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의 끝나지 않는 밤 - 마소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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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틴스페셜]

 

 

≪문장웹진≫ 8월호 '글틴 스페셜'에서는 특집으로 제13회 문장청소년문학상 수상자들의 에세이를 여러분께 선보입니다. 사이버문학광장 글틴에서 활동하는 청소년들의 이야기, 한 번 들어보실래요?
(사이버문학광장 글틴 바로가기 : https://teen.munjang.or.kr)

 

 

s의 끝나지 않는 밤

 

 

마소현

 

 

 

    s는 키보드 위로 고개를 푹 떨구었다. 스무 살이 되고 처음 받은 원고청탁이 에세이일 줄이야. 지금도 믿기지 않았다. 분명 좋은 기회일 텐데, 어떤 글을 써야 하는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아 며칠을 고민했다. 최종적으로 글쓰기에 들어갈 시간보다 무슨 이야기를 쓸지 고민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이 걸렸을 거라고 s는 확신했다. 에어컨이 없는 s의 방은 후텁지근했다. 아무리 창을 활짝 열어도 매미소리만 무성할 뿐 바람 한 점 불지 않았다. 평소라면 집중이 안 된다며 침대에 드러누웠겠지만 이젠 그런 핑계마저 통하지 않을 시점이었다. 마감일까지는 앞으로 삼일, 뭐라도 써야 할 때다. s는 휴대폰 알림을 무음으로 설정하고 머리맡에 던진다. 겨우 자세를 고쳐 앉고, 키보드 위로 손가락을 옮긴다.

 

 

    Q. 수상작 틸란드시아는 어떻게 쓰게 된 소설이었나요?

 

    A. '아직 태어나지 않은 또 다른 나'에 대한 상상에서 출발했어요. 그 '나'가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라면, 숨기고 싶은 존재라면, 사회가 정한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존재라면. 처음부터 그럴 생각은 없었는데 쓰다 보니 욱하더라고요. (웃음) 왜 내 인물이 이렇게 힘들어하고 있지? 그놈의 사회가 정한 기준은 대체 뭐지? 왜 다름은 틀림으로 받아들여지지? 그래서 곳곳에는 약간 그런 분노가 깃들어 있어요. 사회에 대한 반발심 같은 거요.

 

    Q. 심사평에서 '사회학적 상상력'을 가졌다고 들었다던데, 그건 역시 작가가 그런 쪽에 관심이 많아서겠죠? 어떤 계기라도 있었나요?

 

    A. 아무래도 그런가 봐요. 전혀 의식하지 않고 있었는데 소설을 써놓고 나면 그런 요소들이 꼭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 것에 예민한 편인 것 같기는 해요. 혐오나 차별, 사회 속 약자와 소수자들에 대해서요. 그리고 아닌 것에 대해 아니라고 말하는 거. 그건 틀린 거라고 지적하는 거. 내가 발언을 할 수 있는 위치일 때 그렇게 하는 건 약자들에게 큰 도움이 되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계기라고 하면 기억나는 건, 2016년 겨울의 일이에요. 저는 부산에서 촛불 집회에 참석했는데, 가는 길에 버스에서 세 모녀가 생활고에 시달리다 자살했다는 뉴스를 봤어요. 너무 화가 나더라고요. 어떤 사람들은 부당한 일을 저질러서라도 제 이익을 챙기잖아요. 그날은 그런 일에 대해 비판하러 가는 날이었고요. 정말 아이러니했어요. 이 두 사건이 현재의 한국에 공존한다는 게. 저에게는 그 두 사건이 전혀 개별적이지 않다고 느껴졌어요. 사회적 약자에 대한 충분한 지원과 관심이 있었다면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는 일이었죠. 아마 그때부터였던 것 같아요. 의식적으로 사회의 이면을 들여다보기 시작한 것은.

 

    Q. 글을 다 쓴 후에 아쉬운 점은 없었나요?

 

    A. …….

 

 

    s는 잠시 머뭇거린다. 상까지 타고서도 진심으로 기뻐할 수 없었던 날이 떠오른다. 자신의 모자란 인식 탓에 빚었던 문제였다. s는 주먹을 쥐었다가 다시 펴서 키보드 위에 얹는다. 할 수 있다. 언젠가는 해야만 하는 고백이다. 창밖에서 들려오는 매미소리가 자신을 비웃는 것만 같다. s는 창문을 닫을까 고민하다가 그대로 두었다. 그 소리에 부끄러움을 느끼는 건 자신의 마음일 뿐이다. s는 지금이 부끄러워야 할 때임을 잘 안다. 자신이 그런 일을 오래전 저질렀음을 체감하고 있다.

 

 

    A. 인물 설정을 하면서 실수를 했어요. 저는 단순히 저를 모델로 삼고 인물의 일부를 구성했기 때문에 그런 게 문제될 거란 생각이 아예 없었는데……. 아니, 이것도 변명인 것 같아요. 그냥 무신경했죠. 정작 가장 세심했어야 하는 부분에 말이에요…….
    영준이는 게임을 싫어해요. 운동도 싫어하고, 반면에 여성의 신체나 여성의 옷에 관심을 보이죠. 마치 영준이는 '남성의 것'을 싫어하고, '여성의 것'을 좋아하니 여자 아이다, 라고 하는 것 같지 않나요? 한심하죠. 그런 식의 설명은 게으르고 무례해요. 남성의 것과 여성의 것을 나누어 정의 내리는 것은 멍청하고요. 그래서 사실 이게 대상작이 되었다고 했을 때 조금 난감했어요. 저는 틸란드시아에 가장 많은 애정을 쏟았지만 그만큼 가장 치명적인 아픔이 담긴 작품이기 때문에 지울 수도 다시 볼 수도 없었거든요. 그런데 박제되어 버렸죠. 어쩔 수 없어요. 인정하고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 수십 번 다짐하고 저를 다듬어 가야죠.

