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변효자 외 1편 - 권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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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죽변 효자

 

 

권선희

 

 

 

봐라, 김양아. 울아부지 오시거들랑 씨븐 커피 말고 비싼 걸로다 팍팍 내드려라. 영감쟁이가 요단새 통 잡숫질 않는다. 뱃일도 접었지럴, 몸띠도 시원찮지럴, 할마시까지 갖다 묻고 적막강산 같은 집구석에 죙일 들앉아 있으믄 부아밖에 더 나겠나. 그래도 김양 니가 아부지요, 아부지요 하니 여라도 가끔 들락거리는 기재. 돈이 없구나 싶으면 니가 한턱 쏜다 카고 두 잔 내와가 같이 마시라. 손도 쪼매 잡혀 주고, 궁디도 슬쩍 들이대고, 한 번씩 오빠야라고도 불러라. 복 짓는 맘으로다가 모시믄 그 복 다 니한테 간다. 돈은 을매가 되든 내 앞으로 달아 놓고.

 

 

 

 

 

 

 

 

 

 

 

 

 

말년(末年)

 

 

 

 

우리 영감이 올개 구십둘이다. 다리만 멀쩡하믄 걷는 폼이나 나지럴. 마 희뜩 구부러지드만 다리를 두나 다 뿌가가 오줌 똥 싸재끼믄서 들앉았다. 밉다, 밉다 카믄서도 불쌍타. 젊어서는 사무직에 있아가 글도 좋고 사램이 제법 좋았는데 늙는 기 뭔 죄라고 저래 맹그니까네 속상타.

 

내는 그래도 걸어나 댕기니 이래 장에도 오고 글치. 걸으믄 다리가 아프고 누우믄 허리가 아프고 세월이 문디 같다. 세상에 오는 일도 숩지는 않고 죽자고 살아내는 일도 만만찮지만, 돌아가는 거는 참말로 디다. 그래도 내 영감은 내 손으로 치우고 따라가야 안 되겠나.

 

 

 

 

 

 

 

 

 

 

 

 

 

 

작가소개 / 권선희

1999년 포항문학으로 작품 활동. 시집 『구룡포로 간다』, 『 꽃마차는 울며 간다』.

 

   《문장웹진 2018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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