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혹동화 외 6편

[2015 아르코창작기금]

 

 

잔혹동화

 

 

오승희

 

 

한 아이 울고 있어
남겨진 웃음소리
갈기갈기 찢어져 심장에 파종된다
영혼은 상처의 꽃밭, 여린 꽃 짓눌려

 

내 죄는 너희와 다른 걸까 틀린 걸까
미운 오리 백조 되는 건 오래전 낭설이래
눈 감고 푸른 하늘 날면 눌린 꽃 활짝 필까

 

 

 

 

 

 

 

 

 

 

바다에 집을 지었네

 

 

사이버 열쇠로 나는 나를 방문한다

 

그물로 건진 일상 온라인 곳집에 들어
여태껏 인화되지 않은 채 늙어가는 사진파일

 

누군가 오고 감이 남몰래 넉넉해도
한 번 문 닫으면
아무도 못 여는 집

 

퇴적된 시간의 매듭은 메밀꽃 일며 사라진다

 

 

 

 

 

 

 

 

 

 

아리랑, 나의 당신

 

 

해 뜨고 달이 뜨면 울음 삼킨 고개 넘어
아리랑 아라리요 나도야 아리랑
가는 길 여윈 세월은
당신 향한 몸부림

 

기다림의 돛을 달고
천리만리 배 띄우면
아리아리 목 쉰 바람
지친 바다 위로해
아리랑 나의 노래는 기도되어 흐르고

 

마음의 마디마다 굽이쳐 출렁이는
깊은 슬픔을 건너 오래된 꿈 닿으면
내 안에 가득한 풍경

 

아! 당신,
기쁜 숙명

 

 

 

 

 

 

 

 

 

 

저 홀로 봄

 

 

비 젖은 꽃잎 후욱, 향기조차 시려와

 

닫지 못한 마음 덜컹, 열린 창가에 서성인다

 

해사한 복사꽃 쓸쓸,
빗소리
닫는다

 

 

 

 

 

 

 

 

 

 

불면의 초상

 

 

달빛에 걸린 마음
천 개의 강을 헤매고

 

총총히
박힌 고독
별빛으로 솔기 터져

 

발 없는 창백한 새여

 

나는 네가 아프다

 

 

 

 

 

 

 

 

 

 

울 엄마 오고 있다

 

 

창가에 서서 바라본다
느릅나무 아래 벤치

 

삐걱이는 몸 놓으며 그늘 깃든 노인들
시들어
속도 잃은 날개 접고
줄지어 앉아 있다

 

개밥바라기 별 뜨고
부엌등 슬슬 켜지면
낡은 관절
우두둑
뚝,
뼈소리도 켜지고

 

하나 둘, 볼륨을 절뚝이며 주파수 찾아 간다

 

 

 

 

 

 

 

 

 

 

꽃우물 공원의 사계

 

 

산수유 노란 점자 더듬어 꿈을 읽고
액자 속 배경으로 소나무 늘 말 없어

 

볕드는 벤치에 앉아 벙글은 꿈 따라간다

 

햇살부채 펼치면 황금초록빛 데자뷰
닿을 곳 없이 그저, 허공을 춤추던 분수

 

세월은 갈채를 벗으며 마른 뼈로 남는다

 

휘휘한 바람 불어 손님처럼 눈 지나고
산수유 붉은 열매 홀로 우는 빈 저녁

 

달빛 든 벤치에 앉아 사그라진 꿈 놓는다

 

 

*꽃우물 공원-고양시 덕양구 화정동(花井-꽃우물)에 있는 공원이름

 

 

 

 

 

 

 

 

 

 

 

 

 

 

 

 

작가소개 /오승희

2013년 《유심》에 「줄」 외 4편이 당선되어 등단.
숙명여대 중국어중문학과 졸업.
전 육군본부 여군헌병대장 및 정보사 중국어 통번역장교로 근무.
현재 고양문화재단 어울림문화학교 사주명리학 강사.

 

《문장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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