요? 작가든 독자든 평론가든 모두가요. 그래서 저는 현재 담론에 속한다고 말할 수 있는 작가들이 사람들이 원하는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들을 묶어서 거론하는 것 아닐까요.

 

인형 : 제가 하고 싶은 얘기를 다 하신 것 같은데요. (웃음)

 

노트 : 이건 소설에 해당되는 이야기인 것 같은데, 지금 세균맨 씨가 말한 '고전적인 아름다움'을 다른 말로 할 수 있다면 문학성이겠죠?

 

세균맨 : 네.

 

노트 : 다른 작품보다 조금 더 문학성에 기댄 작품을 떠올렸을 때 그런 작품이 잘 보이지 않아요. 많이 없기도 하지만, 그전에 발굴을 안 해요. 이미 증명되지 않은 작가나 작품을 꺼내 와서 호명하고, 장이 마련될 필요가 있어요.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를 끄집어내서 의미를 부여하고 방향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요즘은 어느 작가를 두고 방향을 제시한다는 평을 하지 않잖아요. 그게 곧 발굴을 하지 않는다는 뜻이니까요.

 

인형 : 오히려 그런 작품이 없어서 못 하는 거라면요?

 

노트 : 저는 싸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예전에는 서로의 작품에 대해 말을 가감 없이 할 수 있었잖아요. 국내뿐만 아니라 유럽에서도 그랬고. '글이 별로다'라는 말을 하면서요. 지금은 공격적일 수가 없어요. 너무 윤리적이에요. 모두 윤리적으로 올발라야 하는 것처럼 느껴져요. 사람으로서는 당연히 윤리적이어야 하지만, 그거와는 다른 문제니까요.

 

인형 : 비평이 작품에 대해 평가를 내리듯이 작가도 비평을 평가하는 자리가 있어도 재밌을 것 같아요.

 

노트 : 지면에서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가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안다 : SNS에 끄적이지 말고······. (웃음)

 

노트 : 최근에 ○○○ 작가가······ 아, 이건 얘기 안 할래. 본명이 나오면 안 돼. (일동 웃음) 아, 그런데 이건 얘기해도 되겠다. 옛날에 ○○○ 평론가가 ○○○ 작가가 어느 상을 받았을 때 '자신은 동의할 수 없었지만 뽑았다'라는 뉘앙스로 썼어요.

 

남숙 : 아, 심사평에?

 

노트 : 네. 그런데 그 수상 작가가 나중에 어느 인터뷰에서 그 평론가의 심사평을 언급했어요. 전 그게 재밌었거든요. 솔직한 의견이고. 하지만 사실 요즘은 그럴 수 없는 분위기잖아요.

 

인형 : 나는 쫄아서 못 할 것 같아. (웃음)

 

노트 : 누가 절 비판하면 저는 잘 말할 수 있거든요. 재밌잖아요. 문학에 대해 솔직한 얘기를 나누는 거고 발전적으로 가려는 것이니까요. 요즘은 그런 방법 없이 하나의 방향으로 다양성 없이 가려는 거죠. 저는 지금만큼 문학의 다양성이 없는 시대가 있었을까 싶어요.

 

안다 : 아까 글을 쓸 때 부담을 느낀다고 했잖아요. 그 대상이 평론가인가요?

 

노트 : 평론가도 있을 거고, 출판 관계자도 있을 거고······.

 

인형 : 대중도 포함되어 있죠.

 

세균맨 : 모두. 모두 다.

 

노트 : 사회, 사회라고 하자. (일동 웃음)

 

인형 : 아니, 대한민국이랑 싸우는 거예요? (웃음)

 

세균맨 : 저도 노트 씨의 말에 동의를 해요. 조금 비약적으로 말하자면, 평론가는 설득하기 편한 사람이나 잘 팔리는 사람을 미는 거죠.

 

노트 : 네. 이미 증명이 되어 있는 사람.

