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후회 없음'을 결심하다 2 – 신생아집중치료실(NICU) 담당의사 안자혜 - 김상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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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인터뷰]

 

 

'후회 없음'을 결심하다 2

– 신생아집중치료실(NICU) 담당의사 안자혜

 

 

인터뷰 : 김상혁

 

 

 

인터뷰 요청에 안자혜 선생님은 부담스러워했다. 자신은 장인(匠人)도 아니며, 뛰어난 성취를 이룬 것도 없다고 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와 생각해 본다. 왜 하필 그였나? 의사를 인터뷰하겠다고 정한 다음에 그를 떠올린 게 아니었다. 기획 인터뷰 청탁을 받고 나서, 그의 직업이나 삶에 대한 충분한 정보도 없이, 나는 안자혜 선생님을 만나야겠다고 결심하였다. 소셜미디어로 이야기 몇 번 주고받은 게 다였는데. 인터뷰 중에도 몇 번쯤 떠올렸을 것이다. 왜 안자혜인지. 어쩌다 NICU인지.

 

― 기사를 봤어요. 항상 사람이 부족한 곳이라고요. 외과 사정이 꽤 어렵다더라, 이 정도가 저 같은 문외한의 이해인데.
― 외과 어렵죠. 그런데 어려운 지점이 좀 다릅니다. 우선 소아청소년과와 비교하면, 외과는 과 자체가 어렵다는 느낌. 외과는 개인에게 폭넓은 선택지를 허용하지 않는 것 같아요. 가령, 외과는 개인 개업이 거의 없어요.
― 아, 맞네, 외과 개인 병원은 잘 없네요.
― 소아청소년과는 개인 개업이 가능해요. 개업하면 환자도 적지 않고요. 그런데 외과는 혼자 병원을 차려도 감기 환자만 보게 될 수도 있겠죠. 외과 수술은 보통 대학병원이 하고.
― 개인 개업 같은 부분은 전혀 생각 못 했는데요. 그럼 NICU 의사는 특히 어떤 부분이 어려운지?
― 소아과 안에서 굳이 신생아 전공을 선택했다면? 우선 개업이나 취직 문제는 소아과와 비슷합니다. 다른 과에 비해 많은 환자를 봐야 하지만, 개인 병원을 꾸려 나갈 수도 있고. 큰 병원 산부인과로 들어가서 일해도 됩니다. 신생아 전공이라고 꼭 NICU에서 일하는 건 아니니까요. 하지만 신생아 관련 전공에, NICU 의사가 되는 건…….

 

질문을 준비하면서 나는 협업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답변을 예상하였다. 협업하는 과정에서 의사마다의 개성이 서로 격렬히 부딪히는 장면, 그럼에도 그러한 갈등상황을 조율하고 통제하는 NICU 담당의의 의연한 모습, 그리하여 결국은 한 작은 생명이 성공적인 첫 숨을 내쉬는 감동의 순간…… 이런 드라마틱한 전개를 머릿속으로 그려 본 것이다. 첫 회 인터뷰에서 어느 정도 드러난 바, 그러니까 애초 나의 목표는 그러한 드라마를 어떻게 '비문학적인' 방식으로 '문학화(文學化)'할 것인가였다. 어쩌면 문제는 이런 설정 자체다. 비문학적인 방식으로 어쨌든 문학적인 것을 해내겠다는 의도. 하지만 NICU를 며칠 벼락치기로 예습한 나의 예상과 의도가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 NICU 의사가 되면 자기 이력에 오점이 남을 수 있다는 사실을, 또한 법적 공방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야 하거든요.
그는 조심스럽지만 정확하게 말을 이어 갔다. 자주 생각해 본 문제 같았다.
― 밤낮 없이 일하는 의사는 많습니다. 하지만 NICU는 환자의 중증도가 특히 높은 편이고. 그래서 사망 가능성이 늘 있어요. 환자의 죽음은…… 아이가 잘못되면 그게 커리어에도 좋을 리 없죠. 빨리 태어난 아이들이 모두 살아남는 건 아니에요. 다 건강하게 퇴원하는 것도 아니고요. 일이 나쁜 방향으로 흐르면 부모 입장에서는 법적인 걸 생각하게 됩니다. NICU 의사는 그래서 소송 부분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아, 그런데, 모두 너무나 현실적인 이유죠?
― 아, 네, 아니오.

