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틴, 소설 멘토-멘티의 만남 - 김선재
목록

[글틴 – 인터뷰]

 

 

글틴, 소설 멘토-멘티의 만남

 

 

ㅇ 인터뷰어 : 김선재 소설가
ㅇ 인터뷰이 : 김재희(필명-넌출월귤)

 

 

 

 

 

 

● 2016년부터 올해까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글틴에서 소설 멘토로 활동했습니다. 의욕만 앞서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 시간이었는데 마침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배려로 글틴에서 활동하던 멘티 중 한 분(넌출월귤, 김재희)과 만나 그동안 서로 나눌 수 없었던 여러 이야기들을 나눴습니다. 흔쾌히 시간을 내어준 김재희 님께 늦게나마 고마움을 전합니다. 더불어 저와 재희 씨가 나눴던 수다들을 소개합니다.

 

선 :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우선 글틴에 올렸던 작품 두 편을 간단히 소개해 주세요.

 

재 : 우선 「나비」라는 작품은 제가 글을 쓴 이후 가장 오래 퇴고를 한 작품이에요. 한 이 년 정도 했으니까요. 이 작품은 제가 밀양에 이사 오기 전 부산에 살 때의 경험을 쓴 글이에요. 제가 살던 곳이 아파트였는데 아파트 사이에 있는 낡은 담장과 녹슨 철근들이 보이는 그런 곳이었어요. 「나비」는 그곳을 떠돌던 고양이들에서 영감을 얻어 쓴 작품이었는데요. 이 글에 등장하는 화자는 가정폭력에 노출되었다가 방치된 아이예요. 그 아이가 매일 자신이 살고 있는 집으로 찾아오는 고양이를 보며 자신을 버린 엄마와 화해해 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었고, 「곱슬머리」라는 작품은 제 얘기를 소설로 써본 작품이었어요. 제가 곱슬머리라서 고등학교 다닐 때 겪었던 여러 어려움들을 이야기로 써보면 재미있겠다 싶었어요.

 

선 : 두 편의 소설을 올려 주신 이후의 근황이 궁금합니다.

 

재 : 고3 때는 문예창작학과를 가고 싶어서 실기 준비, 수능 공부를 하며 지냈고 수능이 끝난 후에는 발 수술을 받아서 병원에 입원해 있느라 소설에 신경 쓸 여력이 없었어요. 그 후에는 대학 생활에 적응하느라 좀 바빴고요.

 

선 : 아무래도 창작과 관계없는 학과에 진학하면 자연스레 습작하기가 어려울 것 같아요. 늘 마음은 있지만 말이에요.

 

재 : 네, 맞아요. 한동안은 그것 때문에 저도 많이 아쉬웠는데요. 대신 다른 방식으로 꿈을 키울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기도 해요. 만약 문예창작학과를 갔더라면 생각해 보지 못했을 방식이죠. 제가 외대에 진학하게 됐는데 학교를 다니면서 다른 꿈이 생겼거든요. 제가 쓴 작품들을 외국어로 번역해 보고 싶다는 것이 그것이에요. 제가 지금 스페인어를 공부 중이에요. 외국어를 공부하다 보니 스페인어나 영어로 번역된 내 글은 어떻게 읽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문예창작학과로 진학하지 않아도 글은 계속 쓸 수 있을 테니까요.

 

 

