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작가 간사들의 익명대담 2회 – 전업 작가의 삶 - 김남숙
목록

[청년 작가 간사들의 익명대담]

 

 

익명대담 2회 : 전업 작가의 삶

― 시인 물병, 소설가 코끼리와 함께

 

 

ㅇ 원고정리 및 구성 : 김남숙(소설가, 《문장 웹진》 청년 작가 간사)

 

 

 

 

최근에 김남숙은 퇴직했다. 양안다는 축하한다고 말해 주었다. 그러나 이게 정말 축하할 일일까? 김남숙은 당분간 소설도 쓰고 잉여롭게 지내겠다고 말했지만, 동시에 당장 먹고살 문제를 고민해야 했다. 김남숙은 정성껏 키워야 할 개도 있다. 양안다는 가끔 들어오는 일을 도우며 살고 있다. 김남숙과 양안다는 전업 작가에 대해 이야기하기로 했다. 일을 조금도 하지 않으며 살 수 없다는 걸 잘 알기에, 생계를 위한 최소한의 수입만 유지하는 시인과 소설가를 초대했다.

 

 

전업 시인과 전업 소설가

 

남숙 : 안녕하세요, 익명대담 2회에서는 전업 작가의 삶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대담을 진행할 건데요. 소설가 한 분, 시인 한 분 모시고 얘기 나누도록 할게요. 실은 근황이 제일 먼저 궁금하기도 한데요, 먼저 각자 가져오신 오브제로 이름을 대신 칭해야 하는 룰이 있어서, 먼저 오브제에 대해서 설명 부탁드려요. 소설가 분부터 들어 볼게요.

 

코끼리 : 이건 제가 책상에 무조건 글 쓸 때마다 두는 건데요, 코끼리예요. 조각상.

 

남숙 : 왜 그 물건을 가지고 오셨어요?

 

코끼리 : 이건 뭔가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작가로서의 삶 같아서.

 

남숙, 안다 : 지금 막 지어내신 것 같은데요

 

코끼리 : 아니에요, 진짜로 아니에요 매일 두는 거예요.

 

안다 : 그럼 코끼리 조각상과 본인이 닮았다고 느끼시는 건가요?

 

코끼리 : 이 코끼리 조각상이 겉은 화려하거든요. 작가는 겉으로 보기에는 화려할 수도 있고 또 우리나라는 작가, 소설가라고 하면 인정해 주는 것 같지만 실상은 그런 게 아니잖아요. 오늘 이야기할 주제지만 생활이 어려운 것도 있고. 그리고 코끼리 조각상을 가지고 있은 지 꽤 됐어요. 이건 습작할 때부터 가지고 있었던 거라.

 

남숙 : 가지고 계신 지 몇 년이나 됐어요?

 

코끼리 : 대학교 습작할 때부터 가지고 있었던 거니까······ 꽤 오래됐어요.

 

남숙 : 시인 분이 가져온 오브제에 대해서도 들어 볼게요.

 

물병 : 저는 물병이에요, 물병 텀블러. 제가 물병을 좋아하기도 하고, 항상 가지고 다녀서 가지고 왔습니다.

 

남숙 : 코끼리 조각상을 가져오신 작가님과는 다르게 자연스럽네요. 자연스럽다. 요즘 근황은 어떠세요? 어떻게 지내시는지.

 

물병 : 저는 사실 올해에 전업 작가처럼은 못 살았어요. 왜냐하면 몸이 안 좋았기 때문에 대체로 병원을 다니면서 집에서만 시간을 보내고······ 특히 여름을 통째로 날렸어요. 아무것도 못 하진 않았지만 거의 병원을 왔다 갔다 하면서 집에서 누워 자고, 책도 조금씩 읽고 그러다가 몸이 조금씩 나아져서······ 사실상 9월부터 제가 원하는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어요.

 

남숙 : 지금은 나으신 건가요? 괜찮으세요?

 

물병 : 네. 지금은 괜찮아요. 건강해요.

 

안다 : 아프다고 한 게 더 전업 작가 같아요.

 

남숙 : 그러니까요. 너무 잘 맞아요. 아프다는 것도 한 창작의 기점에 있는 사람의 태도 같은······. 코끼리 씨는 근황이 어떻게 되나요?

