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천동 야사 외 1편 - 김명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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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만천동 야사 野史

 

 

김명기

 

 

 

어둠이 달빛을 안고
달빛은 어둠을 품고 훠이워이 골목 어귀로 몰려다니는
누군가 저들의 품속 사이로 기웃거렸다가는
아련히 가슴 베이는 그런 밤이었지요.

 

꾸벅거리는 개망초 머리맡에
바람이 달빛을 끌어 덮어 주자
어둠이 슬쩍 길모퉁이로 돌아앉는데요
전신주에 올라 밤길 뒤척이던 비닐봉지가
세상 이야기 쏟아 놓고 불면을 피해
새처럼 나뭇가지로 옮겨가네요.
아슬함도 아련함도 이 거리는 언제나
저마다 섬겨야 할 사연이 있어
가난도 때론 온기로 아득한 순간들이지요

 

저것 보아요
오늘도 화두 하나 움켜쥐고 동해 길 주름 펴며
슬금슬금 담장을 오르는 햇살
넝쿨손이 낑낑 받쳐 주는데요
어젯밤 담장 아래 모여 수군거리던 옆집 이야기가
칭얼대면 떠나간 노란 버스 뒤에 서서
아무 일도 아닌 듯 눈인사하네요.

 

오늘 오전에는 잠시 여우비가 내리겠지만
바람은 동해 선상으로 외출 중이므로
우산은 간지런히 접에 주머니에 넣어도 된다고
코스모스가 툭, 툭, 제 몸 이슬을 털어내는데요
어쩌면 시월 하늘 정수리에 발목을 빠트려도
골목 어귀가 온통 찡하니 웃음이 나올 것 같아요

 

 

 

 

 

 

 

 

 

 

 

 

 

수의

 

 

 

6·25 피란길 저녁 무렵
지붕에서 떨어진 파편에 3급 장애자가 된 후
꽃가마 없이 족두리도 없이
휘날리는 벚꽃 주워 연지곤지 찍으며
보릿고개 넘을 때
절뚝거리는 다리보다
어깨를 받쳐 주는 새 신발이 더 불편했다던 당신

 

가난한 어부면 어떠랴
난봉꾼인들 어떠랴
어머니와 그 어머니가 손에 손을 잡고
인연의 눈물 꼬리 감추던
파란 하늘

 

꽃이 꽃을 낳듯
이 하늘 아래 어디쯤, 그래도
저마다 보듬어야 할 그리움이 있어
사남매를 뿌렸으니
어느 한 씨앗인들 세상 길모퉁이에 뿌리 내리고 제 꽃을 못 피우랴,

 

처음으로 막둥이가 입혀 준 새 옷 한 벌 입고
뛰어 보자, 활짝
파란 하늘이 벚꽃뿐이네

 

 

 

 

 

 

 

 

 

 

 

 

 

 

작가소개 / 김명기

강원도 속초 출생. 91년 《문학과 지역》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으며 92년 《문학세계》 신인상. 시집 『등이 가렵다』. 빈터 동인.

 

   《문장웹진 2018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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