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러내리는 외 1편

[신작시]

 

 

흘러내리는

 

 

이다희

 

 

 

 

    구석구석 방청소를 한다. 청소는 빼기에 가깝다. 빼기는 청소와 다르지만. 청소를 하는 사람은 무언가를 빼고 있는 사람이다. 방에 없던 먼지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누워 있는 책들을 세워놓고 쌓인 책들은 바닥에 내려놓았다. 바닥은 사각형이다. 정확히 사각형이라 할 수 없지만 사각형이라 말할 수 있다. 먼지는 어디에나 있지만 쓸어내리는 순간 자잘한 검은 구름처럼 보인다. 구석에는 어김없이 구름이 보인다.

 

    책의 모든 면에 먼지는 달라붙는다. 수평과 수직이 없다. 책의 모든 페이지를 이어붙인다면 먼지로 가장 긴 구름을 만들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어떤 구석이 가장 긴 구름을 담당할까.

 

    내리는 비를
    피할 수 없었다
    비가 우산이 되어
    하늘을 잠시 피해 있었다

 

    구겨지느라, 방에게는 나름의 수고가 있었다. 나는 새로운 구석을 찾아낸다.

 

    가장 긴 구름을 말아두고, 나는 빈방의 한가운데 서서 구석들을 쓸어 담는다. 깊은 구석으로 방이 흘러내린다.

 

 

 

 

 

 

 

 

 

 

 

 

 

 

 

건물과 하품

 

 

    그녀는 2층에 올라가서 내려오지 않는다
    여기는 어디인가 나의 꿈인가 그녀의 꿈인가

 

    길은 이어져 있는가? 계단은 끊어져 있다
    무엇이 보이는가? 볼 수 있는 것을 보고 있다

 

    아니면 이것은 5층 남자의 낮잠 속 해프닝이다

 

    5층 남자의 하품하는 입속으로 들어가 내부를 관찰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녀와 그는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데
    이렇게 오래 같이 살았다니

 

    그녀가 낳은 아이가 1층을 기어 다닌다
    하지만 2층의 그녀에게 어떻게 올라간단 말인가? 계단은 끊겼는데 ···

 

    눈을 감았을 때 보이는 풍경이 눈을 뜨고도 그대로 보여
    나에게 눈이라는 것이 있는 걸까?
    끊어진 계단에 앉아 눈을 찾는데

 

    2층을 지나다니는 그녀의 발소리가 들린다
    끊어진 계단에 앉아 나는 무릎이 아파 운다

 

    5층 남자는 늘어진 하품의 형식으로 운다

 

 

 

 

 

 

 

 

 

 

 

 

 

작가소개 / 이다희

1990년 대전 출생. 조선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석사수료. 2017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당선.

 

   《문장웹진 2017년 0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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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을걷는법심리학도

https://www.youtube.com/watch?v=xaQAyN95PIM&t=4s

선생님 혹시 시를 이런식으로 홍보할 생각은 없으신가요? 같이 win-win하게 연락주십시오

010-7794-4982

헤헤헤헤헤헤헤헿

청소하는 과정이 정말 생생하게 보여지고 있는 것 같아요. 먼지를 구름으로 생각했다는 것이 왜인지 모르겠지만 마음에 가장 드는 것 같아요. 좋은 시를 읽고 가는 것 같아 기분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