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과 숲과 아메바 외 1편 - 양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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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여름과 숲과 아메바

 

 

양안다

 

 

 

    잠재적인 의자들, 너는 숲을 그렇게 불렀지 우리는 자신의 이름으로 서로를 불렀다 내가 나를 부르며 널 붙잡았을 때 나의 이름이 어느 외국어로 느껴져서 입술이 간지러워졌다

 

    죽는 장면을 상상하면 숲보다 바다가 떠올랐는데 그러니까 사람은 목매다는 것보다 물에 빠져 죽는 것이 더 어울리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누구에게도 자신의 주검을 들키고 싶지 않다는……

 

    너는 아무것도 모르겠다고 울음을 터뜨리지
    눈물이 뺨 위에서 두 갈래로 갈라지고 있었다

 

*

 

    "꼭 퍼즐 조각 같아."
    너는 숲의 바닥에 어질러진 빛을 보며 중얼거렸다 나는 어디선가 총성을 들었는데 새 떼가 나무를 흔들며 날아갔고 빛의 파편이 바다처럼 일렁였다 네가 빛 위를 걸어가면 너는 빛의 그물에 감겨 있었다

 

    한때는 그랬었지 우리는 무엇이든 가능할 것이라 믿었으며 서로에게 서로가 있다면 어떻게든 살아갈 수 있을 거라는 희망 같은 게 있지 않았나 지금은 다 어디로 가버렸니 왜 우리는 하루에 적어도 세 번씩 미안하다는 말을 하게 되어버린 걸까

 

    있지, 이번 계절에 있었던 일인데 어떤 사람이 길가에 앉아 통화하며 울고 있었어 계속 중얼거리며 우는데…… 울음 때문에 무슨 말인지 알 수 없었지 그 사람을 지나가려 하는데 그때 이런 말을 하는 거야
    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그건 도대체 무슨 말일까 도대체 사람이 무엇을 해야 하며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 걸까 그 사람은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었던 걸까
    난 모르겠어
    너의 여름은 어땠어?
    우리는 숲을 걷는다 같은 나무라고 생각되는
    나무 사이를 걸으며
    조금도 나아가는 느낌을 받지 못하면서

 

    그건 누군가를 사랑하거나 죽이고 싶을 때 하는 말이라고,
    네가 그런 말을 해본 적 있는지 모르겠지만
    사람이 사람을 넘어서려 할 때
    마음이 마음 바깥으로 넘치려 할 때
    목소리가 주체할 수도 없이 입 밖으로 터져 나올 때,
    그럴 때만 할 수 있는 말이라고

 

    어떻게 된 거예요?
    생각해 보면 사람들은 가끔 그런 말을 한다
    말해 주세요
    우린 어떻게 된 거예요?

 

*

 

    우리가 죽지 않으려 숲을 찾아간 건 아니었으나 살기 위한 건 더욱 아니었다 숲은 색채가 몇 가지 없고 사방이 나무로 둘러싸여 있고 나는 이곳과 저곳을 구분할 수 없어서 길을 잃을까 봐 너의 손만 잡고 걸었다 너도 그랬을까 네 이름으로 날 부르듯이, 나의 마음이 너와 비슷해지듯이

 

    휴가에는 먼 도시로 떠나자 함께 구두를 신고 걸으며
    서로가 곁에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자
    그곳에서 일어나는 이상한 일을 낯선 언어로 잔뜩 기록하자
    그곳 사람들에게 우리 숲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영원히 헤맬 줄 알았어요 우린 나아지지 않을 줄 알았어요, 그런 말과
    내가 실패한 게 아니라 우리 모두가 실패한 거라고,
    그곳 여름은 어떤지
    이 숲처럼 빛이 조각나고
    짝이 맞지 않는 퍼즐을 맞춰 보려 애를 쓸지도 몰라
    총성이 들리면 새 떼가 날아가고
    나무가 증식되는 것만 같은지,
    그곳에선
    우리가 미래에 무사히 상영될 수 있는 걸까

 

    그런데 여기
    아까 지나갔던 곳 아니야?