네, 현실적입니다, 하지만 그래서 나쁘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이런 뜻의 '네, 아니오.'였으나 녹취엔 저리 얼빠진 대답만 남았다. 그는 계속 차분하였다.
― 프로토콜에 따라 최선을 다해도 언제든 아이가 잘못될 수 있다는 거, 그럴 경우 고소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거. 이런 압박이 심한 곳입니다. NICU를 기피하는 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요.
― 그래도요, 제 예상보단 훨씬 더 많은 아이들이 살아서. 그러니까 막연하게 저는, 미숙아 중에 절반 정돈 살겠지? 했는데. 훨씬 더 많은 아이가 살아남아서 놀랐어요.
― 1500g 아래 극소저체중 신생아도 충분히 살릴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현재는 살리는 것 자체보단, 잘 살리는 게 더 중요해졌습니다.
― 잘 살린다?
― 합병증 없이, 후유증 없이 건강하게 클 수 있는지요. 23주 500g 아이를 살렸어도, 가령 아이의 머리가 손상되었다면요? 자립 가능한 상태로 자라기 어렵습니다. NICU는 퇴원 후 3년이 지나고, 또 6년이 지나도 아이에게 별탈이 없나, 그런 이후의 삶에 관심이 많아요.

 

보수는 정당할까? 문득 이런 질문이 떠올랐다. 내가 질문을 통해 어떤 드라마를 유도할 까닭이 전혀 없었다. 그는 현실을 말했고, 나에게는 그가 말하는 현실이 다 드라마나 다름없었으니까.
― 페이는 어떨까요? 신생아집중치료실에서 일하면.
― 돈을 생각하면 여기에 있으면 안 되죠. 돈 말고 다른 게 있어야…….

다른 것? 보람 같은 거 말인가? 어린 생명을 구한다는 자부심? 나는 열심히 머리를 굴려 보았다. 잠시 이어진 침묵을 깬 것은 그였다.
― 아까 제가 어떤 아이, 뭐라고 불렀는지 생각나세요?
― 아, 네, 아니오?

나는 왜 이럴까. 기억날 듯 기억나지 않았다.
― 좀 유치했죠? '짱베이비!'라고 했어요. 제가.
― 맞아요!

그의 음성이 장난스러워졌다. 내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졌다. 28주 3일, 1230g의 신생아. 이곳 NICU에 들어온 아이 중에 가장 어린 아이라고 한다. 솔직히 말해, 의료 전문가 입에서 '짱베이비' 같은 말을 들을 거라곤 예상 못 했지만.
― 큰 NICU, 시설 좋은 NICU에서 1230g 아이 받는 건 대단한 일도 아닐 겁니다. 하지만 여기서 민구는 각별해요. 짱베이비. 얼마나 특별한지 몰라요. 또 얼마나 씩씩한지 몰라요.
― 애가 씩씩하다니요? 어떻게요?

그는 아이를 거듭 칭찬했다. 이때도 나는 좀 얼빠진 목소리였다. 하지만 내 반문이 완전히 부당한 건 아닐 것이다. 나는 다시 물었다.
― 씩씩하다?
― 네. 저는 확신합니다. 겉으로 보기엔 다들 베드에 누워 있죠. 하지만 저기 누워서 유독 열심히 발버둥치는 아이가 있습니다. 세상에 나와서 좋다! 나는 꼭 건강해진다! 이렇게 온몸으로 말하는 아이가 분명 있습니다. 상황이 그럴 수 없는데도 씩씩하고 밝은 아이요. 민구가 딱 그래요. 민구가 정말.

그는 이 대목에서 마음껏 웃었다. 나도 덩달아 밝아졌다.

 

― 아이의 생명에 영향을 미치는 '기운' 같은 게 있다고 제가 말한다면. 이것도 너무 이상하겠죠? 시 쓰시니까, 어쩌면 동의하실까……. 저는 아이에게도, 부모에게도 생명에 영향을 주는 기운이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인큐베이터 속에서도 씩씩한 기운 내뿜는 아이처럼, 그 아이를 살릴 수 있다고 믿는 엄마, 자기 아이가 꼭 튼튼해진다 확신하는 아빠. 그런 기운들이 모여 좋은 결과를 이끌어낸다고요.
― 이상하긴요! 뭐가요.

이번엔 내 대답도 시원하게 나왔다. 그가 말하는 '짱베이비'도 전혀 유치하지 않고, 그가 말하는 '기운'도 어쩐지 미신 같지 않았다. 그리고 인터뷰 청탁을 받고 내가 왜 그를 떠올렸는지도 알 것 같았다. 이런 말이 이상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이런 사람에게 끌린다; 자신의 문학적 경향과 낭만성을 억누른 채, 결국 문학과는 완전히 동떨어진 분야에서 일하는 전문가. 나는 스스로를, 전혀 문학적이지 않은 성향으로 문학을 하게 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나는 음악도 안 듣고 미술도 좋아하지 않는다. 나는 모험과 도전을 싫어하며, 일신의 안위에 민감하다. 그래서 체제 순응적이기도 하다. 내 일상과 취향에 문학적인 구석이라곤 전혀 없다고 해도 좋을 정도다. 내가 무슨 음악을 좋아하느냐고 물었을 때, 안자혜 선생님은 바흐가 좋다고 했다. 글렌 굴드의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좋아하는데, 특히 레코딩에 섞여 들어간 굴드의 콧노래가 좋다고 했다. 혼자 있을 때 그 콧노래를 듣고 있으면, 혼자구나 하는 외로움을 조금은 덜 수 있다고. 그는 수줍게 마무리하였고, 나는 그게 정말 그답고 아름다운 말이라고 생각했다.

