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틴, 오주영 멘토와 한서웅 멘티의 만남 - 오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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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틴 – 인터뷰]

 

 

글틴, 오주영 멘토와 한서웅 멘티의 만남

 

 

오주영

 

 

 

 

    수필 게시판 멘토로 활동한 수요일입니다. 글틴 인터뷰에서 만난 모로가 나에게 왜 닉네임이 수요일인지 물었습니다. 무슨 마음으로 지었는지 당최 기억이 나지 않아 '닉네임을 지은 날이 수요일이에요.' 하고 얼버무렸습니다. 인터뷰를 정리하며 기억을 더듬어 보니 막 수필란을 맡게 되었을 때 내 마음이 애오라지 닉네임에 담겼다는 걸 알겠습니다. 나는 글틴 여러분이 월요일부터 일요일 사이, 어느 하루의 소중한 이야기를 올려 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글틴 여러분이 가슴에 숨긴 꿈을 풀어내는 장소, 차갑고도 뜨거운 현재를 담는 장소가 수필란이 되기를 바랐습니다. 이곳에서 많은 글을 만났습니다. 여러분이 올려 준 글 모두가 소중했습니다. 뜨거운 글, 수더분한 글, 내밀한 글, 재잘대는 글. 한 편 한 편 설레며 읽었습니다. 벌써 반년도 더 된 일이네요. 수필 게시판의 새 멘토로 전성현 선생님이 오신 지 꽤 되었습니다. 여러분이 알고 있는 대로, 전성현 선생님은 글을 읽는 감각이 탁월하십니다. 부드럽고 진지하게 소통하며 어우르는 멋진 동화 작가예요. 글틴 여러분이 전성현 선생님과 수필 게시판을 채워 가는 모습이 참 좋습니다.
   얼마 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글틴 인터뷰에 대한 연락이 왔습니다. 직접 한 사람의 글틴을 만날 기회가 생겨 반가웠습니다. 글틴에 글을 올리는 여러분은 모두 수많은 책을 먹어치운 다독가일 겁니다. 어느 책엔가 사로잡혀, 그처럼 쓰고 싶다는 강렬한 욕망이 생겨난 순간을 간직하고 있을 테지요. 그런 여러분 가운데 가장 부단히 독서와 글쓰기에 대한 글을 올려 온 모로를 만났습니다. 꾸준히 읽고 쓰는 모습이 미더우면서도, 때때로 올라오는 산만하고 거친 글이 아쉽던 모로입니다. 모로가 너무 많은 책을 수집하듯 읽고 있는 게 아닐까 걱정도 했습니다. 이번에 얼굴을 마주하고 이야기를 나눠 보니 기우인 듯합니다. 모로는 자기 속도에 맞춰 책을 애만지며 머리와 가슴을 채우고 있었습니다. 이런 만남의 기회를 마련해 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바쁜 가운데 시간을 내준 모로에게 고맙습니다.

 

 

반갑습니다. 모로 님. 제가 모로 님을 만나고 싶었던 이유 중의 하나가 엄청난 다독가예요. 언제부터 많은 책을 읽게 되었나요?

 

어렸을 때 제가 동화책을 많이 읽었어요. 어머니가 동화책도 많이 읽어 주셨습니다. 짧은 동화를 써보기도 했고요. 어리니까 용감하게 출판사에 보내 보기도 했어요. 그러다 13~14살 즈음부터 소설에 빠지게 된 것 같아요. 읽다 보니까 재미있어서 '아, 나도 이렇게 쓰고 싶다.' 해서 쓰기 시작했습니다.

 

 

동화에서 소설로 넘어가게 만든 책이 있나요?

 

도서관에서 재미있어 보이는 책 표지가 있어서 꺼내 읽었는데 그게 스티븐 킹의 책이었어요. 푹 빠져서 스티븐 킹의 책만 계속 찾아 읽었어요. 그러다 헤르만 헤세의 『수레바퀴 밑에서』를 보게 되었는데 엄청 재미있었어요. 글틴에 처음 올린 글이 그 책으로 쓴 독후감이었어요.