 

코끼리 : 작년에 대학원을 수료했어요. 원래 학교 다니면 적을 두고 있는 거잖아요. 그것에 비하면 마음이 편하긴 하지만 올해는 좀 더 불규칙적으로 생활하는 것 같아요. 일 들어오면 하고······ 정규적인 일은 아니고 대학원 조교라든지 아니면 고등학교 수업, 사설 강의 같은 것 하게 되고, 그렇게 지내고 있어요.

 

 


 

 

원고료

 

남숙 : 원고료에 대해 궁금하신 분들이 있을 거 같아요. 혹시 두 분이 최대로 받았던 고료, 최소로 받았던 고료가 어떻게 되나요?

 

코끼리 : 단편소설로 받은 고료 중에서는 120만 원이 최대였던 것 같아요. 2016년에. 그리고 제일 적었던 것은 올해 ○○○에 발표하는 건데 같은 분량인데도 50만 원. 둘 다 100매였어요. 이게 소설이든 시든 마찬가지겠지만, 큰 대형 출판사들은 고료가 좋아요. 지방에 있는 출판사, 문예지들은 재정이 안 좋은 문제도 있겠지만······.

 

물병 : 시 같은 경우에는, 저의 기준으로 하면 어느 잡지에서 시 3편에 산문 1편을 7만 원으로 받은 게 제일 적고요. 그러면 시 1편당 2만 원쯤? 그런데 산문이 들어가니까 1편에 만 원 조금 넘는 금액이겠죠. 안다 씨도 알겠지만 보통 1편에 5만 원 선에서 해결되는 편이고요. ○○○이 7만 원이고, ○○○가 15만 원. 아까도 말했지만 큰 출판사 정도 되어야 1편에 15만 원 정도 받고요. 약간 전설 같은 이야기인데, 우리 윗세대만 해도 쌀로 받았다는 사람들도 있고.

 

코끼리 : 그거야말로 시장 가치지.

 

물병 : 그리고 ○○○에서는 원고료 받는 데 6개월 걸린 적도 있어요. 제가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워서 독촉을 했는데 다른 분들도 이런 식으로 받았는지, 못 받았는지 모르겠어요. 그런데 큰 문예지들은 어느 정도 자생이 되지만 대부분의 잡지들은 90프로 정도 문예지원금으로 연명하는 게 사실이고······. 그런 사정을 생각하면 지원금을 적게 받은 입장에서는 고료가 낮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도 들어요.

 

안다 : 그러면 최고로 많이 받은 원고료는 1편에 15만 원?

 

물병 : 편당 15만 원씩 해서 2편 30만 원 받았어요.

 

코끼리 : 그래도 쎄네.

 

물병 : 그럴 가치가 있지, 내 작품은. (웃음)

 

안다 : 혹시 그러면 물병 씨는 아예 고료를 안 받고 보낸 적도 있어요?

 

물병 : 아니요, 저는 온 적도 없고 안 보낼 거예요.

 

안다 : 전 두 번 있었어요. 등단한 해에 청탁이 왔었는데, 2편씩 두 군데에 고료를 안 받고 보낸 적이 있었어요. 청탁 온 잡지가 원래부터 고료를 안 주는 게 아니라 주는 곳으로 알고 있어요. 2편에 3만 원인가······ 그렇게 주는 곳으로 아는데 그때 저한테는 고료가 안 왔어요. 그 이후에 ○○○에도 왔었는데, 저와 그때 같이 청탁을 받은 시인 얘기를 들어 보니까, 그 시인은 원고료가 기입된 청탁서를 보내고 저한테는 없는 청탁서를 보냈더라고요. 그걸 알고는 거절했어요.

 

코끼리 : 내가 아는 소설가는 마감 기한에 소설을 보냈는데, '원고료가 들어와야 하는데 왜 안 들어오지?' 했대요. 찾아보니까 그 잡지가 없어졌어요. 소설 두 편을 보냈는데.

 

남숙 : 그런데 물병 씨가 아까 원고료 독촉했다고 했는데, 어떤 방식으로 독촉하셨어요? 계속 전화하셨어요?

 

물병 : 아니요. 메일로 굉장히 공손하게.

 

남숙 : 계속 메일로만요? 통화는 안 하고요?