선 : 저도 동의해요. 문예창작학과를 다니지 않아도 글은 계속 쓸 수 있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글과 전혀 상관없는 전공을 선택한 분들의 글이 훨씬 더 신선하게 느껴질 때도 있거든요. 글틴에서 활동하고 있는 많은 분들이 글과 관련 있는 학과에 가기 위해 고민하거나 그런 학과를 목표로 공부하고 있다는 건 알지만 글을 쓴다는 행위는 생각보다 전공과 큰 상관은 없는 것 같아요. 창작 관련 학과에서 가르칠 수 있는 글쓰기에는 한계가 있거든요. 가장 중요한 건 결국 "나"라고 생각해요. 내가 어떤 것에 관심을 갖고 어떤 사유를 하고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느냐가 결국 내가 쓰는 글이 된다고 생각하니까요. 그것들이 결국 내 글에 깊이를 더하는 방법이고 낯설고 새로운 이야기를 쓰는 길이에요. 저도 문예창작학과를 나왔지만 때론 내가 오래 우물 안에 있는 것은 아닌가, 낯선 것과 부딪히기보다는 우물 안에서 우물 안만 보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반성을 하기도 하거든요. 더불어 문학을 하는 동안에는 단번에 성과를 올려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삶의 모든 일들이 다 그렇겠지만 글쓰기는 오래 달리기와 같아요. 그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건 지치지 않는 것이겠죠. 단번에 뭔가가 이뤄지지 않아서 실망하고 포기하려는 분들이 더러 계신데 그때마다 제가 할 수 있는 말이라고는 지치지 않고 오래 달릴 방법을 모색하라는 말이 고작이에요. 그게 정답이니까요. 가능하면 천천히 지치는 것이 결국 자신의 글을 좋은 쪽으로 이끌 거라 믿어요. 말을 하다 보니 사변이 너무 길었네요. 다시 재희 씨의 작품 얘기로 돌아가 볼게요. 제가 2년 동안 글틴에서 멘토로 활동하면서 많이 했던 얘기가 소설의 구성 요소는 인물, 사건, 배경이라는 말이었던 것 같아요. 그중에서도 인물에 대한 얘기를 가장 많이 했던 이유는 바로 전형적 인물들이 자주 눈에 띄어서였어요. 재희 씨의 두 작품에도 그런 전형적 인물, 서사가 등장하죠. 부재중인 엄마, 무능력한 아빠, 병약한 할머니 등등으로 구성된 그런 이야기들 말이에요. 글틴에서 활동하는 분들의 여건상 그건 어쩌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그와 같은 전형성을 뛰어넘는 작품들을 보고 싶었던 것도 사실이에요. 제가 재희 씨의 작품 두 편을 읽으며 반가웠던 이유이기도 하고요. 더불어 「나비」에서 드러나는 공간적 배경이 현실적이고 감각적이라는 느낌도 들었어요. 인물과 배경을 구상하며 염두에 두는 점이 있나요.

 

재 : 어떤 의미에서 보면 두 작품에서 드러나는 인물이나 배경이 단순히 허구라기보다는 저와 제 주변을 모델로 삼은 이야기이기도 한데요. 그 과정에서 여러 가지 생각이 많았어요. 그런 고민의 과정에서 「나비」는 초고와는 전혀 다른 작품이 됐어요. 「나비」의 초고에는 등장인물이라고는 화자 하나였거든요. 단 하나의 등장인물로 이야기를 끌고 나가려고 애쓰는 과정에서 여러 고민들을 하면서 등장인물을 한 명씩 추가하게 됐고요. 결국 단순히 주인공뿐만이 아니라 화자와 관계를 맺는 인물들도 서사를 끌고 나가는 데 중요한 중심축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공간적 배경 같은 경우는 두 작품 모두 제가 살던 곳을 그대로 옮겨오다시피 했고요. 제가 고양이를 좋아해서 동네에서 고양이와 마주칠 때마다 물과 음식들을 챙겨 주며 그들을 관찰하곤 했는데 결국 그런 구체적인 경험들이 작품 속에 깃들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단순히 머릿속으로만 그린 것이 아니라 제가 직접 체험하고 관찰했던 것들이니까요. 그리고 지금에야 얘기하지만 아버지도 글을 쓰세요. 제가 쓰는 글을 읽어 주시기도 하고요. 그 과정에서 아버지가 가장 강조하셨던 것도 인물, 사건, 배경이었어요. 그것들에 왜 디테일이 필요한지 일러주신 것도 아버지였죠. 제 작품을 읽은 아버지는 늘 인물의 행동이나 사건에 대해 그것이 꼭 필요한지를 물으셨어요. 덕분에 소설을 구상하는 과정에서부터 왜 아이가 어떤 행동을 하는 것이 맞는지, 과연 그 장면에서 그런 사건을 만드는 것이 맞는지 늘 생각해야 했죠.

 

 

선 : 사실 지금 재희 씨가 한 얘기들은 굉장히 쉬운 것 같지만 결코 쉽지만은 않은 과정들이기도 해요. 많은 분들이 막연한 상태에서 글을 쓰기 시작하거든요. 예를 들면 아동 폭력에 관한 기사를 읽은 날이면 아동 폭력에 관한 이야기를 쓰고, 외국인 노동자의 실태에 대한 기사를 읽은 날이면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이야기를 쓰죠. 각각의 작품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구체적인 고민 없이 말이에요. 저는 관심 있는 세계와 잘 쓸 수 있는 세계가 늘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생각이 들어요. 관심이 있는 세계에 대해 써야겠다는 작정을 하고 나서는 그 '관심 있는 세계'를 자세히 공부하고 익힐 필요가 있거든요. 그런데 그 과정이 생략되니 막연하고 전형적인 이야기가 되는 것이겠죠. 각설하고 다시 인물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가 볼게요. 재희 씨가 쓴 두 작품의 공통점을 찾으라고 한다면 저는 "보호자의 부재"를 들고 싶어요. 왜 그럴까요?