 

요즘 고민하고 있는 게 있나요?

 

제가 많이 읽는 것에 비해 꾸준히 쓰는 것 같지 않아요. 써놓고 좀 부족하고 아쉽게 느껴지는 글도 많아요.

 

부족하고 아쉽다고 느끼는 건 좋은 일이에요. 자기 글을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그런 생각이 드니까.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노력할 때 글이 좋아집니다. 그렇지 않아도 모로가 「독후감에 관하여」에서 이런 말을 했죠. '내가 부족하다는 것을 알았다면 지금 쓰면 된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계속 써야겠다. 지금 이렇게 아쉬우니까 계속 쓰면 더 나아지고, 나아지리라는 생각이 자연스레 들었어요. 저는 누구나 글을 쓸수록 발전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도 글을 계속 고치려고 해요. 잘 고치기 위해 책을 더 많이 읽고 글을 계속 쓰고 있어요. 글을 쓰면 쓸수록 더 정교해지고 더 단단해질 거라고 믿어요.

 

덧붙여 모로가 쓴 글의 문장을 더 다듬으면 좋겠어요. 작가들은 누구나 공들여 글을 다듬어요. 다듬은 글과 다듬지 않은 글은 차이가 분명히 나요. 우리는 수차례 다듬어 나가는 과정에서 그 안에 무엇을 담고 무엇을 빼야 할지 알게 됩니다.

 

닉네임이 수요일인데, 왜 수요일이에요?

 

별다른 뜻은 없어요. 닉네임을 만든 날이 수요일이었어요. 모로의 이름은 우리말이죠? 비껴서, 옆으로의 뜻을 가진 부사 '모로' 맞나요?

 

아니에요. 미야자키 하야오의 『원령공주』에 나오는 들개 이름을 닉네임으로 했어요. 개가 사람을 대신해 아이를 거두는 게 대단하다고 생각해 쓰게 되었습니다.

 

닉네임에 대한 내 생각이 틀렸네요. 모로는 요즘 어떤 일을 하고 있어요?

 

대학에 가기 위해 준비하고 있어요. 집에 가족도 많고 빨리 독립하고 싶기도 해서요. 홈스쿨링을 하니까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적어요. 밖에 나가서 경험도 많이 하고 사람들도 많이 만나고 싶어서 대학에 지원하려고 해요. 그렇지만 대학에 가야 글을 잘 쓸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글을 좋아하고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문예창작학과나 국어국문학과, 극작과 같이 글과 관련된 학과로 가고 싶어요.

 

 

나는 문예창작학과를 나왔어요. 대학에서 책 많이 읽었고, 글을 썼고,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어요. 글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서 좋은 자극을 받았어요. 합평을 하며 단련도 하고. 나처럼 글 좋아하고 책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 떠들 수 있어서 좋았어요. 다만 글을 쓰기 위해 꼭 문예창작학과에 가야 할 이유는 없다고 믿어요. 전혀 다른 분야에 있었던 작가들이 반짝반짝한 글을 써내는 걸 많이 봐왔고. 중요한 건 함께 글을 쓰고 서로 읽어 줄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나는 거죠. 글틴처럼. 모로가 글틴을 알게 된 배경이 있나요?

 

형, 누나가 글틴을 했어요. 글틴 캠프에도 다녀오고, 주장원도 많이 받고. 저한테 글 쓰는 데가 있으니 들어가 보라고 해서 자연스레 알게 됐어요.

 

형, 누나가? 이런 인연이 있었구나. 가족이 모두 글쓰기를 좋아하나 봐요.

 

아버지가 글을 좋아하시고 글을 많이 쓰세요. 최근에는 『매콤달콤 맛있는 우리 고전 시가』라는 책을 내셨어요. 누나와 함께 그림책도 만들고 계세요.

 

좋은데요? 우리 식구들은 글쓰기에 관심이 없었어요.