 

물병 : 네. 제가 통화할 용기는 없어서요. 그냥 내놔라, 이렇게 보낸 게 아니라 언제쯤 받을 수 있을까요, 라고 한 세 번 네 번 보내니까 준다고 답장은 왔는데 그쪽에서 사정이 있었다고 생각하고 싶네요.

 

코끼리 : 저는 문예지는 아니고 패션지에서 한 번 그런 적 있어요. 거기는 마감날짜가 정확한데, 언제 원고료를 주겠다는 말이 아예 없어요. 청탁서에 명시가 안 되어 있어요.

 

안다 : 이건 시랑 소설의 차이점인가? 왜 시는 표기가 안 되어 있지.

 

코끼리 : 제가 최근에 받은 문예지에는 다 적혀 있었어요. 금액이랑 날짜도 적혀 있는 경우도 많았고.

 

안다 : 이건 시랑 소설의 차이점인가? 왜 시는 표기가 안 되어 있지.

 

물병 : 시는 진짜 원고료 날짜 기입된 걸 보기가 힘들어요. 거의 없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아요. 정확한 날짜는 못 지키더라도 명시는 해야 되지 않나, 그런 생각도 드네요.

 

안다 : 최저 원고료가 정해지는 건 어때요? 다들 생각하는 최저 원고료가 있나요?

 

남숙 : 매당 만 원?

 

코끼리 : 나는 1매에 2만 원. 단편소설 하나에 200만 원이면 행복하지.

 

물병 : 저는 이거에 대해 진짜 많이 생각해 봤는데 잘 모르겠어요. 왜냐하면 제가 봐도 돈 주기 아까운 작품들이 있어요. 작가들이 먼저 프로페셔널해져야 하고······. 원고료가 마지막으로 오른 게 20년 전이라는 소리도 있잖아요. 어쨌든 오를 필요는 있다는 게 재 생각이에요. 근데 이건 어디까지나 작가 입장이고, 독자 입장에서도 생각을 해봐야 해요. 독자 입장에서 아무 관심 없는 세상에 무슨 도움이 되는지도 모르는 글을······.

 

남숙 : 아니. 돈을 받아야 하는 입장인데 그런 것까지 생각해요. (웃음)

 

코끼리 : 옛날 고전 작가들은 돈을 벌려고 소설을 썼대요. 예를 들면 단편소설에 300만 원이나 500만 원을 준다고 해봐요. 그럼 돈 때문에라도 진짜 열심히 쓴다고. 원래는 '원고료 어차피 조금 들어오는데 뭐······' 이런 생각을 할 수도 있는데, 액수를 크게 주면 책임감이 커질 것 같아요. 시장 가치로 다가간다면 능률이 오르지 않을까요.

 

물병 : 저도 원고료가 오르는 건 찬성인데, 그래도 아닌 작품들이 있어요. 오르기 전에 작가들이 먼저 정리가 돼야 한다, 라는 게 솔직한 심정이고······ 지금 작가가 너무 많잖아요.

 

남숙 : 그럼 최근에 본 작품 중에 실망을 했었어요?

 

물병 : 네. 굉장히 실망을 많이 하고 있고······ 저도 그런 한 명이 될 것 같아서 두려움이 많이 있어요. 내가 그 사람들의 작품에 분노했는데 나도 그것밖에 안 된다면 독자에게도 굉장히 미안한 일이고······. 고료가 오르긴 올라야 하는데 그 전에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하지 않나 싶어요.

 

코끼리 : 그러니까 액수를 확 올려버리면······ (웃음) 다른 의미의 책임감이 생기지 않을까.

 

 

전업 작가의 수입

 

남숙 : 혹시 물병 씨는 현재 생활을 어떻게 하고 계세요? 수입 면에서, 한 달 기준으로 봤을 때로 말씀 부탁드릴게요.

 

물병 : 최근 얘기를 다시 하자면, 올해 아파서 일을 아예 못 했어요. 지금 은행에 빚을 진 상태예요. 은행에 진 빚으로 병원비랑 생활비를 충당을 했고요. 지금은 이제 청탁이 없는데, 보통은 고료랑 다른 일들. 일이라고 하면 문학 관계된 일은 되도록 피하고 있어요. 그래서 학생들 국어 내신 가르치고 있어요.

 

남숙 : 그렇게 일하시면 한 달 수입이 얼마나 돼요?

 

물병 : 두 자릿수 넘지는 않아요.

