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랑비 외 7편

[2015 아르코창작기금]

 

 

가랑비

 

 

유금옥

 

 

가랑가랑 가랑비가
가랑잎을 적시네

 

가랑가랑 가랑잎에
귀뚜라미 한 마리가

 

가랑가랑 가랑비 속을
갈까 말까 망설이네

 

 

 

 

 

 

 

 

 

 

구구단

 

 

강아지풀이 뛰어오는 3월입니다
종종걸음 종달새는 지각이네요
선생님께서 칠판에 구구단을 쓰는 동안
친구들이, 3, 1은 3. 3, 2, 6.
3, 3, 9. 목청을 높이는 동안

 

노란 산수유꽃이 곱하기 곱하기 피어나네요
파란 시냇물이 나누기 나누기 흘러가네요

 

 

 

 

 

 

 

 

 

 

귀뚜라미

 

 

귀뚜라미 이름은
달님이 지어 주었다네

 

귀뚜라미는 좋아서
귀뚤귀뚤 귀뚜르르

 

귀두라미는 밤새워
귀뚤귀뚤 귀뚜르르

 

달님 들으시라고
귀뚤귀뚤 귀뚜르르

 

 

 

 

 

 

 

 

 

 

나무

 

 

나무가 두 팔을 높이 쳐들고
만세 부르고 있다

 

쨍쨍 햇볕이 났다고
만세 부르고 있다

 

주룩주룩 비가 내려도
선들선들 바람 불어도

 

나무는 만세를 부르며
흔들흔들 춤을 춘다

 

나무는 어떤 일이 부닥쳐도 웃는 얼굴
꼭, 지체장애 내 짝꿍 혜선이 같다

 

혜선이 옆에 서 있으면
어디선가 맑은 새소리가 난다

 

 

 

 

 

 

 

 

 

 

축구게임의 비밀

 

 

전교생이 열 명인
산골짜기 우리 학교

 

축구게임을 하려면
전교생이 전부 해야 한다

 

1학년부터 6학년까지
전부 해야 한다

 

여학생들도 해야 한다
교장 선생님도 해야 한다

 

이때, 골키퍼는
책가방들이 해야 한다

 

 

 

 

 

 

 

 

 

 

민달팽이와 민들레

 

 

민달팽이 집은 민들레라네
문이 어디 있었더라?

 

민달팽이는 민들레 둘레를
둘레둘레 돌고 또 도네

 

민들레는 민달팽이를 보며
빙글빙글 웃고 또 웃네

 

 

 

 

 

 

 

 

 

 

아빠 장갑

 

 

호미 옆에 벗어 놓은 아빠 장갑
경운기 기름이 묻어 있다
흙이 묻어 있다
소똥이 묻어 있다

 

내가 빨랫줄에 널어놓은 아빠 장갑
햇볕이 묻어 있다
파란 하늘이 묻어 있다
산들바람이 묻어 있다

 

조물조물 깨끗하게 빨아도
흙냄새 나는 아빠 장갑
지나가던 민들레 꽃씨가
“쉬어 갈까?” 기웃거린다

 

 

 

 

 

 

 

 

 

 

연못

 

 

개구리가
연못으로
퐁당!
들어갔어요

 

동그란
문을 열고
퐁당!
들어갔어요

 

개구리 집으로
개구리가
퐁당!
들어갔어요

 

 

 

 

 

 

 

 

 

 

 

 

 

 

 

 

작가소개 /유금옥

1953년 강릉 출생.
2004년 《현대시학》 신인상에 당선, 2011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동시 부문에 당선되어 등단.

 

《문장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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