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숙사 외 1편 - 정영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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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기숙사

 

 

정영효

 

 

 

    학생이 들어가서 학생답지 않게 지낸다 사원이 들어가서 사원답지 않게 지낸다 길을 잃고 들어간 고양이만 고양이답게 복도를 걸어 다닐 뿐

 

    골목보다 가까이 있고 집보다 더 가까이 있어도 어떻게 여기에 왔는지 스스로 질문해 볼 때 가장 멀리 있는 자신에게 안부를 전할 때

 

    학생답지 않고 사원답지 않은 고민과 그들은 마주하게 된다 하던 일을 들고 나가 밀린 일을 가져오는 곳 그러나 길 잃은 고양이를 데려와 키울 수 없는 곳

 

    어디가 지금인지 확인하려고 다른 쪽으로 가보면 결국 도착할 수밖에 없는 쪽에 방이 있고 복도가 있고 여전히 출구를 찾지 못한 고양이가 있어서

 

    학생은 다시 학생답게 들어오고 사원은 다시 사원답게 들어와 가장 가까이에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언젠가 벗어나게 되더라도

 

    몇 번은 고개를 돌려 그들은 이곳을 떠올릴 것이다 밀린 일을 가져와 하던 일을 쌓을 것이다 학생은 사원이 된 채로 사원은 계속 사원인 채로 기억 속에서 돌아다니는 고양이와 함께

 

 

 

 

 

 

 

 

 

 

 

 

 

건물주

 

 

 

    건물 안을 뒤지기도 하고 건물 밖을 서성이기도 한다 건물과 상관없는 곳에 있으면

 

    건물 때문에 달려오기도 한다 주인은 많은 걸 알아야 익숙해지므로 남의 건물을 살피면서

 

    같은 점을 찾기도 하고 다른 점을 얻기도 한다 건물은 왜 빨리 늘어나는지 건물은 왜 쉽게 모이는지

 

    주변을 둘러보는 동안 골목의 내용을 걱정하다가

 

    건물이 되지 못한 장소를 만나고 주인이 되지 못한 사람을 만난다 이유처럼 열려 있는 입구를 만나며 누군가 또 떠날 거라는 소문을 만난다

 

    소문이 건물까지 따라오면 말을 떼어내기도 하고 말을 막기도 한다

 

    주인은 많은 걸 몰라야 편안해지므로 떼어내고 막은 말들을 모아서

 

    건물 안에 숨기기도 하고 건물 밖에 버리기도 한다

 

 

 

 

 

 

 

 

 

 

 

 

 

 

작가소개 / 정영효

2009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데뷔. 시집으로 『계속 열리는 믿음』이 있다.

 

   《문장웹진 2018년 0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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