 

남숙 : 계절마다 원고료를 최고로 많이 주는 곳에서 시를 청탁한다고 해도, 1년에 120만 원인 거잖아요. 한 계절에 30만 원씩.

 

물병 : 요즘 주목 받고 있는 신인들도 제 생각에는 200만 원 넘을까 싶어요.

 

안다 : 200만 원은 안 될 것 같아요. 죽어도 안 될 것 같아요. 100만 원도 힘들 것 같은데요. 원고료 많이 주는 문예지에서 다 같이 줄 리는 없고······. 또 끊이지 않아야 하니까요.

 

남숙 : 그런데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왜 문학 관련된 일은 피하고 싶으신 거예요?

 

코끼리 : 예를 들면 그런 건가요? 문학 관련된 일이라면 오로지 시를 써서만 하고 싶은 마음?

 

물병 : 정확해요. 근데 현실적으로 안 돼요. 하다못해 이 대담도 등단 초기면 안 했겠죠. 그런데 거의 생활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시 외에 다른 것들을 별로 남기고 싶지가 않아요. 그리고 제가 좋아하는 고전 작가들이 그렇게 안 살았기 때문에······. 작가를 헬스 트레이너로 비유한다면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규칙적으로 생활하고 그들이 식단 조절하듯이 저도 생각을 조절하고······. 그들도 일부러 살찌우는 기간이 있잖아요. 그러면 저는 기름진 문장을 쓰는 거죠. 그러고 난 다음에 커팅을 하는 거고. 그렇게 쳇바퀴 굴러가듯이 규칙적으로 쓰는 게 맞다 생각하고요. 그리고 또 제가 사람 만나는 건 좋아하는데 다양한 사람 만나는 건 그다지 좋아하지도 않아서요.

 

코끼리 : 문학 관련된 일을 하면 다양한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되니까요.

 

남숙 : 코끼리 씨는 그럼 한 달 기준으로 수입이 어떻게 되나요? 소설가니까 조금 다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코끼리 : 고등학교 수업이 있었고, 그리고 사설 강의 했던 게 수입이 많이 됐고······. 올해 들어서 수입을 많이 줄이기도 했고요.

 

남숙 : 그럼 혹시 내가 정말 돈이 없어서 이렇게까지 해봤다, 그런 것 있어요?

 

코끼리 : 너무 많은데요. 등단하고 완전 초기인데, 돈이 거의 없을 때인데······ 돈이 들어오려면 일주일에서 열흘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원고를 쓰고 생활을 해야 하니까 돈을 벌려고 나갈 수가 없는 상황이어서······ 밥을 먹으려고 냉장고를 열었는데 쌀만 있는 상황이었어요. 그래서 남은 김치 국물 같은 거랑 쌀이랑 일주일 먹고 엄청 배탈이 나서 죽을 뻔한 적도 있었어요. 남들은 미련하다고 했지, 돈 빌리면 되는 걸. 그런데 그때는 그냥 그게 싫었어요. 빌리는 게.

 

안다 : 너무 슬프다, 이건. 빈속에 그렇게 먹으니까 당연히 배가 아프죠.

 

남숙 : 근데 저도 이건 이해하는 게 심리적으로 돈이 없다는 압박감이 있으면 돈을 못 빌리게 돼요.

 

코끼리 : 스스로 잘 넘기고 싶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이건 좀 마음이 많이 안 좋은 건데······ 작년 12월에 같이 운동하던 형이 사고로 떠나서 장례식장을 갔는데 수중에 7, 8만 원 있었을 때였어요. 그때 돈이 정말 없었는데 가진 돈으로 부조를 다 내야지, 했는데 돈을 안 받으시는 거예요. 부모님이 자식이 먼저 죽으면 부조금을 안 받더라고요. 그런데 거기서 제가 다행이라고 생각을 한 거예요. 그리고 술 먹고 엄청 울었어요.

 

남숙 : 아······ 돈이 없으면 사람이 비굴해진다고 해야 하나, 품이 작아진다고 해야 하나. 그런 기분이 많이 들어요. 그럼 일적으로 수익을 얻기 위해 가장 고된 일을 한 것은 어떤 일인가요?

 

안다 : 아니면 가장 하기 싫었던 일.

