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넘어간다

[글틴 스페셜 – 동화]

 

 

숨 넘어간다

 

 

김태호

 

 

 

 

 

    “해라야, 이제 집에선 이걸 써!”
    엄마가 책상 위에 직사각형의 전자기기를 올려놓았다. 기기 본체와 연결된 호스 끝에는 마스크처럼 생긴 투명한 호흡기가 매달려 있었다.
    “이게 뭐야?”
    해라가 엄마를 올려보며 물었다.
    “뭐긴 뭐야! 인공호흡기지.”
    “인공호흡기? 쓰던 것도 있는데?”
    해라는 책 더미 옆에 원통 모양의 플라스틱 통을 집어 들었다. 통을 손에 쥐고 버튼을 누르자 마스크 모양의 주둥이에서 ‘슈우욱’ 신선한 공기가 쏟아져 나왔다.
    “그건 휴대용이잖아, 집에서는 이걸 써. 휴대용이랑 비교가 되겠니?”
    엄마가 코드를 연결하자 전자기기 모니터에 불이 들어왔다. 엄마는 시작 버튼을 누르고 ‘흡흡’ 마스크에서 산소가 나오는지 확인했다.
    “공부할 때랑 잠잘 때 꼭 해야 해. 그냥 멍하니 있다간…… 숨넘어간다.”
    엄마는 마스크를 해라의 얼굴에 씌워 주었다. 해라는 엄마의 손길을 뿌리쳤다.
    “엄마, 나 이런 거 안 해도 숨 잘 쉬어.”
    해라는 ‘흐읍 휴우 흐흡 휴우’ 가슴을 부풀려 가며 숨을 쉬어 보였다.
    “얘가 미쳤어. 하라면 해. 남들이 할까 말까 눈치 볼 때 앞장서서 해보는 거야. 그래야 다른 사람을 이끌어 가는 리더가 될 수 있어. 엄마 생각은 그래.”
    “산소 호흡기랑 그게 무슨 상관이야?”
    엄마의 매서운 눈빛에 해라의 가슴이 꽉 막히는 것 같았다.
    “알았어. 알았다고. 엄마 소원대로 산소 호흡기 쓰고 공부할게. 그니까 얼른 나가.”
    해라는 엄마를 밀어내고 문을 닫아버렸다. 책상 위에 산소 호흡기가 쉬이익거리며 바람을 쏟아내었다. 해라는 신경질적으로 호흡기의 전원을 껐다. 숨이야 그냥 쉬면 되지 왜 이러는지 괜히 짜증이 났다. 이게 다 그 일 때문이었다.
    6개월 전이었다. 멀쩡하던 반 친구가 수업 중에 갑자기 가슴이 답답하다며 소란을 피웠다.
    “숨을 못 쉬겠어. 숨이 막혀.”
    친구는 자신의 윗옷을 잡아당겨 가며 바닥에 쓰러졌다. 119에 실려 병원에 간 친구는 얼마 후 퇴원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하지만 그 뒤로 친구는 다시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담임 선생님은 전학을 간 것뿐이라 말했다. 가족들은 그대로 남아 있는데 친구만 아무런 연락이 되지 않았다. 그즈음 유명인 초등학생 아들의 죽음이 이슈였다. 건강하던 아이가 갑자기 숨을 쉬지 못하는 병으로 죽었다는 얘기가 돌았다. 소문과 소문이 만나 빠르게 부풀려졌다. 친구도 그 병 때문에 특별지정 병원에 입원해 있다는 소문이었다. 그 병이 전염병이며 멀쩡하던 아이도 갑자기 숨을 쉬지 못해 위험해질 수 있다는 이야기가 인터넷으로 퍼져 나갔다. 얼마 뒤부터는 죽어간 아이들의 이름까지 거론되기에 이르렀다. 미세먼지 탓이라는 이야기가 설득력을 얻었다. 방진 마스크는 미친 듯이 팔려 나갔다. 외국에서 전문가들이 비밀리에 입국해서 연구에 들어갔지만, 아동 스트레스, 게임중독, 기후 변화 등 정확한 원인은 찾지 못하고 모든 사실을 비밀에 부쳤다는 소문도 퍼졌다. 결국, TV 뉴스에서 소문은 소문일 뿐이라며 자제를 부탁한다는 내용이 방송되었다. 하지만 TV를 진실이라고 믿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오히려 소문이 어쩌면 사실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늘어 갔다.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의 아이가 숨이 넘어갈 수 있다는 생각에 부모들의 걱정은 커져만 갔다.