 

재 : 사실 그 이유는 저도 깊이 생각해 보지 않은 문제예요. 다만 이야기를 극적으로 만들고 싶었어요. 아직 미성년인 두 작품 속 화자가 극적인 사건을 겪게 하기 위해서는 보호자가 있는 것보다 없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그러니까 없음을 통해 일어나게 되는 '있음'을 그려 보고 싶었던 것 같아요. 또한 곱슬머리 같은 경우에는 보호자의 부재를 통해 일어나는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다기보다는 학내에서 흔히 겪는 교사와 학생 간의 갈등에 초점을 맞춘 작품이었어요. 그 둘의 갈등을 극적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방패막이 되는 보호자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 게 더 효과적으로 그려질 거라는 판단이었고요. 두 작품 모두 그런 모색 과정에서 의도와 상관없이 보호자가 부재하게 됐는데 제가 쓴 작품 모두가 그런 건 아니에요.

 

선 : 제가 읽은 두 작품만 그랬다는 거네요. (웃음)

 

재 : 네. 의도와 상관없이 그렇게 됐어요. (웃음)

 

선 : 이렇게 만나서 얘기를 하다 보니 제가 2년 동안 소설 멘토를 하면서 느꼈던 아쉬움이 새삼스레 생각나네요. 많은 분들이 자신의 작품에 대해 한 마디라도 더 듣고 싶었을 텐데 아무래도 시, 공간에 대한 제약이 있어서 세세한 부분까지 제대로 짚어 주지 못했던 것 같아요. 직접 소통할 수 없는 것에서 오는 답답함도 서로 가지고 있었을 테고요.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 볼게요. 처음 재희 씨가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한 계기가 궁금해요.

 

재 : 아버지 영향이 가장 컸어요. 아버지도 직업적 글쓰기는 아니지만 글을 쓰시는 분이거든요. 덕분에 저도 어렸을 때부터 책을 많이 읽었어요. 매일 일기도 썼고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일기를 소설처럼 구성하며 쓰는 버릇이 생겼어요. 다른 아이들처럼 그저 일상을 나열하는, 그저 기록에 그치는 일기보다는 아주 작은 일이라도 하나의 사건을 중심으로 써보는 게 훨씬 더 재밌더라고요. 제 소설 쓰기는 거기에서 비롯된 것 같아요. 내 생각을 묘사하고, 내가 원하는 대로(찰흙을 주무르듯이) 이야기를 만드는 일이 너무 매력적이었어요. 그 와중에 제 글을 칭찬해 주시는 분들도 생겼고요. 본격적으로 소설을 쓰기 시작한 건 얼마 되지 않았어요.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부터였어요. 처음에는 소설을 쓰는 것이 무척 어려웠어요. 그건 정말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 하는 기분이었어요. 없는 인물을 있는 것처럼 움직이고 행동해야 한다는 일이 막막하게 느껴지기도 했고요. 그중에서도 가장 힘들었던 건 묘사였어요. 내가 생각한 것을 어떻게 하면 제대로 전달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많이 했었죠. 그 과정을 지나면서 스스로도 조금씩 글을 쓰는 힘이 생기는 걸 느끼게 됐고 또 그런 자각이 저를 더 열심히 쓰도록 만들었던 것 같아요.

 

선 : 저도 가끔 텅 빈 화면에 빈 커서만 깜박거리는 걸 바라볼 때마다 두려움을 느낀답니다. (웃음) 다음 질문을 할게요. 재희 씨가 글틴을 알게 된 계기와 과연 글틴이 재희 씨 자신에게 도움이 됐는지 궁금해요.

 