 

코끼리 : 조그만 기획사랑 연결이 돼서 영화 트리트먼트를 써주는 일을 했는데, 나중에 소개시켜 준 작가한테 물어보니까 내가 고료를 너무 낮게 불렀더라고요. 원고지로 따지면 250매 정도를 썼는데, 40만~50만 원 받았나. 모르고 한 거죠. 돈이 없으니까. 또 막노동도 몇 번 나갔고, 일용직 같은 일들이요.

 

남숙 : 물병 씨는 육체적인 노동을 많이 하셨나요?

 

물병 : 아니요, 육체적인 노동은 많이 못 하고, 딱 보기에도 약해 보이지 않아요? (웃음) 고되게 겪은 일이라고 하니 두 가지 에피소드가 바로 생각났는데, 첫 번째는 어제 결혼한 친구가 있어요. 그 친구랑 저랑 엄청 친한 친구예요, 한 20년 넘었죠. 그런데 몇 년 전에 그 친구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장례식장에 갈 일이 있었는데 장소가 대구였어요. 그래서 대구까지 가야 하는데 대구까지 갈 차비가 없는 거예요. 부조가 문제가 아니라 일단 교통비부터 없는 거야. 제가 정말 눈물이 없는데, 그런데 그날 너무 서럽고······ 저를 위해서 쓸 돈이 없는 건 별로 슬프지 않은데 정말 친한 친구, 남을 위해서 못해 주니까 갑자기, 진짜 갑자기 복받치는 거예요. 그래서 다른 친구한테 전화를 해서 돈 빌리고 부조금 내고 친구 아버지 잘 보내주고 돌아왔는데, 엄청 슬프더라고요. 그 빌린 돈 갚는 데 한참 걸렸어요. 바로바로 지출할 곳이 정해져 있고 그 작은 돈도 버거워서. 그리고 두 번째는 돈이 없어서 저는 생동성 아르바이트까지 해봤어요.

 

남숙 : 저도 그 아르바이트 생각해 봤어요. 고수익이라서.

 

코끼리 : 저도 한번 찾아본 적 있어요.

 

물병 : 올해에도 생동성 아르바이트를 하려고 했는데, 금전적으로 다행히 그 정도로 몰리지는 않아서 못 했고, 이 아르바이트도 세 달에 한 번씩만 할 수 있어요. 그런데 거기서 뭐가 가장 힘드냐면 주변의 우울한 아우라가 힘들어요.

 

남숙 : 돈이 급한 이유로 거기에 앉아 있는 사람이 너무 많으니까.

 

물병 : 저는 워낙 집돌이라서 한 공간에 가만히 있는 건 괜찮은데, 주변의 부정적인 분위기가 견디기 힘들어요.

 

남숙 : 이건 반복되는 이야기인데, 이렇게 수입이 불규칙한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정기적인 일을 구하지 않는 이유는 뭔가요? 간단한 답변이 나올 것 같지만.

 

물병 : 부정적으로 말하면 제가 글러먹은 사람이기 때문 아닐까요. 사회성이 부족하고······. 예전에도 사람들과 어울려야 하는 그런 일들을 했는데 못 어울리고 다 실패로 끝났어요. 항상 트러블이 있고. 그런데 나이 먹고 나서는 그보다는 나아졌지만 대체로 적응을 잘 못했고 항상 말없이 냉전······ 그래서 도저히 안 되겠구나, 해서 한편으로는 포기한 것도 있어요.

 

남숙 : 잘 어울리실 것 같은데, 그때는 안 그러셨다는 거죠?

 

물병 : 아니요. 지금도 엄청난 노력을 하는 거예요.

 

안다 : 이게 저도 편견 중 하나인데, 작가들이 작가들끼리 있을 땐 되게 재미있거든요. 그런데 다른 사람들, 일반인이라고 해야 하나. 글 안 쓰는 사람들 사이에 가면 거기에서 되게 어려워하더라고요.

 

물병 : 멋지게 말하자면 시 쓰는 데 집중을 하고 싶은 거예요. 그런데 그렇다고 잘 써지지는 않더라고요. 반대로 그런 얘기도 있잖아요. 직장을 다녀야 잘 쓰는 작가.

 

안다 : 그런 분들도 있죠.

 

물병 : 그런데 저는 회사를 안 다녀 봐서 말을 못 하겠어요. 지금도 회사 다니면서 글 쓰는 것보다 나쁘지는 않고, 더 좋다고는 말할 수는 없어요. 그냥 나쁘지는 않은, 딱 그 정도.