 

 

    이런 결론은 어쩌면 s에게만 편한 결론일 수도 있다. 하지만 s는 더 나은 결론을 찾지 못했다. 그러니 창밖의 매미소리에 부끄럽지 않을 때까지 견뎌 보자고 s는 다짐한다.

 

 

    Q. 글을 쓰면서 정말 기억에 남았던 순간이 있다면 언제인가요?

 

    A. 음, 기억에 남았던 순간이라기보다는 그냥 틸란드시아 자체가 저에게 굉장히 뜻 깊은 소설이에요. 사실 틸란드시아는 제가 가장 처음 구상한 단편소설이거든요. (웃음) 3년 동안 총 세 번의 대공사를 거쳤는데, 첫 번째 초안을 쓴 건 고등학교 1학년 때였죠. 그때는 영준이가 동성 친구를 좋아하는 이야기를 썼어요. 개연성도 없고 다른 인물이 매력도 없고, 자칫 장르 소설이 될 뻔한…… 문제가 많았던 이야기였죠. 몇 달 묵혔다가 2학년 때 다시 보고, 또 몇 달 묵혔다가 3학년 때 최종 공사를 하려고 다시 보고……. 그렇게까지 했던 걸 보면 내내 마음에 걸렸던 게 분명해요. 영준이는 제가 만든 첫 인물이었으니까. 애정을 많이 줬어요.

 

 

    깜빡이는 커서를 바라보던 s는 쓰고 있던 문서를 내리고 드라이브를 열었다. 이곳저곳 파일을 오랫동안 뒤지다가 결국 한 문서를 발견한다. 틸란드시아라는 제목을 붙이기 이전의, 가제로만 남았던 초안이다. s는 눈을 찡그렸다가, 손가락을 주무르다가, 사방을 한 번 둘러보곤 문서를 열었다. 3년 전의 s가 썼던 날것의 문장들이 생생하다. 내가 이런 식으로 썼구나. s는 생경한 마음으로 글을 읽었다. 놀랍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고, 그러나 뿌듯하기도 했다. 이렇게 엉망이었던 글을 정리해 낸 과거의 자신이 새삼 대견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영준이. 소설을 쓰면서 성장한 건 s뿐만이 아니었다. 소설 속의 영준이도 s와 함께 자랐고, 함께 성숙해졌다.

 

 

    Q. 처음 글을 쓰게 된 계기가 있나요? 소설을 쓰겠다고 결심한 순간이라든가.

 

    A. 제가 소설을 처음 쓰게 된 건, 이 길을 걷겠다는 확신이 들고 나서였어요. 웃기죠. 소설을 쓰다 보니 마음에 들어서 작가가 되겠다, 고 결심한 게 아니라 작가가 되겠다 결심하고서야 소설을 써본 게. 그런데 그땐 어쩔 수 없었던 것 같아요. 한 번 글을 쓰고 나면 다신 돌아올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거든요.

 

 

    실제로도 그랬다. s는 이제 글을 쓰기 이전의 삶으로는 돌아갈 수 없었다. 영준이를 모르기 전으로, s가 쓴 수많은 글을 모르기 전으로.

 

 

    A. 결심한 순간은 진로상담을 하던 때였어요. 내가 글을 써서 잘 될 수 있을지, 등단은 할 수 있을지 고민하던 때였는데 상담 선생님이 그런 말씀을 해주셨거든요. 자신은 글에 대해 잘 모르고, 그래서 네 글에 대해서도 잘 모르지만 그래도 네 글은 분명 가치 있는 것일 거라고. 이상하게 그 말에 안심이 되었어요. 확신을 갖게 되었죠. 일단 해봐야겠다, 하고.

 

    Q. 앞으로는 어떤 글을 쓰고 싶은가요?

 

 

    s의 손가락이 한참을 공중에 머무른다. 쉬이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이다. 뱉어버리는 순간 그 말대로 될 것 같다. 신중하게 손가락을 움직여 활자를 박아낸다.

 

 

    A. 어렸을 때 저는 해피엔딩을 싫어했어요. 왕자님과 공주님이 행복하게 잘살았다는 건 너무 현실성이 없는 이야기 같았거든요. (웃음) 주관이 확고했죠. 차라리 성냥팔이 소녀나 인어공주가 나았어요. 그건 현실성이라도 있었으니까. 그렇다고 죽는 이야기만 하겠다는 건 아니고요. 그보다는 조금 더 구체적으로, 결말이 어떻게 되든 희망을 놓지 않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삶은 때로 구차하고 힘들지만 그래도 언젠가는 나아지리라는 희망을 좇으면서 사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작가는 그걸 예민하게 포착해야 하고요. 그런 작가가 되고 싶어요.

 

 

    s는 문서를 뿌듯하게 바라보고는 저장을 눌렀다. 이제 퇴고하고 보내는 일만 남았다. 노트북을 끄려던 s는 고민하다 다른 문서를 열어 본다. 그저께 쓰기 시작한 새로운 단편이다. s는 바쁘게 손가락을 움직인다. s의 밤은 끝나지 않는다.

 

 

 

 

 

 

 

 

 

 

 

 

 

 

작가소개 / 마소현(속도)

혐오와 차별이 없는 세상에서 마침내 우리가 서로를 온전히 마주 볼 수 있을 때까지 지치지 않고 쓰겠습니다. 독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문장웹진 2018년 0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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