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파스트의 시청 앞 외 1편 - 김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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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벨파스트의 시청 앞

 

 

김이강

 

 

 

벨파스트의 시청 앞에서
과일이 담긴 봉투를 들고 그가 서 있다

 

내 쪽으로 걸어오더니 한 입 베어 먹은 사과를 주며
어딜 가냐고
나는 한 입 더 베어 먹은 사과를 돌려주며
시청에 왔다고

 

우린 사과를 함께 먹는다
벨파스트엔 어쩐 일인지
벨파스트 시청엔 어쩐 일인지
묻지도 않고

 

시청 앞에서 사과를 먹는다

 

너는 뼈만 남은 사과를
맞은편 숲 쪽으로 멀리 던지더니

 

줄 것이 없다며 과일 봉투를 몽땅
품에 안겨 주고 가버리는데

 

시청에 온 이유를
생각할 수 없게 되고

 

어느 방향쯤에 바다가 있었는지
걸음을 옮길 수 없게 되고

 

사라진 너를 보는 자리에서
이 일을 누군가에게 이야기해야겠다고 생각한다

 

무거운 봉투에 대해서
모두가 떠난 벨파스트의 시청에 대해서

 

 

 

 

 

 

 

 

 

 

 

 

 

운하에 모이기

 

 

 

 

밀라노에 가서
모기 때문에 고생했다
가방도 사고 신발도 사고
젠장, 모든 걸 다 바쳤는데

 

그런 아이들이 운하에 모여
모기에 뜯기며 놀았다
턱수염 난 연주자가 관악기를 불었다
관악기는 부는 것인데
김수영은 왜 빨아들이는 것이라고 했을까
그것도 우주를

 

중동 아이들에게서 모기 퇴치제를 샀는데
다리에 뿌리니 시원했다

 

 

 

 

 

 

 

 

 

 

 

 

 

 

 

작가소개 / 김이강

2006년 겨울 《시와세계》로 등단. 시집으로 『당신 집에서 잘 수 있나요?』, 『타이피스트』가 있음.

 

   《문장웹진 2018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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