 

코끼리 : 저는 직장생활을 안 해본 것도 아니고 제 성격상 직장생활을 하면 잘할 것도 알지만 제가 만약에 일 년, 한 달에 쓸 수 있는 에너지가 있다고 하면 그걸 직장생활에 쏟고 싶지는 않아요. 경제적으로 생활이 안정되면 그 맥락에서 오는 다른 글을 쓸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그냥 제가 가지고 있는 주기적인 생활 패턴 중에 직장생활을 하게 되었을 때 들이는 품이나 마음 같은 걸 쏟고 싶지 않고······. 그리고 기억에 남는 말이 어떤 선배가 '일단 버틸 때까지 버텨라. 직장 구하지 말고' 이런 말. 물론 빨리 직장 구해라, 뭐 하냐 하는 사람들도 많아요.

 

남숙 : 다른 사람들은 아닐 수도 있지만 직장생활을 하면 일단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해요. 저도 일을 하면서 쓰면 작업물이 안 좋아지고 있다는 생각을 많이 할 때가 있어요. 오히려 외부에서 오는 자극으로 잘 쓰는 사람들도 있지만, 저는 분리가 덜 된 거죠. 덜 되거나 안 되거나. 잉여로워야 잘 쓰는 사람들도 있으니까.

 

안다 : 아까 에너지를 문학 외적인 것에 소비하고 싶지 않다, 라고 말씀하셨는데 저는 요즘 이 에너지가 정신적인 것도 그렇지만 육체적인 것도 그런 것 같아요. 요즘 관절이 안 좋아서 오래 앉아 있질 못하겠더라고요.

 

물병 : 벌써부터 그러면 앞자리 3 되면 이제······.

 

안다 : 아, 그럼 앞으로 더 어떻게 될지 모르겠네요. 제가 작년에 꾸준히 정기적으로 출퇴근을 해야 하는 일을 했는데, 집에 들어오면 빨리 술 먹고 자고 싶은 거예요. 글을 쓰려고 앉아 있을 수가 없어요. 육체적인 피로도 일을 안 하고 싶은 되게 큰 이유거든요.

 

코끼리 : 맞아요. 8시부터 6시까지 일하고 이미 피곤한 상태로 집으로 왔는데, 또다시 에너지를 쏟기가 힘들죠.

 

남숙 : 전업 작가에 대해 등단하기 전에 상상했던 모습과 지금이 많이 다른가요?

 

(일동 웃음)

 

안다 : 저는 조금 다른 것 같아요. 저는 등단 전에는 전업 작가의 방향을 좀 생각했던 거 같아요. 정규적인 일은 하지 않고, 혼자 살 정도의 최소 수입만 얻으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우리가 아까 말했던 비참함······ 돈 때문에 나 자신이 작아지는 순간이 있잖아요. 그것 때문에 저는 데뷔하자마자 전업 작가에 대한 생각을 지웠어요.

 

물병 : 저는 거의 제가 원한 그대로 지켜지고 있는 것 같아요. 쓰기 싫을 때 안 쓰고, 쓰고 싶을 때 쓰고, 책 사서 읽고······ 거의 제가 상상했던 대로 지켜지고 있고요. 돈 때문에 작아지는 순간은 견딜 만해졌어요.

 

코끼리 : 내성이 생기지.

 

물병 : 네. 내성이 생겼고······ 이제는 최악의 순간까지는 안 가니까. 그 선에서 유지하고 있어요.

 

코끼리 : 저는 조금 다른 게, 제가 직장생활을 하면서 쓸 줄 알았어요. 글을 쓰는 나와 직장 다니는 나를 병행할 것 같았는데 안 되더라고요. 안 되기도 하고, 욕심이 있다 보니까 안 하기도 하고요.

 

안다 : 아, 그럼 반대로 된 거네요?

 

코끼리 : 그렇죠. 반대로 전업 작가가 된 편이죠.

 

 

창작기금에 대하여

 

남숙 : 두 분 다 예술인복지나 창작기금을 받으신 적 있나요?

 

코끼리, 물병 : 예술인복지는 아니고 창작기금만요.

