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진행 외 1편 - 최백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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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진행

 

 

최백규

 

 

 

    거리의 흰 여름은 해변 끝에서 밀려왔다 쓸려가고

 

    지구가 있다

 

    무사히 열대를 건축할 때마다 게스트하우스에 칠해져 바닷물만 나누어 먹는 미성년들 하나의

 

    우리는 열사병이다
    이국의 해수욕장에서 죽음을 연습하고
    낯선 중앙선을 따라 교복의 맥박으로 휘청거리다 헤드라이트에 머리카락 적셔지듯 끝나지 않을 방학이다
    이곳이 장마

 

    신기루로 푸릇하면 인생에서 무중력만 골라 아름다울 수 있다

 

    우주가 돌아서 슬프다

 

    늙어도 힙합이나 아이돌을 좋아할 수 있을까 미래학자는 영원히 미래학자인가
    더 이상 추하고 싶지 않아서 환각을 터뜨리다가 그루피 혹은 히치하이커로 익사할 수 있을 것이다

 

    파도를 참는 표정과 몸짓의 사생아들을 가장 먼 행성으로 놓칠 때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한 척했다 어린 묘지들로부터 달려가며 파열하는 국경에서
    섬망하다가

 

    거리의 아름다움은 거리에 있다 너와 나를 죽이는 절정에 세상은 실패했다

 

    불을 끄고 손목을 놓았다

 

 

 

 

 

 

 

 

 

 

 

 

 

 

불시착

 

 

 

 

    활주로 끝에 소년이 서 있다

 

    그어버릴게 번지듯 퍼뜨려지자 우리는 영원하지 않을 거야 우리 없이 살아갈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죽어갈 거야 시동을 걸자 걷다가 질주하자 손을 흔들며 위험한 것을 소리치면서

 

    꿈에서 친구를 죽이고 자퇴하겠다는 여자 친구를 달래다가

 

    머리를 넘긴 채 식물원과 미술관을 걷는다
    손차양을 한 아이의 뒤통수를 쓰다듬고 있자면
    몇 백 년 전 당신과 이곳에 다녀간 내가
    가지런히 덮을 옷을 지어 살고 있다
    대공원과 경복궁에 나비가 있다는데 꽃밖에 보이지 않고
    여름을 밟는 걸음이
    곱다

 

    이 순간을 위해서 그렇게도 많은 친구들의 무덤이 필요했던 거구나

 

    현관에 머무르면 이 집에는 미열이 없고
    마른 욕실이 있다
    멀거니 걸어도 깨진 적 없는 당신의 무릎을 안으며 흰 발을 만져 주던 일이 오래다
    그런 삶
    아무도 우리를 해치지 않는

 

    국경을 허물어 폭설 속에서 한없이 연착되고 싶었다

 

    평일 내내 손등으로 떨어지는 찬물을 맞으며 그릇만 씻었다
    서걱거리는 우유를 시리얼에 붓고
    종이 위에 그려진 얼음을 흰 손수건으로 훔치기도 하며
    마룻바닥을 쓸다가
    발목에 혈관이 뛰어 징그러워 잘 봐둬 나중엔 뛰고 싶어도 못 뛸 때가 온다
    늙은 개를 오래 발음하듯이

 

    살이 나간 선잠을 접던 당신과

 

    휴일의 숙소는 아무렇게나 벗어 놓은 백사장 같다 헐거워진 몸에서 나도 모르게 떠내려가면 어떻게 하나
    악력이 희미해지는 계절이 와도 여전히 손을 잡고 있을까
    아무 걱정 없이
    석양에 물든 아이들이 철길 건너로 달아나는데 전선 위 늘어선 새 떼

 

    맑은 죽이 끓어 넘친다 몇 년 후에 다시 사랑하자 했을 때 다음 생에도 이미 폐허라는 걸 알았다

 

    꽃을 먹고 죽으면 나비로 태어난다는 미신을 믿었다

 

    오래된 착륙이었다

 

 

 

 

 

 

 

 

 

 

 

 

 

 

 

 

작가소개 / 최백규

1992년 출생. 2014년 《문학사상》 신인문학상. '뿔' 동인으로 활동 중.

 

   《문장웹진 2018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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