 

저는 가끔 글 쓰다 궁금한 게 있거나 안 되겠다 싶은 게 있으면 아버지에게 보여드려요. 이상한 점 어색한 점을 알려달라고 하면 아버지가 짚어 주세요. 그렇지만 아버지에게 보여드리는 일이 많지는 않아요. 보통은 혼자서 글을 써요. 공모전도 혼자 준비하고.

 

모로는 수필란뿐 아니라 소설란, 비평란에도 좋은 글을 올리고 있죠. 공모전도 많이 다녔고. 지금까지 글틴 외에 다른 공모전에서 얻은 결과가 있다면 소개 부탁할게요.

 

현대시문학 청소년문학상 소설 부문 금상을 받았고, 의정부 문학상 일반 부문에서 소설로 차하상을 받았습니다.

 

모로가 가장 관심 있는 분야는 소설인가요?

 

소설에 애정이 가요. 평론도 좋아하고. 저는 기본 서사에 충실한 소설도 좋지만 색다른 소설에 마음이 끌려요. 장정일 작가처럼 그동안 소설에서 쓰지 않던 방법이나 기법들을 시도해 보고 싶어요. 이탈로 칼비노처럼 색다른 걸 시도하려면 어떻게 써야 할까 하는 생각을 해요.

 

장정일 작가가 모로에게 많은 영향을 준 것 같아요.

 

저는 광팬이라고 할 정도로 장정일 작가의 소설을 좋아해요. 『아담이 눈 뜰 때』 단편 하나 하나 엄청 좋았어요. 문체도, 문장도 어떻게 이렇게 짜임새 있게 잘 쓸 수 있는지 감탄하며 봤어요. 절판되어 구하기 힘든 책도 국회도서관에 가서 필름으로 읽었어요. 그분에 대한 논문까지 찾아서 읽었어요. 지금은 「장정일의 소설 분석」이란 논문을 읽고 있어요.

 

장정일 작가는 엄청난 독서광이죠. 모로도 상당한 독서광이잖아요. 집에 모로만의 책꽂이가 있나요?

 

있어요. 글틴에서 월장원을 하면 문화상품권을 주잖아요. 문화상품권으로 서점에서 책을 많이 샀어요. 그렇게 모은 책이 꽤 돼요. 김원일 소설, 알베르 카뮈 소설, 어디선가 산 책들과 받은 책들, 부천영화제에서 받은 평론집······ 『난쟁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도 있어요. 제가 쓴 글이 글틴 주장원이 되었는데 제가 엄청 좋아하는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선물로 받았어요. 이미 한 번 읽었지만 집에 없는 책이어서 참 좋았어요.

 

 

글틴에서 준 도서상품권이 책을 사는 데 도움이 되었다니 뿌듯한데요.

 

동생에게 책을 사라고 문화상품권을 주기도 했어요. 그걸로 만화 전문 서점에 가서 만화책을 사더라고요.

 

그러고 보니 형과 누나에 이어 동생들에게도 글틴을 전파해야 하지 않아요?

 

남동생은 글쓰기에 관심이 없어요. 여동생은 아직 열 살이라서······.

 

글을 쓰면서 가장 고민되는 건 뭔가요?

 

내가 쓰는 단어가 한정되어 있다는 생각을 해요. 다채롭게 글을 쓰고 싶은데 그렇게 안 될 때가 많아요.

 

단어 활용의 아쉬움은 작가들도 많이 느껴요. 그래서 자기만의 단어 노트를 만들어요. 나도 단어 노트를 가지고 있어요. 책을 읽다가 좋은 단어나 표현, 문장이 나오면 그냥 넘기지 않고 단어 노트에 옮겨 적지요. 글 쓰는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습관 중 하나예요. 모로는 단어 노트를 만들고 있나요?

 

네. 하다 보니 좀 좋아지는 것 같아요. 글은 하루에 얼마나 쓰세요?

 

창작도 하고 어린이 책도 쓰고 서평도 쓰고 이런저런 글 작업을 하다 보니까 외출하지 않는 날에는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있어요. 먹고살기 위해 일하느라 바쁩니다. 그러다 하루는 책을 쌓아 놓고 실컷 읽고. 모로는 하루에 어느 정도 글을 쓰죠?

