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캘리포니아 외 1편 - 주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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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호텔, 캘리포니아

 

 

주민현

 

 

 

호텔 캘리포니아로 오세요
좋은 말을 하러 이곳에 오지만
원하는 것은 지구에 없다는 듯이 울어서
주변을 난처하게 만드는 아이도 있고
좋은 말을 구하려 성경을 끼고 걷다가
떨어트린 묵주를 밟고 가는 개도 있구요

 

캘리포니아 호텔로 오세요
애인과 왔던 곳을 부인과 또 와서
능숙하게 기쁨을 주는 사람도 있고
이곳의 가장 싼 방은
오래전 피란민들의 판자촌이었던
다닥다닥 붙은 집들을 보여주지만
커튼으로 가리면 제법 안락한 피신처이고
비싼 방은 그럴듯한 해변과 공원을 보여주지요

 

조각공원에서 사람을 밀어
진짜 조각을 낸 사람도 있고
정치와 공작은 한 끗 차이니까요

 

이곳에 쉬러 오는 사람에게
좋은 시간을 제공하고 싶어요
왔던 사람을 또 오게 만드는 건 해변의 힘이고
걷고 있는 사람들을 유사하게 만드는 건
관광지의 힘이죠
비슷한 군중이 되어 걷고 있지만
당신은 돌아가지 않기 위해 이곳에 온 사람이고
수중의 돈을 조금 망설이다 아낌없이 써버리는 것에서
그걸 알 수 있지요
눈빛은 닮은 법이니까요

 

당신에게 좋은 기분을 선사하고 싶어요
떠도는 유령으로서
돌아오게 만드는 것은 파도의 힘이고
이 아름다운 해변을 걷고 있으면
어느새 죽었다는 것도 잊게 만드는 것은
시간의 힘이니까요

 

 

 

 

 

 

 

 

 

 

 

 

 

한낮의 공원

 

 

 

한낮의 공원에는 많은 사람들이
유모차와 개의 목줄에 이끌려
정해진 산책로를 돌고 있다

 

공원 뒤편으로는
모래를 날리며 덤프트럭이 지나간다

 

너무 많은 기계, 너무 많은 소음 속에서
우리의 사랑은 닳아 없어지고

 

그러나 손을 꼭 잡았던 것은
무엇을 위해서였을까,

 

물결은 너의 머리칼처럼 구불거리는구나,
너무 평화로운 공원에서

 

산책로 끝에
죽은 사람이 있어,

 

길게 둘러쳐진 폴리스 라인이 있고

 

우리는 때로 우리의 삶을 가여워한다
동시에 어떤 사람들보다 우리의 삶이 낫다고 여긴다

 

공원은 길고
휴일이 어서 끝나기를 기다리는 노숙인들과

 

아이를 잃어버린 사람의 비명소리
동시에 분수대에서 폭소와 음악이 터지고

 

늙은 개는 별 볼 일 없다는 것을 안다는 듯 오줌을 싼다

 

우리는 공원에 간다
우리의 삶이 비슷하다는 것을 확인하려고

 

우리는 곁에 있는 서로를 너무나 소중히 여기고
그러나 언제라도 잠깐 혼자 있게 되기를 바란다

 

 

 

 

 

 

 

 

 

 

 

 

 

 

 

작가소개 / 주민현

2017년 《한국경제신문》으로 등단.

 

   《문장웹진 2018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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