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햄스터 외 6편

[2014 아르코창작기금]

 

 

안녕, 햄스터

 

 

박예분

 

 

18개월 동안 함께 살았어
잘 가라고, 인사도 못 해 더 눈물이 나
모과나무 아래 곱게 묻어 주고
돌아서는데 누나도 나도 엉엉
눈물 콧물 훔쳤어

 

햄스터가 아픈 것도 모르고
밤새 혼자 끙끙 앓게 한 것이
학원 다니기 바쁘다고
방학 때 많이 놀아 주지 못한 것이
너무너무 미안해서.

 

 

 

 

 

 

 

 

 

 

겨울바람

 

 

쉿, 조용!
선생님이 그림책 읽어 주는 시간

 

덜크덩- 덜크덩
휘이잉- 휘이잉

 

누가 이렇게 시끄러워!
선생님이 그림책을 무섭게 탁 덮었다

 

겁에 질린 겨울바람
창밖에서 더얼덜 떨고 있다.

 

 

 

 

 

 

 

 

 

 

나랑 빨리 친해지라고

 

 

새 운동화 옆에
헌 운동화 나란히 놓였습니다

 

헌 운동화는 밤늦도록
새 운동화에게 이야기합니다

 

비 오는 날
놀이터에선 물웅덩이 조심하고
문방구에 가면
게임기 앞에 쪼그려 앉지 말고
심부름 갈 땐
신호등 없는 찾길 꼭 조심하고

 

헌 운동화는
그동안 나랑 함께 걸었던 길을
새 운동화에게 들려주는라
바쁩니다.

 

 

 

 

 

 

 

 

 

 

겨울 허수아비

 

 

이곳이
벼가 누렇게 익었던 곳이라고

 

찾아보면
잘 여문 낟알들이 있을 거라고

 

먹이 찾는 겨울새들을 위해
찬바람 맞으며

 

논 한가운데
기꺼이 알림판으로 서 있습니다.

 

 

 

 

 

 

 

 

 

 

노란 안경 쓴 원숭이

 

 

노란 안경테를 썼다고
원숭이 같다고 친구들이 놀린다
그럼 어때?
난 붕어빵처럼 똑 같은 건 싫어
봄날에 피는 꽃잎처럼
색깔이 다른 크레파스처럼
나는 나의 색깔이고 싶은 거야
내 꿈은 세계적인 모델이니까
노란 안경테 정도는 써 줘야지 않겠어?
내일은 노란 티셔츠를 입을 거야
모레는 노란 신발을 신고
글피는 노란 바지를 입고
비가 오는 날은 노란 우산을 쓸 거야
너도 함께 쓸래?

 

   

 

   

 

   

 

   

 

   

 

   

 

 

 

 

 

 

 

 

 

 

이게 뭘까?

 

 

사료만 먹고 자란 어린 닭들이
텃밭으로 세상 구경 나왔다

 

할머니가 꽃상추 속잎
휙 던져 주면 서로 눈치 보다가

 

이게 뭘까, 용감한 녀석이
작은 부리로 콕, 찍어 물고 간다

 

바라만 보던 친구들이 뒤쫓으며
뭐야, 뭐야, 그게 뭐야?

 

몰라, 몰라, 나도 몰라~~
한 번 먹어 볼까? 맛있을까?

 

콕콕, 콕, 콕. 콕!
그날부터 할머니 상추밭은
어린 닭들의 놀이터가 되었다.

 

 

 

 

 

 

 

 

 

 

딱 한 사람

 

 

내가 젠투펭귄이랑 악수했다 말해도
친구들은 믿지 않았어

 

혹등고래랑 바다를 누볐다 말해도
절대로 믿지 않았어

 

물개랑 입 맞추며 놀았다 말해도
도무지 믿지 않았어

 

그런데 딱 한 사람
그 친구만 내 말에 고개를 끄덕였지

 

그 친구가 우주에서 왔다고 했을 때
나도 그대로 믿어 줬거든.

 

 

 

 

 

 

 

 

 

 

 

 

 

 

 

작가소개 /박예분

   1964년 전북 임실 출생.
   2003년 아동문예문학상에 「하늘의 별따기」 외 1편이, 200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솟대」가 당선되어 등단.
   동시집으로 『햇덩이 달덩이 빵 한 덩이』, 『엄마의 지갑에는』, 『안녕, 햄스터』가 있고, 동화 『검꼬의 똥침』, 『분홍 토슈즈의 꿈』 외 8권이 있음.
   2007년 전북아동문학상을 수상함.

 

《문장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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