 

세균맨 : 네, 증명이 되어 있거나. 그게 왜 그러냐면 자기가 호명한 작가가 잘 나가야 자신도 잘 나갈 여지가 있으니까요. 평론가도 작가와 입장이 같다고 생각해요. 자신이 잘 되고 싶고, 잘하고 싶은 거죠. 물론 발굴에 목적을 두는 평론가도 있어요. 하지만 아무리 문학성을 발굴해도 잘 안 돼요, 그 작가가 잘 되기 전까진. 물론 같은 선상으로 좋은 작가를 발굴하고 좋은 비평으로, 같이 잘 될 수도 있죠.

 

노트 : 예전에는 비평가들이 발굴을 잘했거든요. 옛날에 ○○○ 평론가가 ○○○ 작가에 대해 비평을 멋있게 썼을 때를 생각해 보면······. 그런데 요즘은 '안전빵'인 거죠.

 

안다 : 작가와 마찬가지로 평론가들도 부담을 받을 수 있다는 거네요.

 

세균맨 : 그래서 사회구성원이 문제라니까. (웃음)

 

노트 : 발굴을 하기에 위험부담이 있으니까요. 원래는 비평이라는 게 서평이 아니잖아요. 자신이 공부한 맥락, 자신의 취향과 맞닿은 작가를 찾아 읽는 건데······. 아, 하긴 세균맨 씨 말처럼 비평가들도 부담을 느끼니 위험을 피하는 것일 수 있겠네요. 잘 되고 싶으니까.

 

세균맨 : 제가 보기엔 이런 문제도 있어요. 잘 나가는 작가와 잘 나가지 않는 작가 사이에······ 그걸 뭐라고 하죠?

 

인형 : 계층? (웃음)

 

세균맨 : 계층이라고 해야 하나. 그 느낌이 평론 쪽에서 더 심한 거 같아요.

 

남숙 : 위계 같은 걸 말하는 건가요?

 

세균맨 : 아, 위계가 있는 거죠. 평론가 사이에도 위계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요. 솔직히 작가들도 그렇잖아요.

 

인형 : 아, 정말요? (웃음)

 

세균맨 : 평론도 마찬가지일 것 같아요. 간단히 말하면 평론은 작가나 작품을 분석하거나 호명하는 거잖아요. 평론가들의 역할은 어느 한 사람의 세계를 미는 것보다 자신이 생각하는 문학사나 문학의 장을 만드는 쪽에 가까운 것 같아요. 예를 들면 ○○○ 작가와 ○○○ 작가를 묶어서 담론을 만들었던 것처럼요. 그런 것들이 평론가의 역할인 것 같아요. 하나의 작가나 작품에 초점을 맞추는 게 아니라 문학사를 만드는······. 이건 시 비평과는 다른 이야기겠지만요.

 

인형 : 장르의 차이는 아닌 것 같아요. 지금 세균맨 씨가 말씀하신 부분이 현재 주로 나오는 비평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노트 : 얘기를 듣다 보니 작년의 경우가 떠올라요. 작년에 확 뜬 시집이 있잖아요. 그런데 그것이 담론이 되어서 그걸 따라가려는 시인들이 생기진 않잖아요.

 

인형 : 제 주변에도 없어요.

 

노트 : 그 점이 소설과 다른 것 같아요. 그래서 오히려 시가 조금 더 건강하다고 느꼈어요. 대형 작가가 나왔을 때 소설가들은 따라가는 경우가 있는데 시는 안 그런 것 같더라고요.

 

인형 : 오히려 저는 시인들과 이런 얘기를 해요. 저분이 잘 되어서 덕분에 우리도 편하게 쓴다고. (일동 웃음) 밖에서 ○○○ 시인이 유명해진 덕분에 우리도······.

 

 

*

 

인형 : 저도 최근 독서목록을 생각해 보면 재미있게 읽은 책이 별로 없어요. 살 책이 없어요.

 

세균맨 : 맞아요. 사고 싶은 책이 없어요.

 

노트 : 다 그래요. 2018년만 생각해 봐요. 나오는 책들을 보면 책에 다 띠지가 둘러 있고, 띠지에 기획이 다 적혀 있어요. (웃음) 며칠 전 서점에 갔는데 갑자기 숨이 턱 막히면서 길을 잃은 것 같은 거예요. 뭘 읽어야 하나 싶고. 무조건 나쁘다고 할 수 없지만 너무 답답했어요.