 

남숙 : 창작기금 받은 돈으로 어떤 것들을 먼저 하셨고, 창작기금에 대해 좋거나 혹은 문제점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코끼리 : 저는 500만 원을 받았는데, 동생이 결혼하기 5개월 전이라 동생네 가구를 하나 사줬어요. 침대를 해주고, ○○로 여행을 다녀왔어요. 부모님도 드리고 나머지 빚 갚고, 술 마시고.

 

물병 : 이렇게 말한 걸 보면 창작기금을 줄이려고 하지 않을까요? 얘네 술 먹고 놀러 가는 데 썼네, 이러면서.

 

안다 : 그런데 저도 물병 씨가 말한 것처럼 줄어들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기금을 받았을 때는 각 예술 장르에서 한 명씩을 불렀었어요. 저 말고도 연극, 무대 하는 분들도 계시고······. 그때 다른 장르 분들을 보니까 다들 사용내역을 전부 올려야 하더라고요. 문학만 그런 게 없었어요. 거의 생활적인 면에서 쓰는 것들이 전부니까. 저 같은 경우에는 그때 보증금을 빼야 할 상황이었어요. 마침 창작기금을 받아서 다행히 그걸로 채워 넣었거든요.

 

코끼리 : 그러니까요. 공연 같은 경우는 제작비, 대관비 등, 기입할 항목이 있는데 문학은 적을 항목이······.

 

남숙 : 사실 커피 한 잔 사는 것도 목록에 해당 안 돼요. 우리가 생각하기에 해당되는 것들이지. 연필을 100자루 살 수도 없는 거고.

 

코끼리 : 이게 재밌는 게 뭐냐면 ○○○에서 했던 ○○○를 신청한 사람들이 되게 많아서 이야기를 너무 많이 들었는데, 다른 사람이 ○○○를 신청한다고 하면 말릴 것 같아요. 여기는 정산할 때 오로지 창작과 관련된 데에만 돈을 써야 한다는 거예요. 그런데 작가가 마땅히 쓸 항목이 뭐가 있어요.

 

남숙 : 그럼 예를 들면 노트북을 구매해도 되는 거예요?

 

코끼리 : 그건 안 돼요.

 

안다 : 주변 동료한테 들은 이야기인데, 기준이 정말 애매해요. 15만 원짜리 프린터는 사면 안 되지만 A4용지는 15만 원어치를 사도 된다는 거예요. 정산 기준이 정말 애매하다고 하더라고요.

 

코끼리 : 그러니까 정산과 상관없이 상금 형식으로 주는 게 깔끔해요. 그런데 ○○○는 기금의 30%를 먼저 선입금 해주면 무조건 문학과 관련된 데만 써야 한다는 거죠. 작가가 창작과 관련된 부문에 돈을 쓴다고 얘기해도 그걸 어떻게 증명하고 어떻게 정산 처리를 해요. 하다못해 잠깐 미술관에 가는 것도 창작에 도움이 되는 건데, 미술관을 왜 갔냐고 하면 그걸 맞게 썼다고 증명할 수가 없는 거죠. 프린터도 못 사게 하는데. 기준이 애매해요.

 

남숙 : 비슷한 얘기 들은 게 있는데 비행기 값은 안 되지만 숙소비는 된다는 얘기도 들었어요.

 

안다 : 네. 숙소비도 제한이 있다고 들었어요.

 

남숙 : 그럼 일단 자비로 쓰고 그 후에 기금으로 충당하는 형식으로 해야 하는······. 어쨌거나 상금 형식으로 주고 당사자가 자유롭게 사용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네요.

 

코끼리 : 어차피 다 포괄되는 거잖아요. 다들 정산하는 게 제일 힘들었다고 하더라고요. 쓰는 것 자체가 항목에 맞춰 써야 하니까.

 

남숙 : 꼭 문학만 아니더라도 아까 말한 공연예술 쪽도 마찬가지일 것 같아요. 공연을 세울 수는 있겠지만 생활적인 면이 해결되지 않는데, 무대를 꾸려서 어떻게 지속될 수 있을까. 결국 다 빚일 텐데.

 

안다 : 네, 맞아요. 저도 그때 같이 만난 분들이 그랬는데, 공연하는 분들이 한 극단에서 세 분이 오셨거든요. 그 외에 다른 멤버들도 있을 테고. 그런데 저랑 금액이 같았어요. 저는 문학이니까 정산도 따로 올릴 게 없잖아요? 그러니까 저를 엄청 부러워하는······.

