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비밀 받아쓰기 2 외 1편 - 유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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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절대비밀 받아쓰기 2

 

 

유현아

 

 

 

이모 이건 절대 비밀이야
엄마가 알면 큰일 나
나 오늘 학교 안 갔어

 

간호실습 있는 날이었는데
내가 제일 좋아하는 실습 과목인데
오늘은 정말 무섭고 하기 싫었어

 

나자르1)는 스물한 살이래
나자르는 간호원이래 내가 되고 싶은
나는 열여덟 살이고 졸업하면 간호조무사가 될 건데

 

나자르는 팔레스타인 사람이래
나자르는 간호원이래 내가 되고 싶은
다친 사람 간호하다 가슴에 총알을 맞고 죽었대

 

엄마는 이해 못 하겠지만 이모는 시인이니까
엄마는 너나 잘하라고 또 소리 지르겠지만
오늘 하루 나자르를 위해 충분히 울어도 되지?

 

그러까 이모 이건 절대 비밀

  1)  가자지구의 귀환 대행진에 간호사로 참여한 21살 라잔 나자르. 적신월사(적십자사)의 로고가 새겨진 조끼를 입고 있었지만 어제 오른쪽 가슴에 이스라엘군 저격병의 총알을 맞고 숨졌습니다. _팔레스타인평화연대 페이스북(2018.6.2)

 

 

 

 

 

 

 

 

 

 

 

 

 

하늘을 걷는 레드에게

 

 

 

종이 위에 너의 발바닥을 그리고 있어
레드는 지금 어느 골목의 지붕들을 어슬렁대고 있겠지

 

레드의 꼬리 모양은 ㄱ자야
너무 아름답지 않니 ㄱ이라니
사라지고 있는 골목들을 찾아다니고 있지

 

내가 소리 없이 가만히 웅크려 벽에 귀를 기울일 때
레드는 달의 그림자를 꼬리로 지우며 천천히 골목을 확장해 나가지

 

푸른 구름이 바닥에 굴러다니는 걸 본 적 있니

 

레드는 골목과 지붕 사이사이 숨어 있는 그림자의 꼬리들
조금 더 정교하게 숨기는 방법을 연구하지

 

멀리서 함성이 밀려오면 벽과 벽 사이로 숨어버리면 그만이지
소리만이 쌓이고 있는 산 아래 지붕들을 위해
명랑한 선언문을 외치며 어슬렁대는 모든 레드를 위해

 

미요우미요우
미요우미요우

 

 

 

 

 

 

 

 

 

 

 

 

 

 

작가소개 / 유현아

2006년 전태일문학상을 수상하며 등단. 시집 『아무나 회사원, 그밖에 여러분』, 조영관문학창작기금 받음.

 

   《문장웹진 2018년 0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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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thought on “절대비밀 받아쓰기 2 외 1편

댓글
  1. 저는 언제나 저런 시를 쓰게 될까요? 멀고도 먼 이야기인 것만 같습니다. 등단하신분들을 부러워하거나 등단을 목적으로 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습작과 나름의 독서와 독학 중 고정관념을 깨고 새로운 사고를 하게 되는 그 시점을 위해 정진할 뿐입니다. 여기에 와서 많이 배우고 갑니다. 간혹 오지 않고 늘 오겠습니다. 늘 와서 보고 느끼고 생각하고 조금씩 깨달아 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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