 

안다 : 생각해 보니까 시는 판매량과 대세를 따르는 움직임이 연결되지 않는 것 같아요. 저는 시대마다 젊은 시인들이 쓰는 스테레오 타입의 시가 있다고 생각해요. 최근에 많이 팔린 시집을 생각해 보면 ○○○, ○○○, ○○○, ○○○ 시인은 그 스테레오 타입의 시가 아니잖아요. 제각각 개성이 다르고, 그들을 억지로 묶는다면 묶을 수도 있겠지만······. 그런데 젊은 시인들이 쓰는 시의 느낌은 그들과는 많이 달라요.

 

인형 : 그렇죠. 맞는 말인 것 같아요.

 

세균맨 : 소설도 어느 작가가 잘 나가면 습작생들이 그 작가를 따라 쓰지 않잖아요.

 

노트 : 아니에요. 따라 해요.

 

세균맨 : 아, 진짜요?

 

노트 : 심사하는 분들한테 이야기를 들어 보면 엄청 많대요. 심사평만 봐도 그런 이야기가 많아요. ○○○인가? 어느 신인상 심사평에 ○○○ 평론가가 썼는데, '심사를 많이 해봤지만 이번 심사만큼 문학적 실험이라고 할 수 있는 시도가 없는 경우는 처음 봤다'라는 뉘앙스의 심사평이 있어요. 대세와 맞물리는 것들을 많이 쓴다고 하더라고요.

 

인형 : 근데 그건 습작생인 이상 어쩔 수 없다고 봐요.

 

안다 : 이게 방금 말한 시와 소설의 차이인 것 같아요. 시가 상대적으로 자본과 거리가 있다 보니까 판매량과 대세가 맞물리는 것 같지 않아요.

 

노트 : 그렇죠. 그래서 시가 조금 더 건강한 것 같아요.

 

인형 : 아, 생각해 보면 예전에 ○○○ 시인이랑 ○○○ 시인의 아류가 얼마나 많았었어요. 팔리는 시인도 아니었는데.

 

안다 : 인형 씨가 언급한 ○○○ 시인이랑 ○○○ 시인도 시라는 장르 안에서는 많이 팔린 경우지만, 문학 바깥에서 볼 때 많이 팔렸다고 보기엔 어렵잖아요. 시를 쓰는 사람들은 판매량과 관계없는 대세가 있는 것 같아요.

 

노트 : 그런 경우로 인해 '문학성'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소설보다 시에 가깝다고 생각하는 거죠. 생명이 생기는 거고.

 

인형 : 오늘 이거 정리 어떻게 할 거예요? 내가 볼 땐 너무 많이 말해서 갑갑할 거 같은데.

 

남숙 : 우리가 많이 다듬어야······.

 

안다 : 그냥 전문을 공개해 버릴까요? (웃음)

 

남숙 : 그렇게 하면 읽는 사람들이 '얘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이렇게 오해할 거 같아요.

 

안다 : 방금 이 말도 적어버리자. (일동 웃음)

 

 

 

 

 

 

 

 

 

◆ 대담 참여자 소개

 

양안다 (시인)

1992년 충남 천안 출생. 2014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창작동인 '뿔'로 활동 중. 시집 『작은 미래의 책』, 『백야의 소문으로 영원히』. 현재 《문장 웹진》 청년 작가 간사.

 

김남숙 (소설가)

2015년도 문학동네 신인상으로 등단. 현재 《문장 웹진》 청년 작가 간사.

 

노트

요즘은 메모와 멀어졌다. 미래에 대해 자주 떠벌렸다. 각진 공기는 지겨운 생활이다. 캐슬 혹은 문신.

 

인형

날씨를 조심하는 남자.
4호선의 사나이.
4호선의 국문학과를 나와서
4호선 근처를 쏘다니기도 하는데
4호선 때문에 주저앉기도 하였지만
4호선 덕분에 기린을 보기도 했으니까
4호선 인근에서 밥 짓고 산다.
통영에서 잊어버린 일은 대단히 유감입니다.

 

세균맨

세균맨은 좋지만 충치는 싫고 착하게 살기 싫지만 억지로 착하게 사는 사람.

 

 

   《문장웹진 2019 0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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