 

하루에 거의 못 쓸 때도 있고, 한꺼번에 많이 쓸 때도 있어요. 하루에 기본 A4용지 한 장에서 반 장을 꼬박꼬박 써요.

 

꼬박꼬박? 잘하고 있군요. 글쓰기 습관이 중요한데.

 

『장정일의 독서일기』를 보고 저도 하루 한 권 책을 읽고 그에 대해 쓰기로 마음먹었어요. 그런데 읽고 쓰다 보니 하루 한 권이 쉽지 않아서 일주일에 한 권씩은 반드시 읽고 쓰기로 하고 있어요. 지금 부천도서관 홈페이지에서 하는 독서 마라톤을 하고 있어요. 도서관에서 빌린 책에 대해 글을 써서 올리고 있어요.

 

많은 책을 읽는 건 내가 끌리는 책을 찾기 위한 과정이기도 해요. 그런 책을 찾았다면 이제부터는 그 책 한 권을 가지고 놀아야죠. 책이 나달나달해지도록 읽으며 이 책이 왜 좋은지 찾아봐요. 밑줄도 치고 메모도 하며 좋은 문장과 좋은 묘사를 찾고, 어떤 구성을 가지고 있는지 분석하고. 그렇게 그 책의 장점을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해요. 나는 모로가 많은 책을 읽는 것도 좋지만 좋아하는 책 한 권을 여러 번 읽으며 분석해서 창작의 자산으로 삼았으면 해요.

 

『너희가 재즈를 믿느냐』를 세 번 정도 읽었어요. 처음 봤을 때는 실험적 형식이 독특하다는 생각만 했는데 두 번째 볼 때 안 보이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이 작가가 말하려는 게 이런 거구나.' 했어요. 세 번째 읽을 땐 더 자세한 것들이 보이고. 앞으로 더 읽으면 더, 더 보이겠죠?

 

 

그래요. 나는 좋아하는 책을 직접 분석하는 게 가장 좋은 글쓰기 공부라고 믿어요. 더불어 끈기와 노력이 중요해요. 주변에 작가 친구들이 반드시 지니고 있는 게 있어요. 끈기와 노력. 십 년 이상 꾸준히 노력해 등단한 작가들이 지금도 부단히 노력하고 있어요. 노력을 멈추지 않아요.

 

저도 제가 정말 하고 싶은 걸 열심히 노력하며 나아가면 잘 될 거라고 생각해요. 포기하지 않고.

 

든든합니다. 글틴에 글을 올리면서 좋았던 점과 아쉬웠던 점이 있다면 어떤 걸까요?

 

좋은 점이 많아요. 글틴 선생님들이 일일이 댓글을 달아 주시고, 내 또래 다른 청소년들이 어떤 글을 쓰고 있는지 볼 수 있고. 글틴들이 댓글을 잘 달아 주지 않는 점은 아쉬워요. 글틴 활동이 원활하게 되길 바라는데 정작 저도 댓글 쓰는 걸 꺼리고. 그래도 만족하고 있어요.

 

마지막으로 글틴을 위한 말을 한 가지 해주세요.

 

제가 좋아하는 노래 가사에 이런 게 있어요. 남들이 뭐래도 네가 믿는 것들을 포기하거나 움츠러들지 말고 앞으로 나가라. 이 가사처럼, 좋아하는 게 있다면 포기하지 말고 누가 뭐라고 하든 계속 나아갔으면 좋겠다는 말을 글틴에 하고 싶어요.

 

 

맞아요. 계속 나아가야죠. 좋은 말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작가소개 / 오주영

2009년 창비 좋은 어린이책 저학년 부문 대상·2012년 푸른문학상 평론 부문 신인상. 동화집 『이상한 열쇠고리』, 『거인이 제일 좋아하는 맛』, 『수학왕 바코』, 『제비꽃 마을의 사계절』 등이 있음.

 

   《문장웹진 2018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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