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 안의 생, 불구자… 시계에게 외 6편

[2015 아르코창작기금 시부문 작품]

 

 

시계안의생·불구자…시계에게

―부메랑효과

 

 

여정

 

 

    태어날때부터다리길이가달랐어·왼쪽다리가조금더길어언제나절룩거렸지·흰지팡이를두드리며걸었어·길도앞도늘캄캄했지·어둠뿐인동네를돌고돌며틱틱거렸어·수백년수천년넘게거듭됐지·뚜렛장애라고도하더군…내안에서다른목소리가새어나오곤했었어·나도모르는욕설들이나도모르게재깍재깍튀어나오더군·불만가득찬세상목소리였지·했던말을또하고했던욕을또하고…가래뱉는소리·침뱉는소리·비둘기우는소리도재깍재깍솟아나더군…그소리들은불특정다수를가리키고있었어·부조리를향해불협화음을향해…내배를뚫고나온그의혀가점점날카로워 지고있어·한순간도멈추지않고찔러대고…검은선글라스속에서나는오른쪽눈을쉴새없이깜빡거리고·코도킁킁거리고…나는왜그의말까지자꾸따라하고있는걸까…빌어먹을…(빌어먹을)시계안에는왜·늘깜깜한시취가진동해야하는거지…시발…(제발)우리이제·그만돌아가면안돼?…돼?·(젠장)…덴장

 

 

 

 

 

 

 

 

 

 

주검생활계획표

―시인

 

 

    피자에칼집을내듯시간을자른다·조각마다토핑이다르다…집·카페·노트북·TV·침대…집은아침겸점심을먹고·백팩은치즈처럼늘어지는길을간다은행나무가로수길로휘어질지곱창골목으로휘어질지모르는길은오늘따라더노랗다·다빈치는아메리카노톨사이즈를마시고노트북은글자들을씹었다삼켰다뱉었다를반복한다·말보르골드는흡연실을들락날락하고안개같은연기는어제와같은오늘로오늘과같은내일로끊어지지않는지독한중독의냄새를퍼뜨리며너는어느시인屍人의시체時體라고신그래픽체로희뿌연몸을바꾼다·아래한글은시체時體를시체詩體로망설이며시커멓게변해버린시간들을몇번이나더죽여가며시체詩體들을교정하고또교정한다·시체들을가득담은백팩이은행나무가로수길을걸어간다노랗게물든길은이내휘어져고기냄새자욱한골목이다속이텅빈가죽운동화가새카맣게타버린내장들의발자국을밟으며옛울음들을되씹어본다·아무맛이나지않는옛길들을돌아오는길은혀처럼휘어져오늘따라더검붉다·TV는저녁을먹고채널들을뒤척인다향기없는향기지독한꽃을보며비명소리들이커져가는볼륨을낮춘다·TV는거실을방으로옮기고소파를침대로바꾼다예술영화DVD는무음의침대에서늘자막으로잠이들고침대는언제부턴가늘똑같은꿈들을꾼다…집·카페·노트북·TV·침대·송장·백골…아침겸점심을먹은똑같은집이백팩을토해낸다·백골을둘러멘백팩이썩은살처럼늘어지는길들을간다

 

 

 

 

 

 

 

 

 

 

화향·부케…화환

―무음행진곡

 

 

    캐주얼정장차림의그여자를처음만났다·악수의형식을빌어오른손을잡았다…캐주얼정장이수직으로잘리고왼쪽이벌거벗었다·놀란가슴이나도모르게악수의형식을놓쳐버리고젖무덤을만졌다…그녀의왼쪽이무조건반사적으로출렁거리고오른쪽이조건반사적으로웃었다·그웃음이놀라워나도모르게젖가슴도놓쳤다…그녀의벌거벗은왼쪽이빠른속도로주름·주름…주름졌다·반만남은오른쪽캐주얼정장이빠른속도로따라변했다…검정치마에소복저고리를오른쪽만걸친그녀가악수의형식을놓치고버둥대는내손을잡고흔들어주었다…앞을돌아보면·천길낭떠러지…모래성이무너지듯내살이주르르흘러내렸다·그녀는내뼈를잡고흔드는방식으로안도의한숨을내쉬었다…허공을타고웨딩마치가울려울려…울려퍼졌다…캐주얼정장차림의그여자가웃고있었다

 

 

 

 

 

 

 

 

 

 

적·적…피로물든·사생대회

―유산포기각서

 

 

    너는나를그리고나는너를그리고·시계는너와나를멈추기위해풍경을달린다…너는나를죽이고나는너를죽이고·풍경은하나의무덤에두개의십자가를꽂으려한다…생사를바꾸는갈림길·사생을결단해야하는주먹다짐…나는너라도살리려고너는나라도살리려고…너와나의땀방울은오늘따라유난히붉고안쓰럽다…두개의십자가·사이…원근에시달리는나비한마리가…맞춤법이어긋나버린하나의비명으로내려앉는다

 

    …시계는…곧·정오다…정말이대로하나로끝이나야하는거니·우린…왜·남은물감은붉은색뿐일까…

 