재 : 선생님의 권유로 고등학교 1학년 때 글틴에서 주최하는 문학캠프에 참가하게 되었어요. 아직도 그때의 일이 생생하게 기억나요. 문학캠프에 참가하면서 제출했던 제 글에 대한 조언을 바로 들을 수 있다는 게 너무 좋았거든요. 그것도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가님에게 말이에요. 그 캠프에서 글틴에 대한 소개도 받을 수 있었고요. 사실 그때 저에게는 누군가의 그런 도움이 절실했어요. 학원을 다니며 문예창작학과를 준비하는 다른 수험생들과 달리 저에게는 제 글을 가감 없이 평가해 주거나 조언해 줄 사람이 없었거든요. 그때 제가 살던 곳이 밀양이었는데 부산, 경남 지역에는 문예창작학과와 관련된 학원이 아예 없어요. 그것과 관련된 수업을 듣기 위해서는 서울로 가야 하는데 그럴 만한 상황이 못 됐죠. 다른 지방에 사시는 분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그즈음에 우연히 알게 된 글틴은 정말 저에게 많은 도움이 됐죠. 물론 작가님이 해주신 조언도 도움이 많이 됐어요. 제 작품에 대한 댓글을 읽은 후로는 늘 맞춤법에 신경을 쓰게 됐거든요. 소설만이 아니라 제가 쓰는 모든 글 속의 문장과 단어에 신경을 쓰게 된 거죠. 또 하나 제가 글틴에 고마웠던 게 있어요. 제가 글을 쓰는 동안 가장 힘들었던 게 글에 대한 자신감이었어요. 대회가 있을 때마다 힘들게 서울까지 올라와 여러 백일장에 참석했지만 한 번도 만족할 만한 성과를 보지 못해 정말 힘들어하던 시절이 있었죠. 그런 저에게 처음으로 전국 단위 대회의 상을 준 게 바로 글틴이었어요. 월장원으로 뽑힌 것도 놀랍고 기쁜 일이지만, 문장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하게 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훨씬 더 놀랐고 기뻤죠. 그때 그 상을 받지 못했다면 저는 계속 글을 쓰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을 할 때도 있어요. 그만큼 자신감이 없던 시기였거든요. 그때는 내가 글쓰기에 아예 재능이 없는 사람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자주 했어요. 제가 아무리 좋아하는 일이라고 해도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은 다르니까, 이제 그만 해야 하나 하는 마음이었죠.

 

 

선 : 글을 쓰는 또래끼리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나 장소가 없었나요? 그랬다면 좀 나았을 텐데요.

 

재 : 제 주변 친구들은 제가 책 얘기를 하면 손사래부터 쳤어요. 제가 어떤 책이 재밌다고 하면 그런 책을 왜 읽느냐고 묻곤 했죠. 그리고 제가 살던 도시가 소도시라서 저와 같은 꿈을 꾸는 친구들도 찾기 어려웠고요.

 

선 : 온라인에는 그런 사람들끼리 모이는 공간이 있지 않나요?

 

재 : 제가 알기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그런 공간은 글틴이 유일해요. 간혹 글을 쓰는 학생들이 모인 사이트에 가입하면 입시를 위한 실기 위주의 공간이기 십상이었죠. 작품을 놓고 치열하게 싸우는 분위기를 견디며 글을 쓸 자신이 없었어요. 덕분에 제 고등학교 시절은 글을 가장 열심히 쓰던 때이면서 동시에 글쓰기를 가장 혐오하던 시기이기도 했어요. 글틴은 그런 시기를 보내던 저에게 그야말로 용기와 자신감을 준 유일한 곳이었죠. 그래서 늘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요.

 

선 : 이 대목에서 제가 한 마디 거들자면 인생에서 최후의 승자는 지치지 않는 사람이에요. 특히 문학에서는 그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이 정도 했으면 됐어, 가 아니라 이 정도 했으니까 더 할 수 있어. 이것이야말로 문학뿐만이 아니라 삶을 통틀어 가장 중요한 승패의 결정 요인이 아닌가 싶어요. 다음 질문은요, (아주 상투적인 질문일 수 있겠지만) 글틴에 바라는 게 있다면요?

 

재 : 잘은 모르지만 글틴에 글을 올리는 친구들의 사정은 대개 저와 비슷할 것 같아요. 글을 쓰고 싶은데, 혹은 글을 쓰는 미래를 꿈꾸는데 사정이 여의치 않아서 자신의 꿈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을 수도 있어요. 그러니까 글틴이 유일한 소통의 창구이거나 자기 글을 점검받을 수 있는 곳인 거죠. 그런 의미에서 저는 글틴 활동이 만족스러웠어요. 그러나 조심스럽게 드리는 부탁은 정말 짧은 글이라도 좀 더 관심을 가져 주는 것이에요. 자신의 글을 관심 있게 읽어 주고 댓글을 달아 주는 것이야말로 누군가에게는 엄청난 위로가 되거든요. 더불어 지방에 사는 친구들을 위한 소통 공간이 좀 더 확대됐으면 좋겠어요. 많은 행사들이 서울이나 수도권에 한정되다 보니까 지방에 사는 학생들은 마음은 간절해도 참석하기 어려워요. 그런 의미에서 재작년에 부산에서 글틴 문학당이 열렸을 때 정말 반가웠어요. 그런 문학 캠프나 행사들이 같은 꿈을 꾸는 친구들을 만날 수 있는 유일한 계기가 돼요. 저 또한 문학 캠프를 통해 알게 된 친구들과 지금도 연락하며 지내고 있어요.