    엄마는 바로 휴대용 산소 호흡기를 구해 왔다. 남들보다 앞선 생각과 빠른 결정의 중요성을 내내 외치던 엄마다운 모습이었다. 해라는 휴대용 산소 호흡기를 들고 다니는 게 창피해서 가방 속에 감춰 두었었다. 호흡기 따위 쓸 생각은 없었다. 숨이야 뭐 그냥 쉬면 되는 거였으니까.
    부모들의 성화에 못 이겨 학교는 학교대로 방법을 찾아내었다. 학년별로 보건 교사의 특별 수업이 시작되었다. 보건 교사는 아이들을 체육관에 모아 놓고 호흡의 원리와 방법에 대해 강연을 했다. 숨 쉬는 법을 알려주는 것이었다.
    “횡격막이 수축하고 흉곽이 팽창하면서 폐 속으로 공기가 들어오는 거야.”
    보건 교사는 가슴속을 그린 사진을 보여주며 아이들 머릿속을 복잡한 이론으로 채워 넣었다. 가슴 어딘가에 있을 횡격막에 힘을 주려고 아이들은 강연 내내 얼굴을 찌그러트렸다. 교장 선생님이 지켜보는 가운데 보건 교사는 최선을 다했지만, 아이들은 그저 지겹다는 반응뿐이었다. 그때 한 아이가 얼굴이 빨개진 채 쓰러졌다.
    “횡격막을 열고 흉곽을…….”
    보건 교사는 아이에게 달려가 숨 쉬는 법을 시연했다. 구급차에 실려 갈 때까지 아이는 깨어나지 못했다. 해라도 알고 지내던 아이였다. 평소 조금 건강이 안 좋은 건 알고 있었는데, 하필 그때 쓰러진 것이다. 정말 숨을 못 쉬는 전염병 탓인지? 평소 지병으로 인한 건지는 알 수 없었다. 다행히도 친구는 수업이 끝나기 전 보건 교사를 따라 학교에 돌아왔다. 무사히 돌아왔지만, 또 한 번 친구가 쓰러진 사건은 학생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그 뒤부터 휴대용 산소 호흡기를 가지고 다니는 친구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교실에서 호흡기를 들고 수업하는 모습도 조금씩 자연스러워졌다. 수업 시간에 이제는 대부분 아이가 호흡기를 입에 물고 있었다. 선생님들도 그걸 뭐라 하지 않았다. 수업 중간에 선생님들이 호흡기를 직접 사용하기도 했다.
    엄마는 남들보다 앞서가면 앞서갔지, 뒤에 처지거나 같은 수준에 머무는 걸 용서 못 했다. 휴대용 호흡기의 대중화. 엄마가 그다음으로 생각한 것은 집에 산소 호흡기를 설치하는 것이었다. 안방, 거실, 부엌, 동생 방까지 곳곳마다 언제든 사용할 수 있는 호흡기 호스를 달아 놓았다. 화장실에서 힘주다가 쓰러질까 봐 휴지걸이 옆에도 산소마스크가 당당히 매달려 있었다.
    ‘숨을 어떻게 쉬더라?’
    아무 생각 없던 해라도 조금씩 숨 쉬는 것을 의식하게 되었다. ‘흐읍’ 흉곽을 부풀려 숨을 들이마시고…… 의식하면 할수록 왠지 숨쉬기가 힘들고 어색하게 느껴졌다. 요즘 들어 가끔 숨을 쉬는 것을 의식하지 않고 있으면 가슴이 답답한 것만 같았다.
    ‘나도 한번 해볼까?’
    해라는 책상 위 산소마스크에 손을 뻗다가 고개를 저었다. 지금까지 나름 엄마에 대한 반항심에 한 번도 쓰지 않고 버티고 있었다. 이제 와서 사용하는 건 왠지 지는 것 같았다.
    “해라야! 밥 먹자.”
    주방에서 엄마 목소리가 들려왔다. 숨은 넘어가도 밥은 먹어야지. 해라는 배를 쓰다듬어가며 일어섰다. 부엌 식탁에는 여섯 살 어린 동생 주니가 밥을 먹고 있었다.
    “한 숟갈 먹고…… 흐흡”