    너는해를멈추고나는어둠을칠하고·시계소리는너와나를하나로멈추기위해흰지팡이를두드리며바탕속을걷는다…내가칠한어둠은오늘따라유난히붉고·너는결국시간을놓쳤다…표기와발음이조금은다른이국의경계를넘어가는이풍경속·어둠이그려놓은검붉은달빛이생리혈처럼번져온다…너는나를모르고나는너를모르고…그래·난·처음부터·생겨먹지·말았어야·했다…시계는·늘…자정이다

 

 

 

 

 

 

 

 

 

 

눈물방주

―도말

 

 

    40주야내리는비처럼울고또울었습니다·눈물속에잠겨가는이세상은너무세기말이었습니다·회개하고회개해도지저분한내거울은변하지않았습니다…아버지여·어둠을거름삼아배복판에선악과를심었습니다·이제눈물이그칠수있을까요?·버림받은이몸이다시에덴이될수있을까요?

 

    40주야내리고40주야더내리는비처럼울고또울었습니다·선악과나무는탯줄줄기를내고탯줄가지를내며무럭무럭자랐습니다·변하지않던내거울도시커멓게괴상하게변했습니다…아버지여·탯줄가지에청개구리들이주렁주렁열렸습니다·밤낮상관없이해골해골울었습니다·이청개구리들의울음들을어떻게견뎌야하나요?·다시올챙이로돌아가야에덴으로되돌릴수있을까요?

 

    아버지여·80주야내린비는비구름을꿈속까지몰고와청개구리들로울었습니다·아버지여·시커먼이곳은어디입니까?…거울입니까·우물입니까·그것도아니면배보다큰배꼽입니까…당신의아들이십자가그림자를드리우며다가와해골해골에맞춰나무십자가를박고있습니다…하루종일서있는나무십자가그림자에울음들이묻히고눈물들이묻히고…아버지여·눈을뜨면이제비가그쳤을까요?·무지개가생겼을까요?

 

    99주야를보낸내가눈을뜨고일어나면…피로물든침대에는·배복판에나무십자가가박힌내가배꼽도없이누워있고…괴상하게변해버린내거울에는·거울에비춰지지않는내가…거울도해골도모르게살며시·일곱아홉무지개로웃고있다

 

 

 

 

 

 

 

 

 

 

3파장…아이즈·캔디

―사투영

 

 

    소녀가밤새도록달인척울었다·나는가슴에서단도를꺼내들고손을떨며아팠다…결국·베어야지…칼날이…빛의속도로길어졌다·장검이스쳐가자먹구름이울음을덮었다·칠흑같은피를까마귀에게전했다…다시·시작해야지…웃자웃자·이제그만웃자꾸나

 

    내가밤새도록미친척죽었다·그녀는머리에서은비녀를뽑아들고고개를숙이며흐느꼈다…이제·찔러야지…은장도가…가시의속도로살을파고들었다·머리카락이땅속깊이뿌리를자랐다·눈알들은나무에게주었다…그만·나가야해…벗자벗자·이제그만벗자꾸나

 

    그녀가밤새도록죽은척거듭났다·소녀는양손으로눈물을훔쳐내고입술을실룩이며웃었다…자꾸·울어야지…눈물이…오성과뒤섞여노랗게물들였다·깔깔깔울리며울었다·독묻힌눈깔사탕을그녀에게먹였다…자·자·자자·이제그만·자자꾸나…제발·어서·성부와성자와성신의이름으로·깔깔·깔깔·깔깔깔깔…

 

   

 

   

 

   

 

   

 

 

 

 

 

 

 

 

 

 

콩·콩·콩…콩사탕

―조족지혈

 

 

    콩알탄을던졌다·작은불똥에고층건물이무너졌다…새들의날개가꺾였고그들의지저귐이추락했다…시인·고흐는·한쪽귀로·무음도시를·지옥에서·견뎌야했고·화가·랭보는·한쪽다리로·한철휴가를·노란집에서·보내야했다…교통편은오토리버스가되지않아늘편도뿐이었다·황도는늘일방통행으로문드러져애벌레들을꿈틀거렸다

 

    미아의걸음들이엄마를울었다…퍼즐조각을맞추듯완성되어가는엄마엄마엄마…일그러진엄마라도그리며소년은웃었다

 

    액자를걸었다…오십원짜리오른쪽동전눈알과코카콜라병왼쪽뚜껑눈알과오만원짜리위조신사임당처럼지폐로웃고있는인물화…호흡은비었으니어차피표병따개코뒤엉킨엄마표인조가발빨간악어표고무손장갑…소년은재활용초록그물망을떠돌며나머지엄마들을찾아울었고·엄마들은하나둘눈물로돌아와차근차곡엄마의초상화가되어주었다

 

    소년을기도했다·프로그램짜맞추듯자라나는천만화소의소년·액자틀속에서차곡차근완성되어가는엄마들의엄마는삐뚤어진재활용입술로없는혀를차며묻고또물었다

 

    하나뿐인·내강아쥐…콩알탄을사줄까·콩사탕을사줄까…

 

 

 

 

 

 

 

 

 

 

 

 

 

 

 

 

작가소개 /여정

1970년 대구 출생.
1998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으로 등단.
시집 『벌레 11호』, 『몇 명의 내가 있는 액자 하나』가 있음.

 

《문장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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