 

재 : 궁금한 게 있어요. 가장 글을 열심히 썼지만 결국 원하던 학과에 가지 못해 힘들었던 시기가 바로 고3 시절이었어요. 문예창작학과 입시에 실패하고 나서 일주일 동안 식음을 전폐하기도 했었거든요. 그 뒤로 몇 개월 동안은 독서조차 편하게 하기가 어려울 만큼 힘들었어요. 제 인생 최대의 슬럼프가 찾아온 시기가 바로 그때였던 것 같아요. 작가님도 만약 그런 슬럼프를 겪은 적이 있다면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선 : 전 지금도 슬럼프예요. (웃음) 늘 거기서 빠져나오기 위해 노력하면서 글을 쓰죠. 문학은 결국 "나는 누구인가" 하는 질문에서 시작한다고 생각해요. 동시에 "나는 누구인가" 하는 질문에 명쾌하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도 별로 없겠죠. 그래서 우리는 다시 끊임없이 그 질문을 되풀이하며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 싶어요. 작가가 다른 사람과 다른 점이 있다면 스스로에게 그런 질문을 좀 더 많이 하는 사람이라는 점이겠죠. 그건 옳고 그름의 층위에서 던지는 질문이라기보다 존재의 의미를 담보하는 질문에 가깝다고 생각해요. 흔히들 작가는 자아가 강한 사람들이라는 말을 하기도 하고 듣게 되는 건 그런 이유 때문이겠죠. 그런 생각을 하다 보면 타인에 대한 이해도 생기고 세계를 보는 시선도 달라지는 것 같아요. 그 과정에서 또 좌절하고 스스로를 의심하게 되는 것이고요. 그러나 결국 그런 과정들이 자신의 꿈에 한 발 다가서게 만드는 길이 아닐까 싶어요. 그래서 저는 작가는 슬럼프에 빠지는 걸 두려워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며 내내 슬럼프를 겪고 있어요. 그러다 보면 또 어두운 통로를 거의 다 지나 있겠죠.

 

재 : 작가님은 소설의 소재를 어디서 찾으시나요?

 

선 : 그때그때 다른데요, 최근에 낸 소설집을 묶을 때는 "눈앞에서 사라져 버리는 것"들에 천착했었어요. 어느 날 문득 늘 거기 있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사람이나 사물이 갑자기 사라져 버린다면 남은 사람들은 어떻게 삶을 유지해야 할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러니까 문학이란 결국 어떤 식으로든 삶이라는 추상성을 형상화해 가는 작업일 텐데 나는 그 삶 속의 무엇을 그리고 싶은 걸까 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자주 던져요. 최근에 낸 소설집에서는 그게 추모의 방식으로 표현된 것이고요.

 

재 : 저는 좋은 글과 나쁜 글에 대한 규정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작가님이 좋은 글과 나쁜 글을 규정하는 기준은 무엇인가요?

 

선 : 제가 좋은 글과 그렇지 않은 글을 나누는 기준은 자신이 전달하고 싶은 세계를 얼마나 잘 보여주고 있느냐에 있어요. 그건 윤리적이냐 그렇지 않느냐와 다른 층위의 문제겠죠.

 

재 : 만약 작가가 되지 않았다면 무슨 일을 하고 계실까 궁금해요.

 

선 : 지금도 평범하게 살고 있지만 그야말로 평범하게 살고 있을 거 같아요. 잘 상상이 안 되기는 하지만요. 인생에는 삶의 방향을 바꿀 몇 번의 계기가 선물처럼 찾아오는 것 같아요. 때로는 결과를 바라지 않고 그 선물 같은 계기를 받아들일 필요도 있다고 생각해요.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는 분들이 있다면 이 말을 꼭 드리고 싶어요.

 

재 : 오늘 여러 가지 말씀 감사했어요.

 

선 : 저도 즐거운 시간이었어요. 모쪼록 바라는 쪽으로 나아가시길 바랍니다. █

 

 

 

 

 

 

 

 

 

작가소개 / 김선재

2006년 《실천문학》 소설 부문 신인상, 2007년 《현대문학》 신인추천 시 부문 등단. 소설집 『그녀가 보인다』, 『어디에도 어디서도』, 장편소설 『내 이름은 술래』, 시집 『얼룩의 탄생』, 『목성에서의 하루』가 있음.

 

 

   《문장웹진 2018년 10월호》

 

 

목록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