 

굴드와 임동혁의 연주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마치고 나는 녹음기를 껐다.
― 근데 아까, 돈 말고 다른 거 얘기하셨잖아요. 돈 생각하면 여기에 있으면 안 된다고. 짱베이비 얘기로 넘어갔는데, 그냥 궁금해서.
― 아, 그거. 네. 민구 같은 아이를 돌보는 거, 그런 씩씩한 아이와 만나는 게 저만의 기쁨이라고 할 수 있죠.
― 그래도 너무 바쁘면 사람이 지치잖아요. 바쁘게 살다 보면 인생 허무해지기도 하고.
― 선택한 이상 어쩔 수 없다고, 견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끝내 견디다가 한계가 오면 그땐 그만둘 수밖에 없겠지만.

그는 대체로 싱글벙글하는 사람인데, 어떻게 문득 이리 단호해지는 걸까. '후회 없음'을 선택한 삶의 중량감. 그런 단호함.
― 그렇지만.
― 네?
― 저는 그 한계가 늦게 올 것 같아요.
― 보람 때문에. 그렇지요?
― 음. 저, 선생님은 아까 저랑 NICU 둘러보셨는데요, 아이들 보면서 어떤 기분이셨어요?

좋은 대답이 얼른 떠오르지 않았다. 내가 머뭇거리는 사이 어쩐지 그는 눈빛까지 반짝이며 말을 이어 갔다.
― 저는 빨리 나온 아이들이 실제로 예뻐요.
― 네?
― 예쁘다고요. 팔과 다리와. 그들의 생김새가.
― 그게, 이해하기 어려운데, 예쁘다고 하시는 거. 제가 보기엔 팔다리도 너무 가늘고, 제가 보기엔 오히려…….
― 네. 그게 예뻐요.

그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내 말을 끊어 주었다. '오히려' 뒤에 내가 딱히 붙일 수 있는 말도 없었고.
― 얇은 목과 팔다리, 여리디여린 호흡을 보며 매번 결심합니다. 저 팔다리와 몸을 꼭 통통하게 만들어서, 너희를 무사히 병원 밖으로 내보내고 말 거야. 그런데요. 이상하죠. 동시에 이런 생각도 함께 들거든요. 근데 너희들 몸 지금도 정말 예쁘다, 하는 생각. 아이들 모습 다시 잘 떠올려 보세요. 예쁘지 않아요?

 

나는 그 말엔 동의하지 못했다.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니까 그냥 남겨 두기로 한다. 시와 같은 문학작품에도 그런 부분이 있어야 한다고 흔히들 말하니까. 해석되지 않지만 아름다운 부분, 정확히 해석되지 않아서 오히려 시를 아름답게 만드는 부분 같은 거.

 

그리고 얼마 전 안자혜 선생님이 메시지를 보냈다.

 

짱베이비 퇴원했어요! 7월 13일. 1.23kg이 2.63kg 토실이가 되었어요! 패혈증 왔었는데 딱 3일 흔들리고 회복했고. 만6세 전까지 제가 잘 지켜볼 거예요. 왜 이렇게 눈물이 날 것 같지. 평생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그리고 며칠 후에 다른 메시지도 왔다.

 

오늘 분만장에서 800g 아기 받았어요. 너무 힘들었어요. 하지만 이 아이도 짱베이비가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무섭고. 저는 땀범벅에…… 지금은 집에 있는 제 아기양이 무척 보고 싶어요. 이젠 집에 가야겠습니다. 신 비슷한 존재가 있다고 생각하신다면, 이 아기 무사히 잘 크라고 한 번만 기원해 주세요.

 

인터뷰 요청에 안자혜 선생님은 부담스러워했다. 자신은 장인도 아니며, 뛰어난 성취를 이룬 것도 없다고. 하지만 그 누구도 그가 장인보다 혹은 시인보다 덜 가치 있는 일을 한다고 말하진 못할 것이다.

 

 

 

 

 

 

 

 

 

 

 

 

 

 

 

 

 

 

 

 

 

 

 

 

작가소개 / 김상혁

2009년 《세계의문학》 신인상 등단. 시집 『이 집에서 슬픔은 안 된다』(민음사, 2013), 『다만 이야기가 남았네』(문학동네, 2016).

 

   《문장웹진 2018년 0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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