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눈물 흘렸던 날부터 눈으로 생각해요 외 1편 - 이원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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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첫 눈물 흘렸던 날부터 눈으로 생각해요

 

 

이원하

 

 

 

나무 발치에서 겁을 내던 꽃은
가을 가고 겨울 오려는데
왜 여태 피지 못할까요

 

창밖에서 저리 굼뜨면
누가 모른 척할 수 있을까요

 

나비와 낙엽 구별하기에도
가을비가 이리 내리는데
저 옥수수 알갱이 같은 봉우리를
내가 어쩔까요

 

다 모른 척 깊은 잠을 자버릴까요
자면,
내가 자는 이유를 너는 알까요

 

첫 눈물을 흘렸던 날부터
눈으로 생각하기 시작했는데
그래서 잠을 잘 땐
생각을 멈출 수 있는 건데

 

이걸 누가 알까요

 

안다고
수척한 마당에 꽃병 놓일까요

 

 

 

 

 

 

 

 

 

 

 

 

 

물 잔에 고인 물

 

 

 

보일 듯 말 듯 한 물을 마셨어요

 

이 느낌이 그 느낌이 맞다면
저는 바랄 것이 없을까요

 

젖은 하늘에서
비가 오지 않네요
뭐라도 던져서 반응을 보고 싶은데
내가 가진 건 말뿐이네요

 

하고 싶은 말들을
허공에다 수차례 던져도
아무도 손댈 수 없겠죠 아직은

 

비는 왜
섬에 오지 않을까요

 

물기 없는 뜬구름이
나를 어두운 사람으로 만들어버렸는데
왜 오지 않을까요

 

언젠가 비가 오면
우산으로 나를 가릴 거예요
우산 아래서는 몰래
그늘 만난 표정을 지을 수 있으니까요

 

 

 

 

 

 

 

 

 

 

 

 

 

 

작가소개 / 이원하

2018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

 

   《문장웹진 2018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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