 

물병 : 그런데 저 같은 경우에는 일단 상금 형식으로 받았고, 문제없이 너무 잘 사용했기 때문에 앞으로도 이 제도가 지속되고 더 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안다 : 저도 며칠 전에 기금 관련해서 설문조사 전화가 왔는데, 물병 씨랑 똑같이 이야기를 했어요. 고칠 점은 없고, 너무 좋다고. 물론 상금 형식으로 받았기 때문에 괜찮았다고 생각해요. 정산하라고 하면 못 하죠.

 

물병 : 저는 500만 원은 대학교 학자금 갚았고, 300만 원은 생활비 갚았고, 100만 원은 어머님 드리고, 나머지는 생활비 하고······. 정말 원하는 건 못 했지만 단 하나 소원 푼 건 있는데, 워드프로세서 정품을 샀어요.

 

 

앞으로의 수입 계획

 

남숙 : 앞으로 계속 비정규직으로 생활하실 계획인지 궁금해요. 이렇게 지내게 된다면 앞으로 안 좋은 일이나 돈이 급하게 필요한 일이 닥쳤을 때 대비할 수 있는 돈이 없을 수도 있는데······ 어떻게 지내실 계획이세요?

 

 

코끼리 : 저 같은 경우에는 원래 5년이었어요. 등단하고 나서 5년까지만 이런 생활을 하자. 혹은 첫 책 나올 때까지······ 이제 얼마 안 남았어요. 그런데 이 결심도 생활이 너무 힘들면 금방이라도 당장 일 구해야지, 이런 생각 들기도 해요. 주변에서도 권유를 많이 하니까. 또 주변에서 걱정을 많이 해서 걱정들을 얼른 끝내주고 싶은 생각도 들고요.

 

물병 : 저는 일단 낙관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제가 글을 잘 쓰고 책이 잘 나오면 길이 열릴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계속 거기에 집중할 거고······. 단 하나 기준이 있다면 아까 친구 아버지 장례식 같은 경우······ 그런 지경까지만 안 되게 유지할 거예요. 딱히 기간 같은 것은 없고, 부모님 속 썩이지 않고 주변 사람 괴롭게 하지 않고 쭉 앞으로도 이렇게 살지 않을까······.

 

남숙 : 마지막으로 그냥 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물병 :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시 청탁서에 원고료 기한 일을 적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고료가 5000원이라도 좋으니까 기한만.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이 글을 읽으면서 전업 작가를 하고 싶어 할까요?

 

코끼리 : 저는 많은 사람들이 이 글을 보고 전업 작가를 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그 고충에 대해서 같이 이야기 나누고 한국 문단의 원고료에 대해서도 얘기해 보고. (웃음)

 

남숙 : 네. 이렇게 마무리하도록 할게요. 늦은 시간까지 고생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일동 : 감사합니다.

 

 

 

(사진 설명 : 대담을 마쳤을 때 소설가 코끼리 씨의 핸드폰으로 알바몬 어플의 알림이 도착했다.)

 

 

 

 

 

 

 

 

 

 

◆ 대담 참여자 소개

 

양안다 (시인)

1992년 충남 천안 출생. 2014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창작동인 '뿔'로 활동 중. 시집 『작은 미래의 책』, 『백야의 소문으로 영원히』. 현재 《문장 웹진》 청년 작가 간사.

 

김남숙 (소설가)

2015년도 문학동네 신인상으로 등단. 현재 《문장 웹진》 청년 작가 간사.

 

물병 (시인)

아무로보다 시야가 더 좋았는데 요즘은 아무로도 좋다
누가 뭐래도 다스베이더가 최고였는데 카일로 렌도 이해하려 노력 중이다
왜 엄마가 내 기차를 몰래 버렸는지 지금도 잘 모르겠다
카프카가 좋지만 이제는 헤밍웨이도 좋다
도스토예프스키보다 톨스토이가 더 좋다는 사람과는 이야기를 나누기 힘들다

 

코끼리 (소설가)

수능 미응시자. JLPT 3급 시험장을 착각해 낙방한 사람. 하프 마라톤 기록 보유자. 입술이 자주 마르는 사람. 중식의 달인. 무수한 가능성들에서 멀어지길 바라는 사람.

 

 

   《문장웹진 2018년 12월호》

 

 

목록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