    엄마는 주니가 밥을 떠먹을 때마다 주니의 입에 산소 호흡기를 뗐다 붙였다 해주었다. 주니는 이제 산소 호흡기를 달고 살았다.
    “해라야, 다음 달부터는 과학학원 안 다녀도 돼.”
    엄마가 동생 턱에 묻은 밥풀을 떼어 주며 말했다.
    “그만두라고?”
    해라는 입을 벌린 채 멍하니 엄마를 쳐다보았다. 엄마 입에서 학원을 그만 다니라는 말을 듣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 그 시간에 복식호흡 학원 등록했으니까 앞으론 거기 다녀.”
    “복식호흡?”
    해라는 엄마를 쳐다보았다.
    “복식호흡을 배우면 적은 양의 산소로도 숨을 잘 쉴 수 있다더라. 정말 유명한 선생님이라서 등록도 겨우 했어.”
    엄마는 ‘유명한’을 강조하며 말했다.
    “그 선생님은 네팔 카트만두 대학교를 나오신 복식호흡의 권위자에게 배운 제자의 제자라더라. 요새 오라는 곳이 많아서 정말 바쁘지만, 엄마를 봐서 특별히 도와주시는 거야. 정신 똑바로 차리고 배워.”
    “카트만두 대학?”
    해라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넌 공부하는 학생이 네팔에 있는 카트만두 대학도 몰라?”
    “네팔이면 에베레스트 산이 있는 나라?”
    “그래, 앞으론 거기가 전 세계에서 최고 대학이 될 거래. 엄마 생각도 그렇다.”
    해라는 입을 삐죽이며 고개를 저었다.
    “요즘 앞서가는 과학자들에게서 가장 이슈가 되는 게 뭔지 아니? 고산지대에 사는 사람들이야. 아주 적은 양의 산소를 가지고도 잘 살아가는 그들을 연구하면 앞으로 인간에게 닥칠 많은 문제를 풀 수 있대. 그래서 전 세계에서 유명한 학자들이 그곳 학교로 몰려들고 있어. 카트만두 말이야.”
    엄마는 주니 입에 대고 있던 산소 호흡기를 공중에 휘저어 가며 말했다.
    “답답해, 엄마 답답해.”
    주니는 그사이를 못 참고 호흡기를 달라고 엄마를 보챘다.
    “참 그래서 말인데, 너 이참에 네팔어도 배워라.”
    엄마가 다시 주니에게 호흡기를 대어주었다.
    “엄마는 영어도 힘들어 죽겠는데…… 무슨 네팔어야!”
    해라는 답답한 듯 가슴을 두드리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앞으론 영어만큼 네팔어도 중요해질 거야. 미래를 예측하고 앞서가야 진정한 리더가 될 수 있어. 아빠 생각도 엄마랑 같아.”
    잠시 머뭇거리더니 엄마가 말을 이었다.
    “그래서 아빠랑 진지하게 얘기해 봤는데…….”
    엄마가 말하기를 주저했다. 뭔가 어려운 결정을 내린 모양이었다.
    “무슨 얘기?”
    해라는 밥이 가득 담긴 숟가락을 입에 넣으려다 멈추었다.
    “내년에 너랑 주니랑 함께 유학 보내기로 했다.”
    해라는 숟가락을 식탁에 ‘탁’ 소리가 나도록 내려놓았다. 밥풀들이 사방으로 튀었다.
    “여섯 살 꼬맹이랑 같이 유학을 가라고! 어디로? 설마?”
    해라는 헉헉거리며 숨을 몰아쉬었다.
    “그래, 네팔! 거기는 어릴 때 갈수록 더 좋다더라. 그래야 숨 쉬는 걸 몸에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대. 주니는 괜찮은데 네가 적응 못 할까 봐 걱정이야.”
    “진짜 네팔에 가라고? 진짜로?”
    “가라면 가. 벌써 엄마가 고급 정보를 다 얻어 놓았어. 에베레스트 산 중턱에 학교가 세워질 거야. 세상에서 제일 높은 학교지. 그곳에 다닌다니 가슴이 뛰지 않니?”
