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음 외 1편

[신작시]

 

 

졸음

 

 


이영광

 

 

    칠월 땡볕 속
    전기톱 소리
    쇠로 나무 자르는
    악다구니
    누가 저 소리 좀
    그칠 수 없나
    소리의 쇠 이빨 좀
    뽑아갈 수 없나
    불현듯 숨 멎은 내
    눈을 내가 감기며,
    염하는 꿈속의
    고운 벌레가 되었는데
    삶과 꿈 사이
    해진 잠을 찢는 저
    전기톱 소리,
    두 손으로 허겁지겁
    자르고 싶네
    툭, 툭,
    붙잡고 싶네
    피가 철철 나는
    이 졸음
    이 꿈으로

 

 

 

 

 

 

 

 

 

 

어디에도 죽을 길이 없어서

 

 

    창밖에 전염병과 전쟁과 귀신이 창궐해 있어서
    창을 닫아도 소용없고 피난 갈 곳도 없어서
    아이들을 밥 먹이고 집에서 놀리고
    모여 앉았다
    어디에도 살 길이 없단다
    이제 잠깐, 살기로 하자, 잠깐 살기로 하자 기도하는
    시시한 꿈에서 깨어났다
    기도라니

 

    창밖에 전염병과 전쟁과 귀신이 창궐해 있었는데
    문을 활짝 열고
    서둘러 아이들을 씻겨 학교에 보낸 뒤
    마트에 갔다
    어디에도 죽을 길이 안 보여서
    커피를 마셔볼까? 평화롭게
    낮술을 한잔 할까?
    평화라니

 

    오후엔 잤다
    어디에도 죽을 길이 없어서 우두둑
    부활하듯 기지개를 켰지만,
    이상한 날이다
    해가 진 지 오래인데
    아무도 돌아오지 않는다
    뉴스에, 뉴스가 나오지 않는다
    부활이라니

 

 

 

 

작가소개 / 이영광

– 1998년 『문예중앙』으로 등단.

 

《문장웹진 2016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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