 

    너는 자꾸 눈물을 훔치고 나무를 살펴보고
    나무에 기대어도 보다가
    주저앉아 울기 시작했다
    마음이 분열되어서
    이 마음과 저 마음을 구분할 수 없다고
    혼란스럽다고.
    주변이 온통 의자들이니
    어서 옆에 앉아 달라고, 너는 말했다
    눈을 감으면
    빛이 나를 조각내는 장면이 보였다

 

 

 

 

 

 

 

 

 

 

 

 

 

어제의 꿈은 오늘의 착란

 

 

 

    소음 속에서 귀를 막으면 파도소리가 들리나요
    손가락을 죄다 자른다면 더는 편지를 적지 않아도 되나요 모든 편지에는
    그립고 슬프다는 말을 적어야 하나요

 

    밤하늘도 저렇게 많은 알약을 삼켰다고 하지 않았나요
    박하잎을 씹으면 두 눈이 시큰거려요 발끝에서 바다가 죽어가요
    어젯밤 꿈은 전부 증발해 버렸는데
    어지러워요
    나는 어지러운 사람이에요

 

    무엇을 말해야 하나요 무엇을 듣고 싶나요
    귀를 막으면 알 수 있나요 귀를 막고 눈이 멀면
    손끝이 예민해지나요 무엇을 만져야 하나요
    무엇이었나요 어둠 속에서
    내가 더듬거렸던 것은

 

    끝, 눈물, 다음에 계속

 

    물밀 듯이 밀려오는 건 무엇이었을까요 눈앞을 가리는 건 꼭 눈물이어야 하나요
    볼 수 없다면 눈 먼 사람이 되는 게 나을까요

 

    독서를 하다가도 문득 견딜 수 없어져서
    책을 펼친 채로 덮어 두면 날갯짓 소리가 들려요
    영화는 어떤가요 재생하면 할수록 많은 사람들이 슬퍼하고
    사랑을 나누고
    나는 여러 인물에게 감정을 대입해요 오래 살았다는 망상을 하곤 해요
    결국 머릿속은 엉망진창이 되는 건가요

 

    아직 끝이 나지 않았는데도
    우는 사람이 왜 이리도 많은 걸까요

 

    그러나 편지를 쓰는 동안 몇 개의 계절이 지나갔다 나는 누구의 선생도 되지 못할 것이며 사실 네가 나에게 가르쳤던 장르는 마음이 아니었을까 생각했다 위세척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면 여름은 길고 길어서 끝이 나지 않을 것만 같았고 그게 나의 장르라고 추측했다 나무가 햇빛을 조각내는 동안에도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편지를 적는 것 적어 놓고 보내지 않는 것
    스스로 읽어 보는 것 내가 어떤 사람인지
    이해하기 위해
    가끔은 저항하기 위해
    행간의 공백을 들여다보는 것
    멍하니 죽기를 기다리는 것 우리 중 하나는
    조각날 거라 기대하는 것

 

    끝과 눈물과 다음이 계속된다면

 

    우리 서로 끌어안을까요
    겹쳐질 수 있나요 두 개의 심장이 가까워지면
    무엇을 들을 수 있나요 어둠 속에서
    내가 너의 얼굴을 더듬거렸다고 믿었던,
    그 순간에
    너는 무엇을 듣고 있었나요

 

    여름이 지나가요
    온 동네를 뛰어다니다 머리를 붙잡고 뒹굴어요
    현악기가 머릿속을 가득 메워요

 

    잠이 와요
    꿈속에선 손 닿는 것마다 시들어 가요 온몸에 피부병이 도지고
    붉은 반점마다 꽃을 그리려는 사람이 있어요
    길 잃은 모든 동물들은 미치기 시작해요 자신의 앞발을 뜯어먹고
    꼬리를 잘라 거리에 던져 두어요
    거리의 사람들이 나를 쳐다봐요
    꿈이라는 걸 알아챈 듯이

 

    음악이 꺼져도 춤을 추는 이가 있을까요 있다면
    그는 무엇이 그렇게도 그립고 슬픈 걸까요
    끝이 나고 눈물을 흘려도 정말
    다음은 계속되는 걸까요

 

    어지러워요
    끝내 너는 어지럽지 않은 사람이 되었나요
    벌써 그렇게 많은 계절이 지났나요

 

 

 

 

 

 

 

 

 

 

 

 

 

 

작가소개 / 양안다

1992년 충남 천안 출생. 2014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창작동인 '뿔'로 활동 중.

 

   《문장웹진 2018년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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