    가슴이 뛰고 숨이 막혔다. 해라는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무엇 때문에 갑자기 친구들과 떨어져 거기까지 가야 하는지. 정말 답답했다.
    “왜? 숨넘어가?”
    엄마는 서둘러 동생의 산소 호흡기를 해라에게 내밀었다.
    “엄마 때문에 숨넘어가겠어. 진짜!”
    해라는 산소 호흡기를 밀어내고 가슴을 부풀려 휴! 긴 숨을 내쉬었다.
    “나한테 물어보지도 않고 무조건 결정하는 게 어디 있어?”
    숨을 고른 해라가 천천히 말했다.
    “남들보다 앞서가야 해. 너희들은 그냥 어른들 말만 믿고 잘 따라오면 돼.”
    “엄마 생각이 그런 거지. 난 아냐.”
    해라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숨을 쉬는 가슴이 아니라 가슴속 아주 깊은 곳이 답답해서였다. 가슴이 꽉 막히는 것 같았다. 벽에 걸린 호흡기가 눈에 들어왔다. 산소 호흡기를 쓰면 막힌 속이 시원하게 뚫릴 것 같았다.
    “나, 나갔다 올게.”
    하마터면 산소 호흡기를 달라고 할 뻔했다. 해라는 도망치듯 급하게 현관을 나섰다. 엄마가 쫓아오는 소리가 들렸지만, 두 칸씩 계단을 뛰어 내려갔다.
    해라는 아파트 밖 거리로 나왔다. 뭔가 답답한 가슴은 여전히 시원해지질 않았다. 길거리에는 사람들이 바쁘게 지나다니고 있었다. 그냥 무심히 지나던 길이 오늘따라 새롭게 보였다. 거리에 아이들 입에는 대부분 산소 호흡기가 들려 있었다. 놀이터에 나와 뛰어노는 아이들은 없었다. 숨이라도 차오를까 봐 천천히 조심스럽게 걸었다. ‘자연스럽게 숨쉬기’ ‘네팔식 호흡법’ ‘신비의 호흡’ 정말 여기저기 숨 쉬는 법을 가르치는 학원들이 새로 간판을 달고 있었다.
    새로 호흡법을 배우고, 낯선 네팔어에, 복식호흡 학원을 쫓아다녀야 할 앞날이 선명했다. 해라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강력하게 휘몰아치는 광풍에 아무 저항도 못 하고 힘없이 휩쓸리고 있었다.
    “흐흡 후우…… 흐흡 후우…….”
    해라는 점점 숨이 차올랐다. 정말 호흡기가 필요했다. 몸을 뒤적여 호흡기를 찾았다. 휴대용 산소 호흡기를 집에 두고 왔다. 갑자기 온몸에 식은땀까지 나기 시작했다.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았다.
    “어떻게 숨을 쉬더라?”
    해라는 ‘쓰읍 후우 후우’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하지만 숨은 더 가빠졌다. 목이 꽉 막혀서 공기가 들어가지도 나오지도 못했다.
    “허어업.”
    크게 깊게 숨을 쉬어 보지만 답답함은 사라지지 않았다. 어떻게 숨을 쉬는 거지? 숨 쉬는 법이 전혀 생각나지 않았다.
    꺼억 꺽 해라의 숨이 넘어가고 있었다.

 

 

 

 

 

 

 

 

 

 

 

 

 

 

 

작가소개 / 김태호

단편 「기다려」로 2013년 창비어린이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등단. 그림책 『아빠 놀이터』, 『삐딱이를 찾아라』, 동화책 『네모 돼지』, 『제후의 선택 』, 『신호등 특공』 등.

 

삽화가 소개 / 조경은

대학에서 시각디자인 전공. 미디어아티스트이자 감독.
영상, 디자인, 일러스트레이션, 인터렉티브 미디어를 만들고 있다.

 

   《문장웹진 2018년 0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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