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꼬리 맘꼬리 외 6편

[2014 아르코창작기금 동시]

 

 

입꼬리 맘꼬리

 

 

오한나

 

 

친구 성적이 나보다 떨어졌대
입꼬리를 억지로 내려서
“그래~ 어쩌니”
그런데 맘꼬리는 저절로 올라가
‘휴, 다행이다’

 

친구 성적이 나보다 올랐대
입꼬리를 최대한 올려서
“축하해”
그런데 맘꼬리는 제 맘대로 내려가
‘속상해’

 

이러면 안 되잖아
성적이 다가 아닌데
그보다 소중한 건
친구 사인데

 

입꼬리
맘꼬리
같이 다니면 안 되는 거야?

 

 

 

 

 

 

 

 

 

 

껍데기는

 

 

홍합 알맹이 쏙쏙 빼먹고
그릇에 쌓아 놓았더니
산이 하나 생겼다.

 

봉긋한 껍데기 산
엄마가 한 손으로 들고 간다.

 

“무거워 보이는데 어떻게 한 손만 써?”
“네가 한 번 들어볼래?”

 

가볍다
손이 가볍다
껍데기는
눈만 무겁게 한다.

 

 

 

 

 

 

 

 

 

 

삼촌별

 

 

가난한 아이 남몰래 도와주기
길고양이 먹이 주기
혼자 사는 할머니와 밥 같이 먹기
아빠 잃은 아이 손잡고 눈물 흘리기

 

시골 학교 선생님이었던 우리 삼촌
뭐든 나누고 주는 걸 좋아하더니
아픈 사람들에게 각막, 피부, 뼈까지 주고 갔다.

 

삼촌이 하늘나라 가기 전,
“가람아, 내가 보고 싶으면 사람들을 봐.
많은 사람들 속에 별로 떠 있을 테니까.“
갸우뚱하는 나를 바라보는 삼촌 눈이 깊었다.

 

난 사람들을 보면
찬찬히 별을 찾는다.

 

벤치에 앉아 책 읽는 저 아저씨일까?
친구와 손 흔드는 저 누나일까?
폴짝폴짝 뛰노는 저 아이일까?

 

별이 뜬다
아침에도 낮에도 밤에도
삼촌삼촌삼촌 삼촌별이 뜬다.

 

 

 

 

 

 

 

 

 

 

눈물 팝니다

 

 

아프리카에서 뼈와 살이 붙은 채
굶어죽어 가고 있는 아이 기사를 보고도
눈물 안 나오는 사람

 

헤어진 가족 몇 십 년 만에 만나 끌어안고
펑펑 우는 모습을 보고도
눈물 안 나오는 사람

 

가시고기가 먹지도 자지도 않고 보살피다가
끝내 몸까지 새끼에게 내어 주는 것을 보고도
눈물 안 나오는 사람

 

눈물을 돌려 드립니다
인공 눈물 세 개에 이천 원
가까운 약국에 있습니다.

 

 

 

 

 

 

 

 

 

 

우물쭈물 별

 

 

“네가 먼저 나가.”
“아니야, 네가 먼저.”

 

밤하늘로 나가야 할 별들이
서로 등을 떠밉니다.

 

용기 낸
남쪽별이 먼저 나갔지만
반짝이지 못하고
우물쭈물

 

서쪽별도 동쪽별도
어쩔 줄 몰라
우물쭈물

 

반짝반짝반짝 번쩍번쩍번쩍
도시에 뜬 수많은 불빛
별들보다 더 밝아서
별들보다 더 눈부셔

 

별들은 밤마다
반짝일까 말까
우물쭈물합니다.

 

 

 

 

 

 

 

 

 

 

꼬리물기

 

 

아빠는 화나면 엄마에게 화풀이하고
속상한 엄마는 언니에게 소리 지르고
짜증난 언니는 날 흘겨보고
억울한 난 예삐 꼬리 돌돌 말아버리고
예삐는 휴지 물어뜯고…

 

그만!

 

자꾸 물고 돌면 어지럽잖아요.
이제 천천히 천천히
앞 사람 꼬리를 놓아주세요.

 

 

 

 

 

 

 

 

 

 

어른맛

 

 

난 두부가 싫어
물컹물컹 느낌도 싫고
아무 맛이 없어.

 

할머닌 콩맛을 알아야
두부맛도 안다는데
난 콩도 싫은 걸

 

할머닌 어른이 되면
두부맛, 콩맛
삶의 깊은 맛까지 알게 된다는데

 

삶의 깊은 맛? 그게 뭐지?
아하
어른맛이구나!

 

 

 

 

 

 

 

 

 

 

 

 

 

 

 

작가소개 /오한나

서울 출생.
2006년 《화백문학》 동시 부문에 당선되어 등단.
동시집 『엄마의 바보상자』가 있음.

 

《문장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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